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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뢰딩거의 고양이 - 중첩의 원리

양자역학 - 물질은 파동이다 (3)

by Neutron

양자역학 주류의 정설은 전자를 센싱 할 때 전자는 입자가 되는 것이 아니라, 결어긋난 (decoherence) 파동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결어긋난 파동은 간섭무늬를 만들지 못한다. 결맞은 (coherence) 파동만이 보강 간섭과 상쇄 간섭을 통하여 일정한 띠무늬를 만들어 낼 수 있다. 결맞은 파동이란 sin 파처럼 일정한 파장과 주기를 갖는 파동을 말한다. 결어긋난 파동이란 파장과 주기가 일정하지 않고 산과 골이 제멋대로 위치하는 파동을 말한다. 백열전구에서는 다양한 주파수의 빛들이 쏟아져 나온다. 이 빛의 다발은 서로 뒤엉켜 매우 불규칙한 파동이 된다. 빨, 주, 노, 초, 파, 남, 보 같은 고유 주파수 영역의 빛들이 가진 파동의 산과 산, 골과 골이 불규칙하게 중첩되어 백색의 빛으로 바뀐다. 반면에 레이저는 동일한 주파수의 빛들이 정확히 겹쳐 쏘아진 묶음이다. 제대로 결맞은 빛 다발이다. 그래서 에너지를 높일 수 있고 멀리까지 보낼 수 있다.


광자나 전자가 결어긋난 파동을 가지는 순간 입자처럼 행동한다. 입자가 파동의 성질을 갖는다는 것은 결맞음에 따라 간섭 현상을 보인다는 것이다. 간섭 현상의 또 다른 의미는 중첩이다. 이중 슬릿 실험에서 전자 각각의 입자는 파동의 성질을 가지고 두 개의 슬릿 모두를 동시에 통과한다. 보강 간섭과 상쇄 간섭을 의미하는 띠무늬가 증거이다. 그런데 전자가 어느 쪽 슬릿을 통과하는지 관측하는 순간 중첩의 성질이 사라지고 전자는 입자처럼 행동한다. 이상의 실험 결과에 따라 과학자들은 전자가 관측되지 않았을 때는 파동처럼 행동하고 중첩된다고 결론지었다. 중첩이라는 말을 다시 표현하면 하나의 입자가 여러 위치 및 에너지 상태에 동시에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 전자와 같이 크기가 아주 작은 미시의 세계에서 일어나는 중첩현상이 우리가 느낄 수 있는 거시 세계에도 영향을 줄 수 있을까? 이런 질문에서 출발한 사고실험이 바로 슈뢰딩거의 고양이이다. 오스트리아의 물리학자 에르반 슈뢰딩거가 1935년에 제안한 사고실험이다.

그림. 슈뢰딩거의 고양이. 출처 : Google


상자 안에 고양이를 한 마리 넣어 둔다. 그 상자 안에는 독극물 병이 놓여있고, 레버에 연결된 망치에 의해서 깨질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이 레버는 방사능 감지기에 의해서 작동하는데, 방사능이 감지되는 순간 레버가 작동하여 망치로 독극물이 담긴 병을 깨뜨린다. 그러면 상자 안에 있는 고양이는 죽게 된다. 방사능 감지기 옆에 방사능 물질을 놓았다면 지금 고양이는 죽었을 까? 살았을까?


양자역학적으로 이 방사능 물질은 중첩상태를 가진다. 붕괴한 상태와 붕괴하지 않은 상태가 동시에 존재한다. 그 말은 고양이도 죽어있는 상태와 살아있는 상태가 동시에 존재한다는 것과 같다. 미시 세계의 중첩상태에 의해 거시 세계의 상태도 중첩된다고 말할 수 있다. 상자 뚜껑을 열고 확인해 보기 전까지는 고양이의 생사가 중첩되어 있는 것이다. 이것이 슈뢰딩거의 주장이다.


이 말을 들은 아인슈타인은 이렇게 반문한다. “그러면 우리가 저 달을 쳐다보지 않을 때 저 달은 없는 것인가?” 여기에 대하여 슈뢰딩거와 의견을 같이 했던 덴미크의 물리학자 닐스 보어는 이렇게 대답했다. “측정되지 않은 달의 상태를 논의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아인슈타인은 실재(Reality)는 관측 여부와 상관없이 존재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즉, 우리가 보지 않을 때도 달은 존재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닐스 보어를 비롯하여 양자역학을 세운 코펜하겐 학파는 우리가 세상을 관측하는 방식이 실재 자체를 결정하며, 우리가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실재를 가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즉, 아무도 관측하지 않았을 때 달은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여러 해 동안 이런 논쟁이 계속되었고, 오늘날에 와서는 코펜하겐 학파의 의견이 더 옳다는 쪽으로 기울었다. 희대의 천재 아인슈타인도 그의 말년에 실수를 하고 만 것이다. 아인슈타인이 실수를 했다기보다는 그 자신이 인과관계가 논리적으로 선명한 형태의 물리학을 믿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한다. 그 논리라는 것은 인간의 이성에서 나온 것이고 어떠한 현상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직 그 현상을 이해할 수 있는 이론이 뒷받침되지 못했을 뿐이다라는 것이 아인슈타인이 깨뜨리기 싫어했던 물리학에 대한 생각이었을 것이다. 분명히 양자역학은 논리적 인과관계로 설명할 수 없는 현상들을 받아들여야 하는 학문이다. 어쩌면 이 우주는 인간의 이성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메커니즘으로 움직이는지도 모른다.


우리는 그 근본적인 원인은 모르지만 광자와 전자 같은 입자들이 어떻게 행동하는지 알고 있다. 그 덕에 인간은 컴퓨터를 만들어 쓸 수 있고, 모든 전자기기를 제조하고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심지어 중첩현상을 이용한 꿈의 컴퓨터라 불리는 양자컴퓨터의 개발도 가시화되고 있다. 인류는 양자역학을 지나 물질의 기본과 그 행동 메커니즘을 계속 연구하고 있지만 실험 결과를 얻고 가설을 세우는 것에 만족해야 했다. 미국의 천재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만은 이렇게 말했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이 세상에 양자역학을 완벽히 이해하는 사람은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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