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도의 해외교류단체 중 하나인 베트남 롱안성(호찌민 근교)은 메콩델타의 한 지역으로서 전통적으로 쌀, 용과 등을 재배하는 전통적인 농업지역이다. 물론 최근에는 호찌민 배후도시로서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는 지역 중 하나다. 롱안성 정부는 항상 우리에게 어떤 물질직 지원을 요청하곤 했다. 안타깝게도 해외교류단체에 어떤 재정적 지원은 사실상 쉽지 않다. 많은 예산이 수반되기 때문에 재정상태가 넉넉지 않은 지자체의 입장에서는 만만한 일이 아니다.
2017년에 우리가 롱안성을 방문했을 때 현지 담당자를 통해 롱안성 핵심작물인 용과(Dragon fruit)가 중국 수출길이 막혀 재배농가에는 용과가 넘쳐나기 시작하면서 농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는 얘기를 전해 들었다.
그 후, 우리 팀에서는 어떻게 하면 이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어 줄 수 있을까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충남을 대표하는 와인제조 전문가(J)에게 롱안성 용과를 활용해서 와인 및 관련상품 개발 컨설팅을 제안했는데 J사장님은 기꺼이 응해 주셨다. 000도에서는 항공료 등 실비만 제공해 주는 정도였다. J 사장님은 현장에 가서 용과를 활용한 와인제조법(비법인 누룩을 단기간에 발효시키는 법 등 전수), 와인병 무상제공, 라벨 제작지원 및 마케팅 등 6차산업 과정 전분야에 대한 컨설팅을 무료로 진행해 주셨다.
그다음 해에도 컨설팅은 진행되었는데 놀랍게도 첫해에는 가내수공업에 지나지 않던 현지 양조장이 이듬해에는 완벽하지는 않지만 현대식 장비를 갖춘 깔끔하고 청결한 양조장으로 차츰 변해 가고 있었다. 또한 처음에는 주인아저씨 혼자 재래식 방법으로 술을 만들고 있었는데 그다음 해 방문 때에는 2명 정도 고용이 늘어 있었다. 200%라는 경이적인 성장이라고 봐도 되지 않을까.
그 변화의 중심에는 J사장님의 헌신과 열정이 있었다.행정기관의 지원도 없이 바쁜 틈을 쪼개어 자비로 사모님과 함께 현지를 방문해 컨설팅을 계속 진행하기도 하셨다는 사실을 나중에서야 알았다. 이에 롱안성정부에서는 그런 J사장님의 열정과 헌신을 감사하게 생각하여 감사의 금일봉을 전하기도 했는데 그 마저도 현지에 기부를 하고 오셨다는 사실도 한참이 지나서야 알게 되었다.
나중에 J사장님께 왜 그렇게 그 일에 진심이냐고 물었더니, 사장님은 "마음이 움직여서, 빚진 마음 누군가는 빚을 갚아야죠"라고 선량한 미소와 함께 대답해 주셨다. 그 미소의 여운이 오랫동안 잔상으로 남는다.
이 사례를 직접 직관하면서 느낀 점은 국제교류 또는 국제협력이 의례적인 고위직 방문, 형식적인 초청 등의 행태에서 벗어나 대한민국이(지자체, 민간 포함) 세계시민으로서의 역할을 하는 것이 중요한 시대적 사명임을 다시 한번 느끼는 계기가 되었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지방자치단체 입장에서는 막대한 재정이나 물자를 지원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하지만 이 사례처럼 우리가 경험한 좋은 사례와 노하우를 전달하고 나누는 것 또한 가성비 최고 좋은 새로운 한류를 만드는 길이라 생각한다.
롱안성 양조장의 사례는 롱안성 농부들에게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활기를 불어넣어줬다. 부디 코로나를 잘 버텨내고 더 발전된 양조장이 되었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