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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길만 걸으세요

#감사인사 #지리산종주 #인생여정 #자연이주는선물 #행복은순간순간에

by 노영임


꽃길만 걸으세요



앞으로

꽃길만 걸어서 가세요!


고개 중턱쯤 올라

숨 고르며 뒤돌아보니


오히려

지나온 길이

어여쁜 꽃길이거늘





지금 난 인생 몇 부 능선을 넘는 걸까?

2박 3일 지리산 종주길을 나섰다. 집채만 한 배낭을 메고 어떤 때는 네 발로 기다시피 오르락내리락하며 “이건 미친 짓이다." 종주먹질 해댔었다. 하지만 지긋지긋한 기억만 있었을까?

목 타는 갈증을 느낄 때 쫄쫄~ 흐르는 샘물도 만났지. 돌부리 걸릴라 산길만 보며 걷다가 휴~, 고개 들었을 때 하늘에 뭉게구름이 그렇게 반가울 줄이야. 비 오듯 땀범벅일 때 사르락, 사르락, 바람이 말 걸어주었지. 나뭇가지 틈새로 들이치는 햇살은 하~, 눈 부셔. "그래 이 맛이야. 이 맛" 콩꼬투리 터지듯 감탄사가 절로 터졌었지.

무엇보다 세석평전 지나며 뒤돌아볼 때 쫘악~, 펼쳐진 야생화 너른 꽃밭을 걷는 기쁨이란. "내가 꽃길을 걸어온 거네." 밀레 그림 <만종>처럼 두 손 모아 산의 모든 정령들에게 기도하고 싶은 감동에 가슴 먹먹했었지.

지금 나는 인생 몇 부 능선을 넘고 있는 걸까? 다리 쉼 하느라 잠깐 멈춰 뒤돌아보니 어쩜, 지금까지 살아온 날들이 꽃길이었거늘….



어머, 저 꽃들 좀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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