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초월 #마음은 소녀 #따뜻한 시 #추억소환 #세월과 우정
언제쯤 오려나?
목 길게 빼고 갸웃갸웃
버스 승강장 의자 앉아
고갯짓 하던 두 할머니
어쩌다
눈 마주치자 서로 빤히 보는 거야
어라, 이게 누구랴?
어머머, 너! 너 맞지?
동시에 암호 대듯
여학교 이름 외치고
좋아라,
손뼉 쳐가며 반가워 어쩔 줄 몰라
넌 어쩜 그대로니?
그런 너는 어떻고?
그때랑 똑같다 얘~.
새삼 소녀가 된 듯
호! 호! 호!
입가 가린 채 어찌나 수다 떠시는지
발그레 상기된 뺨에
립스틱 발랐어도
허옇게 센 머리에
이마 주름 자글자글
칠순은
훨씬 넘기신 할머니들 분명하고만
어느 날, 버스 승강장에서 두 할머니를 만났다.
요, 귀여운 할머니들을 그냥 웃어넘길 수가 있어야지. 두 분 모습이 너무 인상 깊어 이 시를 안 쓰고는 배길 수가 없었다.
버스 승강장에서 우연히 마주한 두 할머니. 처음엔 서로를 알아보지 못하다가 한순간에 "어머머, 너 맞지?" 반가움을 터뜨리며 단숨에 모든 시간을 사라지게 하는 마법 같은 순간이다. 머리카락은 희어졌고, 얼굴엔 주름이 가득하지만 서로의 이름 부르며 환하게 웃는다. 짝! 짝! 손뼉을 마주치며 좋아라 어쩔 줄 모른다. 저렇게 좋으실까? 보는 이도 흐뭇하다. "넌, 어쩜 그대로니?"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마음만큼은 소싯적 그대로 남겨두고 싶은가 보다. 여전히 소녀들이다.
난 어떨까? 혹시, 길에서 우연히 누군가 만나게 된다면….
피부과 의사가 견적 뽑듯 요리조리 얼굴 뜯어보며 "저 이마 주름 좀 봐. 딱, 밭고랑이네.", "이 팔자주름을 어째?" 팩트 체크는 제발 사양하겠다. 덕담 나누듯 "나이보다 어려 보여요." 하얀 거짓말을 해주길 바란다. 아니, 새빨간 거짓말이라도 좋다.
"어머, 하나도 안 변했네."
* 사진자료: https://pixaba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