Enjoy This Moment!

보통의 감성

by 바람아래

긴 연휴가 끝날 때면 왜 이렇게 피곤한 걸까.


사람 마음 참 알 수 없다. 평소에는 '딱 하루만 쉬고 싶다, 그냥 하루 연차 내고 쉴까' 하는 말을 습관처럼 입에 달고 살았는데 말이다.


이번 연휴 동안 특별히 한 것도 없이 뒹굴뒹굴 쉬었던 그 시간도 끝을 향해 가고 있다. 출근을 안 한다는 것만으로 큰 위안이었고 쉼이라고 여겼지만, 막상 시간이 내게로 다가오자 나는 그것을 반겨줄 마음의 여백을 갖지 못한 것 같다. 집과 사무실에서 꼬인 실타래처럼 엉킨 일들이 머릿속을 채우고 있었으니, 온전한 마음은 멀리 있었고 불안 그 자리를 대신 차지하고 있던 모양이다.


진짜 쉼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아닐 것이다. 마음에 작은 근심의 그늘이 조금이라도 드리워져 있다면, 아무리 물리적인 시간을 준다 해도 몸속의 세포들이 깨어날 리 없다.


억지로라도 그런 마음을 접어두고 연휴 마지막 날, 온전히 나를 위한 시간을 내어본다. 촌에서 살다 보면 도시의 모던하고 세련된 카페는 없지만, 나처럼 불안한 마음을 안고 찾아오는 이들을 편하게 맞아주는 카페들이 가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반가울 때가 있다. 연휴 마지막 날인데 생각보다 손님은 별로 없다. 오랜만에 자유와 여유를 만끽한다. 큰 창으로 들어오는 오후의 햇살과 목장의 신선한 우유로 만든 크림라떼 한 잔으로 연휴 내내 찝찝했던 기분과 불안을 조용히 씻어낸다.


글 쓰기 딱 좋은 분위기다. 그때 앞에 놓인 냅킨의 문구 하나가 나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두 손을 든 젖소 한 마리가 'Enjoy This Moment'라고 외치고 있다.


그 한 장의 그림이 나를 무안하게 만든다.

뭐 그리 대단한 삶이라고...


#커피 #목장 #우유 #카페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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