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히 걷듯 천천히 거닐듯이….
여행 4일 차.
자그레브를 출발해서 플리트비체 국립공원으로 이동하는 버스 안이다. 문득 줄리아 로버츠 주연의 영화 한 편이 생각난다.
'그 영화 제목이 뭐였더라.'
'아, 그거 있잖아. 그거?'
"바지 꽉 끼는 거 신경 쓰지 말고 인생을 즐겨라."
대사 한 구절까지도 또렷하게 기억나는데 영화 제목이 퍼뜩 떠오르지 않는 것이다. 내 나이 또래 여자들은 세 명이 모여야 문장 하나를 겨우 완성한다더니 틀린 말이 아닌가 보다.
'먹고, 자고, 기도하라?'
'자고, 먹고, 사랑하라?'
요리조리 퍼즐 맞추듯 머리를 쥐어짠 끝에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제목을 완성한다.
주인공은 1년 동안 세 개의 나라를 여행한다.
이탈리아에서는 즐기고(먹고)
인도에서의 시간은 자신을 마주하고(기도하고)
마지막 발리에서의 여정은 진심을 받아들이는(사랑하라) 여행이다.
이 영화는 단순히 낯선 나라를 방문하는 여정을 그린 작품이라기보다는 자신을 새롭게 발견해 가는 과정을 담고 있다.
이처럼 여행이란 단순한 이동이나 관광으로 낯선 공간에서 느끼는 해방감만이 전부는 아닐 것이다.
어쩜, 익숙하다 못해 푹~, 쩔어 있는 일상에서 벗어나야만 내가 누구인지, ‘진짜 나’를 제대로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그럼 나는?
이국 땅, 낯선 나라의 역사와 문화, 색다른 사람 사는 모습을 보고자 함이 아니다. '그냥 아무 생각하지 말고 떠나자' 했다. 공항에서 수하물 붙이던 직원이 '어디 가느냐?' 확인차 물었을 때 "크리아티에 가요!" 당당히 대답하자 뜨악! 하던 표정을 잊을 수가 없다. 이스탄불을 경유해서 간다는 것조차도 잘 몰랐던 것이다.
천천히 걷듯 천천히 거닐며
하늘 한번 올려다보고
물색 한번 들여다보고
아그리드해 바람 한 자락에
101가지 겹이진 감정은 한 꺼풀씩 스르르 풀어지고….
거기에 더한 사치라면 '노천카페 앉아 커피 홀짝거리기'
그리고 바라는 것이 있다면
한국으로 돌아왔을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