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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연 Apr 17. 2021

그림으로 매일의 기록

내가 좋아하는 그림을 그리기로 결심한 후 거의 매일같이 1일 1 그림을 실천하고 있다. '하루에 그림 한 개쯤이야 뭐'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이 작은 실천의 약속이 은근히 지키기 어렵다. 특히 그림 그리는 일 외에 다른 일들의 비중이 많아지는 시기에는 더 그렇다. 일이 많은 날에는 굳이 옛날에 그린 그림들을 한번 더 들춰보기도 하고, 그림을 그리지 못한 날에는 오늘은 내가 그렇게 시간이 없는 하루였나 되돌아보며 자책하기도 했다.


실제로도 이 매일의 약속은 나의 일상에 많은 변화를 일으켰다. 그림을 그리기 위해 일상에서 빈 시간을 만들고, 빈 시간을 만들기 위해 남은 시간들을 열심히 채워나가는 연습을 하였다. 그림을 그리는 시간은 온전히 나를 위한 시간을 만들어내는 것이었다. 이 작은 여유가 나에게는 큰 힘이 되었고, 다시 남은 날들을 힘차게 나아갈 원동력이었다. 그림을 좋아하는 마음이 크지만 전업 작가로 살아가는 어려움의 현실에서 항상 고민하고, 취업의 문턱 앞에서 좌절했던 날들 안에서 나는 꾸준히 나의 빈 시간 속에서 매일의 기록을 그림으로 하고 있었다.


 그 작은 기록들이 어느새 모여 내 안에서 용기의 씨앗이 되었고, 자신감이 생겼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포기하고 안정적인 날들을 위해 살아간다면 3-4년 뒤 내 모습은 과연 행복할까?라는 질문을 스스로 계속 던졌다. 어쩌면 안정적인 날들 속에서 다른 부분에서 행복을 찾고 여유롭게 살아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내가 지금 하고 싶은 일들을 포기한다면 그 후회는 평생 다시 되돌리지 못할 것만 같은 생각이 들었다. '딱 1년만 좀 더 힘써보자'라는 마음으로 오늘을 채색하며 내일을 그려나갈 것이다.


사색 / Oil on 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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