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삼일절 점심을 먹고 난 뒤 따스한 봄 햇살에 이끌려 아내와 함께 20분 거리에 있는 남연군묘(흥선대원군의 아버지 묘, 예산군 덕산면)와 가야산 상가저수지 산책길을 걸었다. 오랜만에 밖을 걸으면서 봄의 기운을 느끼나 싶은 순간 바람은 차갑게 피부를 스쳤다. 그 바람에 입고 온 후드티 모자로 머리를 감싸 메고 다시 가던 걸음을 재촉했다.
봄의 길목, 가야산과 상가저수지
상가저수지를 거쳐 산 쪽으로 올라가다 보면 가야산 정상으로 이어지는 등산로가 있다. 그 등산로 초입에 가야구곡 중 하나인 '와룡담'이라는 작은 계곡이 있는데, 그 계곡에 다다르니 산골짜기에 온통 개굴개굴 개구리소리가 우렁차게 들렸다. 그날은 3월 1일, 그 개구리 소리는 내겐 너무 의아했다. (그 소리가 너무 우렁찬걸 보니, 토종 개구리는 아닌듯하고 황소개구리나... 두꺼비류가 아닐까 추정해 봄)
겨울잠 자는 개구리도 깨운다는 경칩(驚蟄)은 3월 6일이다. 5일이나 빠르게 개구리들이 잠에서 깨어났다. 아침기온 아직 영하의 날씨, 낮기온은 영상의 날씨. 개구리들도 기후변화에 당황했나 싶다. (물론 개구리가 3월 6일에 알람 맞춰 놓고 깨어나지는 않을 것이다.)
생태학을 전공한 것도 아니고 그에 대한 지식도 없는 나의 상식으로는 그 개구리들은 온도 변화를 느끼면서 서서히 잠에서 깨어났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문제는 일시적 기온상승으로 동면에서 깨어난 개구리들이 갑자기 꽃샘추위나 기온저하로 인해, 집단 동사 될 경우 생태계에 나쁜 영향을 줄까 우려스러웠다.
(평소에는 하찮게 느껴졌던 개구리로부터 시작된 우려: 초등학교 때 배운 생태계 먹이사슬 붕괴로 인해 결국 인간이 피해를 보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들었다)
기후변화관련한 뉴스는 각종 재난재해의 형태로 우리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주변에 실제로 그로 인한 피해를 보신 분들도 많을 것이다. 모든 인류가 직면한 기후변화, 이제 남의 일이 아닌 건 분명하다.
그런데 아쉽게도 그런 문제의식을 갖고 있기는 하지만 내 삶 속에서 환경 보호 및 지구온난화 대비를 위해 특별히 실천하는 것은 없다. 그래도 할 수 있는 것은 해봐야겠다는 생각만은 갖고 있다.
그래서, 나는 실천 못 하고 있지만 다른 사람들이라도 관심을 갖게 하려고 시도하는 건 있다.
내가 다니는 직장은 그래도 환경에 대한 관심을 상대적으로 많이 갖고 있는 기관이다. 지구온도 상승 2℃ 억제를 유지해서 궁극적으로 1.5℃ 목표를 달성하자는 국제네트워크 '언더투연합(Under2 Coliation)'에 가입하여 기후변화 이슈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래서, 일본 거래처(3곳)를 만날 때마다 언더투연합에 가입을 제안하고 있다. 어제도 일본 나라의 거래처 파트너들과 온라인 미팅을 하면서 회의 말미에 언더투연합 가입을 제안했다. 얼마 전, 시즈오카, 구마모토 거래처에도 각각 제안을 이미 했다.
내가 일본 파트너들과 얘기할 때 꼭 이 말을 한다. "지금 이대로 2050년이 되면, 해수면 1.5m 상승이 예상된다는 환경전문가들의 리포트가 많다. 그럴 경우 당신들이 지금 살고 있는 그 지역의 상당 부분이 우선적으로 바다에 잠길 수 있다. 일본이 이 문제에 더 앞장서야 되지 않겠나"하고 설득을 한다. 대부분의 파트너들의 고개를 끄덕이긴 한다. 그들도 아마 나처럼 마음은 움직이나 실천은 망설이는 듯했다.
환경이슈, 기후변화 이제 남의 일이 아니다. 한 개인, 한 국가만의 실천으로 해결될 일도 아니다. 이제 필요한 건 국가를 넘어 전지구적으로 관심을 갖고 실천하는 것이 급선무다. 2050년 그리 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