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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아래 Mar 01. 2023

내가 요즘 왜 이럴까, 나의 이중생활

그냥 가만히 있기에는 시간이 너무 아까워

몇 년 전 팀원이었던 시절에 만났던 팀장은 평상시에는 참 괜찮은 분인데 술을 마시면 그다음 날 직원들을 참 힘들게 하는 사람이었다. 나도 처음에는 선배이자 팀장이기 때문에 최대한 예우를 갖고 대우하려고 노력했다.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그게 쉽지 않은 상황이 되었다. 술 마신 다음 달은 모든 직원들이 그의 눈치를 봐야 했고, 소위 '그런 날 누구 한 명 걸리면 죽는다(?)'는 말이 직원들 입에서 나오기 시작했다.


술은 개인취향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해도 덜 깬 그의 숙취가 조직에서 나쁜 영향을 미친 다면 그 또한 심각한 문제일 수  있겠다 싶었다. 내가 선배로서 후배들에게 해줄 수 있는 말은 고작 "00 팀장 어제 술 많이 먹어서 오늘 덜 깬 듯하니, 오늘 오전은 코드블루, 알아서들 조심해!" 정도였다.


나와 그 팀장과의 문제는 항상 그날(팀장이  술 마신 다음 날)에 발생했고 그게 2년 가까운 시간에 걸쳐 반복적으로 발생하면서 참 많이 힘들었다. 가장 힘든 건  내가 기획한 사안에  대해서 유독 그 팀장만 딴지를 걸거나, 전혀 다른 방향으로 지시를 하거나 하는 일이 반복되었다. 물론 내 기획이 본인 생각과는 다를 수 있다. 런데 문제는 그가 공적인 기관에서 객관적으로 검증된 사실조차도 부정하는 것이었다. 그런 데이터 또는 Fact 자체를 본인의 시각으로 재해석(?)하는 뛰어난 능력으로 인해 나를 비롯한 다른 팀 후배들로 하여금 많은 시간을 낭비하게 하거나 그로 인한 스트레스가 이만저만한 게 아니었다


그때부터 나는 "사람이 왜 객관적 사실에 대해서도 부정하고 자기주장만 맞다고 할까, 저 팀장은 어떻게 그런 시각을 갖을까(물론, 사람마다 어떤 사물, 현상에 대해서 다른 시각을 가질 수 있는 것은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일이다.)"하는 의문을 갖게 되었다.


 그때부터 관심을 갖게 된 것이 '미술'이었다.  

똑같은 그림을 보더라도 보는 이에 따라 그림을 재해석할 수 있고 다른 의미를 찾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유명한 미술강의를 유튜브를 통해서 듣기도 하고  각종 미술 관련 서적을  찾아기도 하고 일부러라도 시간을 내어  미술관이나 전시회를 찾아다녔다. 그렇게 하다 보니 미술에 대한 지식도 흥미도 더 생겼다. 물론 당초에 계획했던 '사람의 생각의 다양성'에 대해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래도, 아직도 그 팀장의 행태는 이해가 안 가는 건 사실이다.


미술에 대해 관심을 갖다 보니, 다른 인문학에 대한 관심이 커지기 시작했다.  내가 인문학을 감히 정의 내리자면,

인문학은 사람의 마음과 감정을 표현하는 학문,  그것을 시각화하면 '미술', 음성 화하면 '음악', 글로 표현하면 '시, 소설 등 문학'


그다음은 클래식 음악이었다.

아직도 음악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한다. 당연히 아직도 음악사, 음악이론 등은 전혀 모른다. 그것까지 알려면 훨씬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듯하다. 다만, 클래식을 그냥 많이 듣는다. 특히, 집중해서 일을 해야 되는데 정신이 산만하거나, 신박한 아이디어가 필요할 때,  심지어 나른한 봄날 오후 졸릴 때 등, 클래식은 나의 생활 일부가 되었다


다음은 "시"에 관심을 갖게 됐다.

매일 직장에서 온기 없는 보고서만 주야장천 평생 쓰다 보니, 온기 가득한 글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우히 아들 때문에 들른 서점에서, 시집 한 권을 사 읽고 난 뒤부터 시의 매력에 빠졌다. 한 동안 거의 매일 시집 한 권씩을 읽다 보니, 시가 어렵다는 편견도 점차 누그러졌고 어느 순간부터 나도 한 번 써봐야겠다는 도전의 지도 생겼다.  한동안 한국 시인의 시를 집중적으로 읽다가 서양시를 접하게 됐다.


릴케, 니체의 시들을 보다 보니, 이젠 '철학'에도 관심이 간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시인들의 아름다운 문장, 명언 격언 등을 따로 정리하는 습관이 생겼다. 니체라는 사람의 매력에 푹 빠져 그의 서적을 열심히 읽고 있다. 니체라는 위한 철학자에 대해서 책 몇 권 읽었다고 얼마나 그를 이해하고 있겠냐마는 전혀 관심도 없는 '철학'이라는 학문을 조금씩 알게 되면서 내 삶의 여유, 여백이 조금씩 생기는 듯 한 느낌을 받는다.




이다음은 어떤 것에 꽂힐지 나도 모르겠다.

내 감정, 감성이 어느 방향으로 갈지는 나도 모른다. 지금에야 돌이켜보면, 대학교 다닐 때 사진동아리 활동을 한 거며, 직장 생활하면서 배운 커피에 최근 관심을 갖게 된 미술, 음악, 시, 철학 이 것들과 참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든다. 다음에는 '술(와인, 위스키)'에 대해서 배워볼까 하는 생각이 순간 든다.(참고로 나는 술을 내 의지로  안  마신다.) 아니면, 예전부터 꿈꿨던 바이크에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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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거에 빠져 사는 요즘, 나의 이중생활(?)을 돌이켜보면, 주중에는 일에 최대한 집중하고 주말과 퇴근 후에는 이런 것에 푹 빠져사는 재미가 솔솔 하다. 그렇다 보니, 일로 받는 스트레스는 줄고, 내 삶의 여유가 생기고 그로 인해 마음의 여백이 나와 우리 가족 모두에게 긍정 너지 가득이다.


 Better late than Ne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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