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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 작가의 불편한 진실-속편

- 에필로그

by 노영임
아니, 벌써?


2번째 글 연재를 마친다.

1편 '나 삐뚤어질 테야."에 이어 2편 '시詩가 밥 먹여 주냐?' 도합 60편을 올린 셈이다. 그동안 1년이란 시간이 지났고, 나이 한 살을 더 먹었다. 그리고 39년 교직생활을 포함하여 56년간 학교만 다니다가 드디어 졸업(?)했다.

첫 번째 연재글을 마치며 에필로그에 <브런치스토리 작가의 불편한 진실>을 올렸었다. 멋모르고 시작해서 좌충우돌 속앓이했던 과정에 대한 푸념이었다. 이후 두 번째 글 30편을 마치며 이쯤에서 '중간 정산'이 필요하지 않을까? 급히 발행 예정된 글을 취소하고 컴퓨터 앞에 앉았다.




<브런치스토리>는 세상을 내다보는 창이다.

창문은 좁지만 창 밖 이야기는 무궁무진하다. 20대 청춘을 다시 읽을 수 있고, 국내는 물론 세계 곳곳을 빠대고 다닐 수 있다. 전혀 관심도 없는 주식에서 창업, 요리 레시피까지 온갖 이야기들이 넘쳐난다.

특히 본인이나 주변인의 아픈 이야기가 참, 많다. 아파트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닫히는 그 순간 층층마다 물건을 배달하는 택배기사 작가님 글에는 경외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이토록 힘든데 무슨 짬에?' 이 분들에게 '글쓰기란 어떤 의미일까?' 생각해 보게 된다. 어쩜, 글 쓰는 것이 유일한 숨구멍 아닐까?

그 힘듦의 깊이를 어찌 가늠조차 할 수 없기에 상투적인 위로의 말조차 건네기 주저하고 있다. 그래서 늘 미안한 마음이다. 이것이 나의 불편함 중 하나다. 이 자리를 빌려 꼭, 전하고 싶다. "모두모두 힘내세요!"

또 하나의 키워드를 꼽으라면 '나답게'다. 나답게 살겠다는 것이다. 줄리아 로버츠 주연의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영화에서 주인공은 3개 나라를 여행하며 새롭게 자신을 발견한다. 우리 많은 작가들은 여기에 글을 쓰며 나를 찾고 있다. '나를 찾아가는 지형도'그려나가는 것은 아닐까? 나는 이 나이에 "나 삐뚤어질 테야!" 육춘기 반항아처럼 외치고 있는데 말이다. 이들의 보물찾기, 나 찾기를 힘껏 응원한다. "파이팅!"

두브로브니크 성벽

'초고는 어차피 쓰레기에 불과하다'니

글 한 편이 발행되기까지 적어도 21번은 읽는다. 조사 하나하나 살펴가며 읽고, 소리 내어 읽어본다. 그만큼 고치고, 다듬어 짠! 하고 내놓건만 이렇게 잘 쓴 글을 왜 읽어주지 않는 건가? '내 글이 그렇게 형편없는 넋두리인가?'자아비판에 빠지기도 했다. '글을 계속 써야 하나?' 회의감이 들기도 했다. "누구 위해서 썼나? 나 위해 썼지." 오기를 부려보기도 했었다.

'○○님이 구독을 눌렀습니다.' 핸드폰 알림이 뜰 때마다 꺄! 환호했다. '○○님이 라이킷했습니다.' 하트 찍힐 때마다 심장이 바운스~ 바운스~ 했다. 그런데 구독자 숫자가 줄어들면 쓱ㅡ, 누군지도 모르는 탈퇴자에게 눈 흘긴다.


나는 작가이자 독자이다

<브런치스토리>를 시작한 지 1년이 지났다. 짬밥을 거저먹은 건 아닌가 보다. 이제는 좀 편해졌다. 옷가게에 손님이 들어왔다고 다들 옷을 구매하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아이쇼핑하듯 휘~ 둘러보고 마음에 드는 것이 없으면 그냥 나갈 수도 있다. 나도 그런다. 브런치스토리도 여기에 비유할 수 있지 않은가?

나는 작가지만 독자다. 상점 주인이기도 하지만 손님인 경우가 더 많다. 내 주머니 사정을 염두하듯 시간도 적절히 안배해야 한다. 그러니 독자 입장에서 보면 내 글을 꼭 읽어주길 바라는 게 얼마나 터무니없는 욕심인가? 더구나 명품샵도 아니고 말이다. "옷 잘 봤어요." 그냥 나가도 ", 괜찮아요. 또 오세요." 인사해야 한다. 하지만 '시간이 없다'. '읽을거리가 많다.' 어떤 변명을 둘러대도 끝까지 진정성 있게 읽지 않는다는 건 작가이자 독자인 나로서 불편한 진실일 수밖에 없다. 이것이 나의 양심고백이다.


2025. 9. 17. 22:20 현재.

내 글 <구독자수>는 508명, 내가 구독하는 <관심 작가>는 50명이다. 이 불균형은 뭔가? 상당히 불합리하지 않은가? 이것이 나의 또 다른 불편함이다. 브런치스토리, 이 바닥의 국룰이라면 맞구독, 상부상조하는 품앗이인데 말이다. 하지만 관심분야나 취향이 서로 일치하기만 할까? 혹시, 맞구독을 기대하고 들어온 작가도 있을 것이다. 나의 구독자님들께 이 말 전하고 싶다. "고마워요. 그런데 언제든 떠나셔도 좋아요."


많은 작가들이 출간을 꿈꾼다.

왜 안 그럴까? 종이책으로 맨질맨질 만져지는 촉감에 사르락 사르락, 책장 넘김이라니…. 거기다 묵직한 무게감은 성취감으로 환원될 것이다. 종이책이 주는 의미는 그런 것이다.

내 돈 들이지 않고 책을 낼 수 있다면, 게다가 돈까지 벌 수 있다면 뭘 더 바랄까? 나도 출간에 마음이 없지 않았기에 『돈 버는 브런치 글쓰기(류귀복 저) 책 2권을 구입해서 달달 외우기라도 할 듯 글에 줄 쳐가며 읽기 시작했다. 그런데 뒤로 갈수록 책장을 넘길 기력조차 없어진다.『공부가 가장 쉬웠어요(장승수 저)』 를 읽었을 때 "이게 말이라고?", "장난하나?" 느꼈던 배신감(?)과 비슷했다. 눈뜨면서 잘 때까지 오로지 글. 글만 생각하고, 차 안에서 밥 대신 빵을 씹어가며 글을 다듬고…. 내가 내린 결론은 이 정도 할 각오가 아니라면 "절대 남의 돈 거저먹을 생각 마라." 선언하노라.

나는 영혼까지 갈아 넣을 자신이 없다. 애초에 마음 접고 이번 정년퇴직을 앞두고 세 번째 시집 『어른들은 보아뱀을 모자라한다』 자비로 출간했다. 그리고 주변 고마운 이들에게 시루떡 돌리듯 마음을 전했다.


"책을 출간해 봤자 책이 안 팔린다."

많은 작가들이 불만을 토로한다. 그 원인 제공자로 <브런치스토리>도 한 몫하지 않을까? 실시간으로 따끈따끈한 글들이 올라온다. 읽을거리가 차고 넘친다. 한 마디로 내 입맛대로 골라 읽을 수 있는 '뷔페 레스토랑'이다.

멤버십 시스템이 생기긴 했지만 마실 다니듯 슬슬 돌아다니며 실컷 읽을 수 있다. 오히려 읽을 시간이 부족하다. 감사 표시로 라이킷 정도 눌러주면 된다. 좀 더 성의를 보인다면 댓글로 공감을 표시하면 된다. 그것만으로도 우리 작가들은 무한 감사한다. 그러니 책이 팔릴 리가 있나.


이 바닥에 나만의 영업비밀(?)을 살짝, 털어놓겠다.

내 글에 라이킷 누른 작가의 글은 기어코 찾아간다. 제목(제목이 글의 50%를 해낸다고 하지 않는가.)만이라도 흩어본다. 그 과정에 땡기는 글을 만나면 처음부터 정독 들어간다. 그리고 다녀갔다는 표시로 '좋아요!' 라이킷 꾹!

물론 내 글에 달린 댓글은 100% 답글을 달아준다. 그리고 그 작가 글방을 방문한다. 우리는 글쓰기가 생업인 사람들이 아니다. 짬 내서 글쓰기도 벅차다. 그런데 내 글을 읽고 '좋아요' 눌러주는 것도 감지덕지인데 댓글까지 달아준다는 것은 배려다. 감동이다. 감동.

다음이 <관심작가> 글방 찾아가기다. 정년퇴직을 하면서 나의 관심분야가 확실히 달라졌다. 당분간 학교나 교육 이야기는 듣고 싶지 않을 것이다. 관계, 직장, 스트레스, 이런 단어는 가급적 피하고 싶다. 소소한 일상을 다룬 따뜻한 이야기가 좋다. 그리고 <관심작가>는 내가 감당할 만큼만 수용하려고 한다. 맞구독에 연연하지 말고 욕을 먹더라도 고수할 생각이다.

그다음이 존경하는 나의 구독자님들 이시다. 508명의 작가마다 "안녕하시냐?" 일일이 방문 열어보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다. 1~2주에 한 번씩 하루 날을 잡아야 한다. 애초에 구독 신청한 내 주변 지인들은 이제 내 글을 읽지 않는다는 사실에 씁쓸함을 맛보는 과정이기도 하다.

그날 그날, 새내기 작가들 글 위주로 읽는다. <응원순>, <라이킷순>이 아니라 <최신순>으로 어린 작가들 글에 라이킷 꾹! 꾹! 눌러주는 것은 여전하다. 그들은 과제물 제출 후 선생님 반응을 살피는 학생들처럼 숨죽여 독자들 반응을 기대하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영혼을 갈아 넣듯 글 쓰고 있다는 것도 잘 알기 때문이다. 그 순수한 열정에 대한 응원과 위로인 셈이다.




아침 눈뜨면 '밤새 들어온 알림이 있나?' 핸드폰부터 확인한다. 화장실에 머무는 시간도 더 길어졌다. 잠들기 전에 조금만 더 조금만 더, 글 하나만 더 읽고….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시각이 새벽 2시 28분. 아이들이 밤새워 게임한다고 나무랄 것 없다. 핸드폰 중독이라고 야단칠 것 하나 없다. 내가 딱, 그 짝이니 말이다. 학생들처럼 하루 몇 시간까지만 허용 시간을 정해두던지 원. 그래서 밤 10시부터 다음 날 새벽 6시까지는 핸드폰을 비행기 모드로 전환시킨다.


오만추!

오래가는 만남을 추구한다.

브런치스토리에도 너무 매이지 않는 것이 오래가는 방법 아닐까?


오만추!




PS : 다음 주부터 세 번째 글 <중년 나이>로 뵙겠습니다.^^

나이에 따라 생각도, 감정도 달라지겠지요? 내 나이에 느끼는 소소한 일상 이야기를 시조로 담고자 합니다. '시 한 줄'이라도 읽고 사는 품격(?) 있는 사치를 누려보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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