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이건 제가 버릴게요.

매너있는 아들의 말센스

by 토끼포케

세 살 무렵 아들은
동네 형아에게 처음 곰돌이 모양 젤리를 받아보았습니다.

아기자기하고 알록달록한 젤리에서 눈을 떼지 못한 아들은
말랑한 젤리를 한참 주무르며 처음 느껴보는 촉감에
입을 동그랗게 벌리고 침까지 주르륵 흘렸습니다.

아들은 스스로 껍질을 까려고 애썼지만 아직은 역부족이었습니다.


“엄마가 까줄게.”
저는 젤리를 까서 아들 입에 넣어주었습니다.
달콤한 맛에 아들은 황홀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그날 이후 아들은 곰돌이 젤리를 참 좋아합니다.
달라진 점은 이제 스스로 껍질을 깔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지요.


젤리 껍질을 까지 못해 끙끙 대던 아들이
어느 날부터 스스로 껍질을 뜯어내기 시작했을 때

엄마들은 환호합니다.


“와, 우리 아들 이제 젤리도 깔 줄 아네!”

그리고 덧붙입니다.

“껍질은 엄마 줘. 엄마가 버릴게.”


물론 주변에 쓰레기통이 없거나
아이가 아직 서툰 시절에는 엄마가 챙겨주는 게 맞습니다.


하지만 주위를 둘러보면

꽤 큰 아이들도 자기 쓰레기를 꼭 부모에게 주거나
버려야 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고

그 자리에 그대로 두고 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심지어 대학생쯤 되어 보이는 자녀조차
쓰레기를 아무렇지 않게 엄마 손에 쥐여주는 장면을 본 적도 있습니다.


저 역시 예전에는 아들에게 아무 생각 없이

“쓰레기는 엄마 줘”라고 말하곤 했습니다.


그러다 어느 날부터는 이렇게 알려주기 시작했습니다.
“자기 쓰레기는 자기가 치우는 거야. 네가 들고 있다가 쓰레기통에 버려야 해.”


아들들은 꾸준히, 단호하게, 정확히 알려주면
머릿속에 입력되듯 습관이 자리 잡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외출 준비로 바빴던 저는 무심코 말했습니다.
“다 먹었으면 쓰레기 엄마 줘. 엄마가 치울게.”

그때 아들이 말했습니다.


“엄마, 이건 제가 버릴게요.”


순간 제 귀가 번쩍 열리는 듯했어요.

'아, 아이도 금세 깨달았구나!'


아들의 적극적인 표현이 고맙고 대견했습니다.

깨달음이 기억이 되고 습관이 될 수 있도록

부모는 꾸준히 기회를 주어야겠지요.


지금 아들의 신발주머니에는 늘 쓰레기가 가득합니다.

친구들이 놓고 간 쓰레기까지 담아

“착한 일 하는 데에는 이 신발주머니가 제일 편해요”라고 말합니다.

그래서 다 낡아빠진 신발주머니를 절대 바꾸지 않겠다고 하지요.


작은 쓰레기 하나 스스로 버리는 사소한 습관이
행동을 동반하는 ‘매너 있는 말센스’로 자라납니다.


매너 있는 말은 특별한 순간이 아니라
매일의 작은 올바름 속에서 길러집니다.


저는 교실에서 아이들을 보며
이런 습관들이 학교생활과 사회생활 속에서

얼마나 자연스럽게 드러나는지 느낍니다.

아이가 있는 어느 공간에서든
매너와 센스는 그 아이의 품격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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