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중2가 될 때 과감하게 수학을 내려놓기로 했다. 머리 아프고 재미없는 수학과목을 왜 공부해야 되는지, 매번 시험 볼 때마다 왜 틀린 개수대로 불려 나가 맞아야 되는지 등 그 이유를 몰랐고 때로는 짜증이 났다.
사실 수학문제를 모든 학생이 다 All 100일 수는 없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만점자도 있을 수 있고, 50점, 30점 맞는 학생이 있을 수 있는 데 말이다. 그때 내 나이 질풍노도의 시기였고 그 재미없는 수학을 그만둬야 하는 이유가 족히 50가지는 됐던 걸로 기억한다.
그래서, 수학은 나의 길이 아니다 생각하고 과감하게 포기를 했다. 그 대신, 영어는 포기하지 않기로 했다. 중1 때 나이 많던 담임 선생님이 영어 전공이셨는데 나를 무척이나 예뻐해 주셨고, 수학과는 다르게 시험을 봐도 틀린 개수 대로 때리지는 않으셨다. (물론 그 선생님은 항상 "잘한다, 잘한다"라고 칭찬을 해주시니까, 학생들은 주눅 들지 않고 더 수업을 진지하게 들었던 것 같다.)
올해 중2가 되는 아들을 보면서 여러 생각이 든다.
일단, 나와는 다르게 아들은 수학에 진심이다. 아마도 엄마의 유전자가 많은가 보다. 안 풀리는 문제가 있으면 풀릴 때까지 풀려고 한다. 물론 가끔씩 그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기도 하는 것 같다.
가끔 속으로 "나랑 달라서 천만다행이다"하고 안도하기도 한다. 아들이 초등학교 6학년 산수 과목 시험지를 본 적이 있다. 그걸 보고 쓰러질 뻔했다. 무슨 초등학생 산수가 이렇게 어려운지, 솔직히 나는 그 문제들을 풀 자신도 없었고 문제 자체도 이해를 못 할 정도로 어려웠다. 중학교 수학이야 더 말할 것도 어려운 게 사실이다.
요즘 가끔 마음속으로 생각해 보면, 내가 만약 아들처럼 중2라면, 수학을 포기했을까 하는 자문을 해본다.지금은 학원도 많고, 각종 인강, 과외 등 다양한 방식으로 학업을 할 수 있는 수단이 예전과 비교할 수 없이 많다. 마음만 먹으면 "야, 나도" 하겠다 싶다. 어쩌면 반대로, 초등학생 때 이미 산수를 포기했을 수도 있다.
분명한 건 수학을 배울 환경 자체가 좋아진 건 사실이다. 다만, 아쉬운 건 내가 교육전문가도 아닌 시각으로 보자면, 열심히 수학을 푸는 기술을 배우는 건지, 수리를 탐구하는 학문으로서 생각하는 능력을 배우고 있는 건지 나는 잘 모르겠다.
나도 뒤돌아 보면, 수학을 포기하지 않았다면 더 좋은 대학을 갈 수도 있겠다 싶지만, 그 당시로서는 어쩌면 내게는 최상의 선택이었다고도 생각한다. 주위에서 수학을 코칭해 줄 사람도 없었고, '수학의 정석'이라는 책을 사서 공부해 보지만, 항상 '집합' 부분까지만 보고 책을 덮었던 기억이 많다.
아들이 아직까지는 모든 과목을 열심히 공부하고 있는 듯해서 대견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다. (나는 솔직히 중1~2 때 그냥 놀았다. 그것도 아주 신나게) 아들이 나처럼 특정과목을 포기하는 상황이 안되길 바랄 뿐이다.
아직까지는 뭐든지 열심히 하려는 태도를 칭찬해주고 싶다. 겨울방학 내내 자기 방에서 공부한다고 하는데 얼마나 집중(효율적으로)하는지 는 사실 모르겠다. 그런 그를 위해서 공부에 방해될까 봐 주말 내내 도서관에서 책도 읽고, 오늘처럼 마음 것 글도 쓰게 해 준 아들에게 감사할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