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바다가 어느 순간부터 지치고 힘들 때 항상 "넌 할 수 있어, 기운 내"하며 위로를 안겨주는 친구였다는 것을 알게 됐다.
봄을 맞을 준비에 여념이 없을 그 바다를 예고 없이 오늘 찾았다. 지난 1월 이후 새로 받은 미션으로 지칠 대로 지친 몸과 마음을 추스르고, 봄의 기운을 느끼려고 아내와 가까운 서해바다 안면도 백사장항으로 향했다.
청량감 내뿜는 푸른 파도, 넓게 뻗은 고운 백사장은 예상대로 바로 어제 만난 오래된 고향친구가 그렇듯 나를 반겼다. 그곳은 우리 외에도 전국에서 모여든 상춘객들로 북적였다.
예고 없이 찾은 그곳에는 '수와진의 사랑 더하기(심장병어린이*불우이웃 돕기)'라는 작은 자바라텐트 무대에서 '김지호'라는 가수가 공연 중이었다. '수와진'은 1987년에 데뷔한 쌍둥이 듀엣가수다. 그분들은 심장병어린이 돕기를 데뷔 때부터 지금까지 줄곧 한 걸로 안다. 거의 40년 가까이 되는 세월 동안 저런 활동을 한다는 건 '진짜사랑' 아니면 할 수 없다. 누구도 따라 하거나 흉내 낼 수 없는.
언젠가 어느 고속도로 휴게소였나 아니면 지역축제장에서인가 그분들의 비슷한 공연을 본 적이 있다. 그 기억마저도 이젠 흐릿하다. 오늘은 '수와진'과 함께 활동하고 있는 '김지호' 가수의 공연이었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주차장에서부터 들려오는 그분의 선율이 무의식적으로 우리를 끌어당겼다. 아마도, 우리가 도착하기 훨씬전부터 그분들의 사랑 담은 노랫소리가 바닷바람에 실려 안면도 백사장항을 넘어 온 세상에 펴져 나간 듯하다.
한참 동안 그분의 공연을 본 아내와 나는, 누가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성금함'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얼마 되지 않지만 우리도 기쁨 마음으로 성금을 했다. 비롯 소박하고 작은 무대였지만 우리에게는 카네기홀보다, 오페라하우스보다 더 큰 무대 공연이었다.
멋진 공연을 보는 내내 안타깝게도 엄청 많은 분들이 그곳을 그냥 지나쳤다. 성금함으로 향하는 손은 많지 않았다. (성금 하는 분들이 적어 다소 아쉬운 마음으로) 짧은 공연을 즐기고 돌아서는 순간, 한 꼬마 숙녀가 밝은 미소로 성금함으로 달려왔다. 물론, 그 소녀의 미소에도 '사랑'이 넘쳐 보였다. 그녀를 멀리서 지긋이 바라보는 젊은 부모들도 사랑이 넘쳐 보였다. 한 어르신은 성금대신 따뜻한 음료수를 무심한 듯 츤데레 툭 건네주고 갔다. 성금은 아니어도 그건 그 어르신의 또 다른 사랑이지 않았을까
'수와진과 김지호'님으로부터 시작된 '진짜사랑'이 우리, 꼬마소녀와 젊은 부부 그리고 어르신을 거쳐 그 외에도 수많은 후원자들이 모여 더 큰 사랑을 만들었을 것이다.
봄이 오는 오늘 그 바다에는 '여러 사랑'이 넘쳐났다. 그 넘치는 사랑, 봄바람 타고 멀리멀리 더 먼 곳으로 날아갔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