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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작은 세계

양자역학 - 물질은 파동이다 (1)

by Neutron Mar 22. 2025

미시의 세계


이제부터는 눈에 보이지 않는 아주 작은 세계로 들어가 볼 테니, 상상력을 최대한 동원해서 따라오길 바란다. 필자는 개인용 컴퓨터가 보급되기 전까지 연필로 글 쓰는 것을 좋아했다. 실수로 잘못 쓴 문장을 바로 지울 수 있어서인데, 볼펜으로 쓴 글을 지저분하게 그어 놓는 것보다 보기에 훨씬 깨끗했기 때문이다. 연필심은 흑연으로 만들어져 있고, 이 물질의 정체는 탄소이다. 탄소 원자들이 공유 결합이라고 불리는 일정한 배열로 결합되면 흑연이 된다. 탄소 원자들은 일정 거리에서 서로 당기는 힘에 의해 결합된다. 공책에 연필심을 눌러 글씨를 쓰면, 연필심이 공책과 맞닿는 부분에 마찰열이 발생한다. 이 마찰열로 인한 에너지는 흑연의 탄소 배열 층(Layer)을 깨뜨리고, 연필심 표면의 탄소분자들 중 일부가 종이 표면에 달라붙는다. 종이 표면을 이루고 있는 분자들과 서로 전기적 인력에 의해 달라붙는 것이다. 흰색 종이 표면에 달라붙은 검은색 탄소 덩어리들 때문에 종이와 글씨가 구분되고 우리가 글자를 읽을 수 있게 된다. 이제 종이에 달라붙어 있는 탄소 원자를 향해 조금 더 가까이 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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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흑연의 탄소 원자 배열.    출처 : Google


글씨의 작은 한 지점을 매우 크게 확대하면 탄소 원자들이 나란히 배열되어 있는 모습이 보인다. 조금 더 확대하여 배열을 이루고 있는 탄소 원자 하나의 근처까지 가본다. 탄소 원자는 원자핵과 그 주위를 도는 전자들로 구성되어 있다. 전자들이 분포하는 원자의 외곽 직경을 축구장의 크기라고 했을 때, 원자핵의 크기는 그 축구장 가운데 놓인 작은 구슬 정도의 크기이다. 원자도 작은데, 원자핵은 얼마나 작은 지 실감이 나지 않는다. 영국의 물리학자 어니스트 러더퍼드(Ernest Rutherford)는 원자의 구조에 대해 연구하였고, 원자핵과 양성자를 발견하였다. 그의 연구 성과에 힘입어 모든 원자는 원자핵과 그 주위를 도는 전자로 이루어져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사실 전자가 원자핵 주위를 "돈다"라는 말이 맞는 표현인지 모르겠다. 왜냐하면, 전자가 원자핵 주위를 돈다는 것은 지구가 태양 주위를 돈다고 할 때의 공전 또는 원운동과는 물리학적으로 다른 현상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를 제기하는 이유는 앞으로 천천히 살펴보겠다. 다른 마땅한 설명이 떠오르지 않으므로 당분간 원자의 구조를 설명할 때 전자가 원자핵 주위를 돈다는 표현을 사용하도록 하자.


원자의 대부분은 빈 공간이 차지하는데, 어째서 원자가 원자 사이를 통과하지 못하는 걸까? 그 이유는 원자 외곽에 분포하는 전자까리의 척력(서로 미는 힘) 때문이라고 설명할 수 있다. 물체와 물체가 서로 부딪치면 반발을 하는데, 이때 물체의 표면에 분포하는 원자들 간에 서로 미는 힘이 발생한다. 그 힘은 원자의 최외곽을 도는 전자끼리의 미는 힘 때문에 생긴다라고 설명할 수 있다.



확률의 과학


탄소 원자는 6개의 양성자와 6개의 중성자로 이루어진 원자핵과 그 주위를 도는 6개의 전자로 구성되어 있다. 안정정 상태에 있는 탄소 원자는 양성자의 개수와 전자의 개수가 같아 전기적으로 평형을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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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탄소 원자 모형.      출처 : Google


그림처럼 탄소 원자를 도는 전자는 2개의 에너지 준위(Level)를 갖는데, 첫 번째 에너지 준위에 2개, 두 번째 에너지 준위에 4개의 전자가 위치한다. 에너지 준위는 각 전자가 도는 궤도라고 이해하면 되는데, 외부로의 에너지 유출입이 없는 한 모든 전자는 처음의 궤도를 고수한다.


원자 내부로 에너지가 유입되거나 원자 밖으로 에너지가 방출되면 전자의 에너지 준위가 변하는데, 이때 매우 신기한 현상이 벌어진다. 전자가 1 준위에서 2 준위로 옮겨 간다고 할 때 전자는 두 준위 사이 공간을 모두 거쳐 이동하는 것이 아니라 갑자기 사라졌다 갑자기 나타난다. 아파트에 비유하면, 1층에 2개의 전자가 살고 2층에 4개의 전자가 사는데, 1층에 사는 전자 한 개가 2층으로 올라갈 때 계단이나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순간이동을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 현상을 양자도약 (Quantum Jump)이라고 부르는데, 마치 홍길동이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는 식으로 마술 같은 현상이다. 우리 주변의 거시적인 환경에서는 도저히 경험할 수가 없는 일이다.


우리는 이제부터 이 기이한 현상에 초점을 맞출 것이다. 양자도약의 본질은 존재할 확률이다. 물리학의 본질은 자연 현상의 과학적 분석이며 현상에 대한 원인 규명인데 여기에 확률이 웬 말인가. 전자가 존재할 확률? 아인슈타인이 양자역학에 회의적이었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신은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는다는 그의 말처럼 자연 현상이 확률적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은 물리학자에게는 좀처럼 받아들여지지 않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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