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시인, 정치가, 장군인 '솔론'이 한 말 중에 'Meden Agan(메덴 아간)'이라는 말이 있다고 한다. '과유불급'을 의미한다. 우리 사회에는 항상 지켜야 할 '적정 선'이라는 암묵적인 룰(Rule)이 있다. 그렇지만 때로는 선을 지키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곤 한다.
드디어 다음 주, 지난 5개월 동안 밤낮없이 준비한 일본 출장이다. 지금 이 순간 내 머릿속에는 '빨리 비행기를 타자'라는 마음뿐이다. 일단 비행기만 타면 이후에 일어나는 모든 일들은 시간이 해결해 주기 때문이다. 아무리 촘촘하게 계획을 세우고 준비해도 현장에서는 계획대로 되지 않는 건 흔한 일이다. 그 상황을 어떻게 잘 대처하느냐가 행사의 성패를 좌우한다.
지난 5개월 동안 나와 우리 팀원들은 일본 측 파트너들과 쉴 새 없이 밀당을 하면서 모든 계획을 세웠다. 그 과정에서 우리 직원들의 체념, 한 숨, 짜증, 분노, 좌절, 인내가 얼마나 녹아있을지 감량이라도 할 수 있을까. 그런 사정을 눈곱만큼이라도 알리 없는 일부 오버맨들이 갑자기 일정을 바꾸려 했다. 그것도 우리와 상의도 없이 그동안 우리들의 수고와 노력은 깡그리 무시된 채 말이다.
해외 파트너들과 약속된 일정을 우리 편의에 의해서 양해(諒解) 없이 갑자기 일방적으로 바꾸는 것은 '최악의 비매너'. 그런 실정도 모르는 사람들의 일방적인 주장. 주장이라고 표현하기도 민망하다. 오히려 '무지'라는 표현이 더 잘 어울릴 듯하다.
그런 행위로 가끔은 양측 관계를 망치거나 수년간 쌓아온 신뢰를 한 순간에 무너뜨리는 경우를 수도 없이 많이 봐 왔다. 무너진 신뢰를 누가 다시 회복시켜 줄 수 있겠는가. 아무도 없다. 회복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몇 배 더 필요하다. 그런 시간과 노력을 누가 보상 해줄 것인가. 안타깝지만 그 역시 이무도 없다. 그런 오버맨들의 무지로 돌아갈 수 없는 강을 넘는 순간 어떤 재앙이 불어 닥칠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그래서, 해외 파트너들과 하는 프로젝트, 협력사업 등을 할 때는 '신뢰'가 바탕이 되어야 하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신뢰는 하루아침에 쌓이지 않는다. 그렇지 않고서는 함께 일을 진행할 수 없다.
특히, 일본과 일을 할 때는 더 신중을 기해야 한다. 예전에 한 일본 파트너가 내게 해준 말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 "이게 끝이 아니죠? 또 바꿀 건가요? 한국은 매번 바꿔서 이제는 우리도 그러려니 해요". 이 말을 듣고 난 뒤 나는 너무 부끄러워 몸 둘 바를 몰랐다. 물론 내가 바꾼 건 없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그 뒤로 나는 두 번 다시 그런 말을 듣지 않기 위해 더 꼼꼼하게 모든 일을 챙긴다.
윗선에게 잘 보여 출세가도를 달리고 싶은 마음을 갖는 건 직장인들이라면 어쩌면 당연할 수 있다. 하지만, 그 또한 지켜야 할 선이 있고 T.P.O를 살펴야 한다.
그런 일부 오버맨들의 무지로 인해, 출국일까지 며칠 남지 않은 상황에서 이틀이라는 귀한 시간을 허비했다. 결국 원래대로 진행될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