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브런치스토리 작가의 불편한 진실-에필로그

#브런치스토리 #글 #작가 #독자

by 노영임
그게 뭐야, 먹는 거야?


브런치스토리. 이런 것도 있어?

지난 여름방학 지리산 노고단 대피소에서 1박을 하게 되었다. 밤 9시 소등이라 일찌감치 숙소로 들어갔다. 앉은 크기 정도 낮은 층고지만 나무로 만들어진 캡슐형 1인 1실이다. 머리맡 창문을 여니 바람 소리가 극성스러울 정도로 소란스럽다. 그보다는 아랫칸인지, 옆 칸인지 분간할 수 없지만 "드렁~ 드렁!" 코 고는 소리에 이래저래 쉽게 잠들기는 글렀네 싶었다.

하릴없이 핸드폰으로 인터넷 바다를 허우적거리다 우연히 맛깔스러운 글 한 편 읽게 되었다. 그때 처음 알게 된 것이 브런치스토리다. "잉~, 나도 한 번 써볼까?" 그렇게 시작하였다.





나는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국어교사다.

국어교사로 25년 넘게 아이들을 가르쳤다. 게다가 시조時調를 공부한답시고 30년 넘게 끄적거리고 있다. 그렇다면 이 나이에 남보다 좀 더 잘할 수 있는 게 글쓰기 아닐까. 퇴직 앞두고 뭐 하나? 진 빼지 말고 글이나 쓰는 게 상책이지 싶다. 시조의 대가大家 자리는 앞날이 창창한 젊은 친구들에게 넘겨주고 나는 거창하지 않은 신변잡기 글이나 끄적거리자. 그동안 밀린 일기를 한꺼번에 써보는 거다.

"어이구, 이 눔의 팔자야~" 뭔 일이 생길 때마다 곡소리 내듯 푸념 늘어놓던 친정엄마는 왜정시대부터 지금까지를 책 10권은 쓰고도 남는다고 하신다. 그렇다면 나는 일기장 한 권쯤은 수 있지 않을까? 막상 퇴직 앞두고 "나는 뭔가? 빈손이잖아." 헛헛할지 몰라 1년 전부터 찔끔찔끔 시간 날 때마다 끄적거려 왔었다. 그 글을 다듬어 세상밖으로 내놓는 셈이다.





브런치스토리 작가가 되다

무슨 복음이라도 전하듯 가까운 지인들에게 두루두루 알렸다. 그런데 "그게 뭔데, 먹는 거야?" 묻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내 글의 타깃인 주 고객님은 50대, 60대이다. 그들을 가입에서 구독까지 시켜 브런치 떠먹게 하는 것 쉽지 않은 일이다. "이렇게 복잡한 건 딱 질색이야." 나중에 읽어보겠다는 유보적인 대답뿐.

'○○님이 구독을 눌렀습니다.' '○○님이 라이킷했습니다.' 핸드폰 알림이 뜰 때마다 신났다. 칭찬도 고래를 춤추게 한다는 말이 이런 거구나 실감한다. 처음 올린 글에 라이킷이 129개 찍혔다. 하트 하나하나씩 찍힐 때마다 심장이 바운스~ 바운스~ 한다. 그러나 개업 발(?)은 딱, 거기까지다.


왜 내 글을 읽어주지 않는 걸까?

오랜만에 만나면 "머리 스타일 바뀌었네?" 호들갑스레 물어보면서도 "요즘, 글 잘 읽고 있어." 말 걸어주는 이가 없다. 교감으로 있던 학교에서 만나 10년 넘게 인연을 맺은 절친들끼리 1박 2일 여행을 간 적 있다. 자기네 학교 교장 흉은 실컷 보면서도 부런치스토리, 내 글에 대한 언급은 일절 없다. 처음 작가가 되었다고 했을 때 "멋있다 엄지 척!" 하던 사람들은 다 어디로 간 걸까?

'나의 일이라면 기꺼이….' 나서줄 만큼 인간관계를 공고히 다져왔다고 믿었다. 이런 터무니없는 믿음은 <브런치스토리> 글을 쓰면서 사탕 깨물 때처럼 "와자작~" 깨져버렸다. 남들은 내게 관심이 없다는 분명한 사실에 꽤나 마상(마음의 상처)을 입었다. '내 글이 그렇게 형편없는 넋두리인가?' 자아비판에 빠지기도 한다. '글을 계속 써야 하나?' 회의감이 들기도 한다.

한편으로는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나 먹는 법이지." 그들은 내 글만이 아니라 원래 글이라고는 읽지 않는 사람들일 거야. 남 탓으로 돌리고 싶은 마음도 없지 않았다. 그렇지만 지인들 바라보고 시작했다면 친인척에게 보험상품 팔아먹겠다고 사업에 뛰어든 영업사원과 뭐가 다를까.


브런치스토리 작가의 불편한 진실

어차피 이 바닥에 들어섰으니 여기 생리를 알아야겠기에 라이킷(좋아요)을 많이 받은 작가 글을 읽어본다. 이내 들의 공통점을 알겠다. 인기 작가는 일단 구독자가 많다. 또 그들이 구독하는 작가도 많다. 어떤 이는 구독자 1,226명에 관심작가가 9,061명이다. 이게 가능하다고? 1주일 동안 글 한편씩 쓰기도 버거운데 9천 명이 넘는 작가의 글을 찾아서 있는다고? 아무리 머리를 굴려봐도 나는 불가능하다.

거기에 비하면 내 글의 구독자는 189명이며 나의 관심작가는 고작 10명이다. 그제야 나의 패착을 알겠다. 남 글은 지 않고 내 글은 읽어주기 바란 것이다. 내가 먼저 베풀어야 남들도 베푼다는 이 간단한 진리를 간과한 것이다.

내가 먼저 모르는 작가의 글을 읽고 라이킷을 눌러본다. 얼마 지나지 않아 방금 전 작가가 내 글에 라이킷을 눌렀다는 알림이 뜬다. "아, 그렇구나. 이 세계의 원리는 서로 상부상조하는 품앗이구나."

그래도 혹시나 영혼을 갈아 넣듯 글 쓰지만 나처럼 풀죽을까봐 응원순, 라이킷순이 아닌 어린 작가들 글 위주로 읽고 라이킷을 꾹! 꾹! 눌러준다.




왜 글을 쓰냐고요?

"돈이 되나요?" 내 경우엔 어림없는 소리다. 이 바닥에서도 잘 나가는 상위 1%에 해당하는 작가는 짭짤한 수입에 책 발간까지 탄탄대로를 걷고 있을지도 모른다. 오히려 나는 처음 시작하면서 여기 시스템을 잘 몰라 <응원> 받기를 그냥 놔두었다가 식겁했다. 나는 나랏돈을 먹는 교사, 공무원이다. 허둥지둥 후원금을 보낸 이들을 찾아 일일이 환급(?)해주는 해프닝을 벌였다.(후원자 한 명은 끝내 찾지 못함. 혹시 이 글 보면 연락바람) 그래도 돈은 벌지 못했지만 돈 번 것과 매한가지다. 딱히 할 일 없으면 TV나 인터넷 뒤지다가 "이거 한 번 사볼까?" 질러버리는 게 쇼핑이다. 이제는 그럴 짬이 없다. 그 시간에 키보드 자판을 두들기느라 홈쇼핑이나 인터넷 쇼핑할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돈 쓰지 않은 만큼 돈이 굳은 셈이다.

나에게 집중한 시간이었다. 60살 넘은 여자라면 얼마나 속 시끄러울 나이인가? 내 주변만 봐도 갱년기네, 우울증이네 몸이든 마음이든 아픈 이야기다. 나 같은 '감정형 인간'은 한번 기분이 처지면 뻘밭에 빠지듯 추스리기 어려운 나이다. 하지만 딴생각할 겨를이 없다. 사춘기보다 무서운 육춘기. 바람피우지 않고 어딘가 이토록 빠질 수 있다니….


이건 내 이야기다.

닉네임도 아닌 내 이름 석자 '노영임'을 버젓이 내걸고 쓴 내 글이다. 그 지긋지긋하게 가난한 과거사부터 꼰대교장인 지금까지 신상이 죄다 털린 셈이다. 그것도 남이 아닌 내가 말이다.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얼마만큼 드러내야 하나? '노출 수위'가 사뭇 조심스러웠다. 나뿐만 아니라 내 가족, 특히 가장 큰 피해자는 남편이다.

하지만 '진솔하게 쓰자.' 양심선언을 하고 시작하였기에 이는 최대한 준수해 왔다. 이해사 작가의 <내 글도 책이 될까요?>라는 책에서 보면 '사람은 태생이 관종'이라고 한다. 렇다. 나는 관심받고 싶어 하는 관종이라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나, 관종 맞네. 관종!





1인 독자를 위한 1인 작가다

매주 일요일 오후 3시. 글 한 편이 발행되기까지 적어도 21번은 읽는다. 매끄럽게 읽히나 소리 내서 읽어보고, 오탈자가 있나, 중복되는 단어가 있나? 조사 하나하나 살펴가며 읽고, 또 읽고, 다시 읽고…. 단 한 사람, 1인이 될지라도 "맞아! 맞아!" 공감해 줄 독자를 위하여…. 어쩜 그 단 한 사람은 '나' 일지도 모른다. 누구 위해서 썼나? 나 위해서 썼지.


그럼 됐어.


PS : 또 다른 얼굴로(?)로 뵙겠습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