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아 사람들은 네 마음보다 표정을 먼저 본단다.
아이들은 혼날 때 표정을 잘 못 짓습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하는지를 모릅니다.
어린 시절 한번씩 들어 보셨을까요?
“왜 그런 표정을 짓고 있어?”
“눈 똑바로 뜨고 쳐다보지 마.”
“말을 하면 눈을 보라고 했지? 왜 땅만 봐?”
“지금 딴 생각하고 있는 거야?”
혼나던 중 내 표정 때문에 더 혼났던 경험입니다.
혼날 땐 어디를 봐야 하는지,
어떤 표정을 지어야 덜 혼나는지…
아무리 머리를 굴려봐도 알 수가 없었죠.
그때부터 궁금했습니다.
혼날 땐 대체 어디를 봐야 할까?
어떤 표정을 지어야 어른들의 마음이 누그러질까?
누군가 알려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시간이 흘러
혼났던 시간 보다 혼내왔던 기간이 더 길어진 지금
저는 그 답을 아이들에게 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혼날 때에는 어떤 표정을 지으면 좋을까?
많은 아이들이
혼날 때 자신의 부정적인 감정을
그대로 얼굴에 드러냅니다.
입을 툭 내밀거나 오른쪽 입술을 위로 씰룩거립니다.
눈을 부릅뜨며 공격적인 표정을 짓기도 하고
먼산을 바라보며 이 상황이 끝나기만을 기다리기도 합니다.
어쩔 줄 몰라 처음부터 끝까지 당황한 표정을 짓기도 하고
감정이 북받쳐 눈물만 주르륵 흘리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저 역시 그런 시절이 있었으니
아이들의 마음이 이해는 갑니다.
하지만 요즘 아이들을 보다 보면,
조금만 속상해도
자신의 감정을 숨기지 못하고
툭툭 드러내는 모습이 종종 안타깝게 느껴집니다.
무엇보다,
자신의 행동을 돌아보기보다
다른 사람을 탓하며
억울하고 당황스러운 감정을 먼저 앞세우는 태도에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자주 “억울해요”가 앞서고, “죄송해요”는 한참 뒤에야 나옵니다.
(나오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가능한 한 다그치지 않고,
조용히 불러 차분히 이야기를 나누려 합니다.
하지만 교실이라는 공간, 공동체라는 상황에서는
늘 그렇게 여유를 가질 수는 없습니다.
때로는 많은 아이들의 안전과 질서를 지키기 위해
빠른 판단과 단호한 태도가 필요할 때도 있으니까요.
그럴수록 아이들에게 꼭 알려주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세상은 내 마음보다, 내 표정을 먼저 본다는 사실입니다.
사람들은 당신이 무슨 말을 하기 전에
당신의 얼굴을 먼저 읽습니다.
말보다 먼저 도착하는 건 표정이고,
표정은 분명한 언어입니다.
그래서, 혼날 때 사용할 수 있는 ‘표정의 기술’이 있습니다.
-입은 살짝 다문 채, 억울함이나 짜증이 드러나지 않도록 하기
-고개는 살짝 숙이되, 눈은 대각선 아래를 부드럽게 보기
-대답하거나 이야기를 할 땐 눈을 잠깐 맞추되, 눈에 힘을 주지 않기
-손을 가지런히 모으고, 고개를 가볍게 끄덕이며 경청의 태도 보이기
-퉁명스런 “네”보다, “네에~”처럼 말끝을 살짝 부드럽게 늘려주기
이건 단순히 혼나지 않기 위한 ‘연기’가 아닙니다.
누군가의 말을 진심으로 들을 수 있다는 자세와 태도의 표현이고,
결국은 사람 사이를 잘 살아가는 관계의 기술입니다.
요즘 아이들이 이걸 잘 모르는 이유는 분명합니다.
‘내 감정을 표현하라’는 교육은 풍부하지만,
‘내 표정이 누군가에게 어떤 영향을 줄지’에 대한 교육은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어른이 먼저 알려줘야 합니다.
말보다 먼저 전해지는 얼굴의 언어,
그 안에 담긴 공감과 배려의 기술을요.
혼날 때 짓는 표정 하나에도,
사람 사이를 잘 살아갈 수 있는 힘이 담겨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