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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화(Quantization) - 불연속의 세계

양자역학 - 물질은 파동이다 (4)

by Neutron

양자(Quantum)란 물리량이 가질 수 있는 가장 작은 단위를 의미한다. 이 것이 양자역학이 뉴튼역학을 비롯한 고전역학과 대비되는 개념이다. 고전역학에서 물리량이란 최소값이 없고 한없이 작아질 수 있다. 질량도, 운동량도, 에너지도 최소값이란 없고 모두 연속적이다. 이를 받아들이면 세상은 연속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


과학자들이 원자의 구조를 밝혀내면서 이러한 연속적 세계관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원자는 원자핵과 전자 사이에 매우 큰 비어있는 공간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전자의 궤도는 특정한 에너지 준위를 가지고 있다. 한 원자 안에 여려 개의 전자 궤도가 있다고 하면 그 궤도를 도는 전자의 에너지는 어떤 값의 상수배로 차이가 난다. 하나의 원자 안에서 다른 궤도를 도는 전자의 에너지가 연속이 아니라는 것이다. 하나의 전자가 E1이라는 에너지를 갖고, 또 하나의 전자가 E2라는 에너지를 가진다고 할 때, 이 전자들은 E1.2나 E1.5의 에너지를 가질 수 없다는 말이다. 전자는 E1이라는 에너지 궤도에서 E2라는 에너지 궤도로 옮겨갈 때 그 사이 공간을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순간이동(Quantum Jump)을 한다.


양자화의 가설은 원자의 구조를 설명하기 위해서 탄생했다. 원자핵 주위를 도는 전자가 어떤 이유에서 에너지를 잃는다면 양의 전하를 가진 원자핵과 더 가까워져야 하고 그 전기적 인력에 의해서 결국에는 원자핵과 충돌해야 한다. 원자 내의 전자는 실제로 에너지를 얻거나 잃으면서 빛을 흡수하고 방출한다. 만약, 이 세계가 연속적이라면 이렇게 에너지를 잃은 전자는 원자핵과 충돌해야 하고, 모든 원자는 붕괴해야 한다. 우주의 모든 물질은 이미 붕괴하여 없어졌어야 한다.


우리의 몸이 아직 건재하고 그 형태를 유지할 수 있는 이유는 전자의 에너지가 양자화되어있기 때문이다. 원자 속의 전자는 에너지를 얻거나 잃을 때 정해진 궤도만을 옮겨 다닌다. 전자는 이 몇 개의 궤도들을 옮겨 다닐 뿐 일반적인 상황에서 전자가 이 궤도를 이탈하여 원자핵과 충돌할 경우는 없다. 별이 생을 다할 때 중성자별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상상도 못 할 크기의 중력이 작용하여 원자를 붕괴시키기도 하지만, 이런 거대한 중력의 영향이 없는 상태에서 원자가 붕괴될 일은 없는 것이다.


양자화의 대표적인 증거가 빛 스펙트럼이다. 원자가 빛을 흡수하거나 방출하는 이유는 원자 내의 전자가 에너지 준위를 바꾸기 때문이다. 원자의 종류에 따라 흡수하거나 방출하는 빛의 주파수가 다르고, 같은 종류의 원자는 항상 같은 주파수의 빛을 흡수하거나 방출한다. 그래서 어떤 물질에서 방출되는 빛을 관찰하면 그 구성 성분을 알 수 있다. 특정 원자에서 방출되는 빛은 고유의 주파수를 갖는다. 태양과 같은 별은 핵융합에 의해 빛을 발산하는데, 그 스펙트럼을 분석해 보면 수소 원자의 비중이 가장 큰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오래전에 사람들은 별의 주된 구성 성분은 철과 같은 금속이라고 여겼다. 하지만 그 주파수 스펙트럼을 분석한 결과 주된 구성 성분이 수소라는 것을 알아낸 것이다.


물질의 최소 단위인 원자와 전자의 에너지와 스핀 등 모든 물리량이 양자화되어 있으므로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물질의 물리량은 양자화되어 있다.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물질의 물리량이 양자화되어 있으므로 이 세계는 불연속적이다. 심지어 공간도 불연속적이라고 주장한 사람이 있었다. 독일의 물리학자 막스 플랑크는 플랑크 길이를 제안하였다. 플랑크는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에서 최소의 공간이 존재하고 이 길이 이하는 의미가 없다고 주장하였다. 이 우주의 공간은 단위 부피를 갖는 아주 작은 픽셀들의 집합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이다. 아직까지 공간이 연속적인가 불연속적인가에 대한 논쟁은 계속되고 있지만, 필자는 개인적으로 공간도 불연속적이어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필자의 주관적인 견해로는, 물체가 이동할 때 공간을 건너뛰지 않고서는 한 점에서 다른 점으로 위치를 바꾸는 것이 불가능하다. 마치 애니메이션을 제작할 때 조금씩 다른 모습을 그려 넣은 필름 수십 장을 번갈아 보여줘야 우리가 움직이는 그림을 볼 수 있는 것처럼 부피가 0인 한 점에서 바로 옆의 점으로 이동한다는 것은 수학적으로는 가능하지만 물리학적으로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플랑크 길이가 존재하여 한 점에서 그다음 점으로 순간이동을 하는 과정이 누적되어야만 물체는 움직일 수 있다. 필자가 중학생 시절 가졌던 의문에 대한 해답을 양자역학이 말해 주고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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