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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 밥그릇

#치열한삶 #개밥그릇철학 #생존본능 #삶의자세 #몰입의미학

by 노영임


개 밥그릇



툭! 툭!

납작 엎어지면

발로 일으켜 세우고

떼구르~ 굴러가면

이빨로 물어 와서

밥그릇

밑바닥까지 싹싹 핥고 또 핥아


좀처럼 그치지 않고

핥으면 핥을수록

혓바닥 닿은 자리

반짝반짝 윤기 돌아

양재기

개 밥그릇이 눈부실 지경이다


그 누가

제 밥그릇을 핥아 본 적 있을까?

언제 한번 저토록

치열하게 살아 보았나

개보다

못 하달까 봐

뒤로 슬슬 꽁무니 뺀다





식당 앞에 묶어 놓고 키우는 개를 보았다.

식사시간인가 보다. 아니, 이미 끝난 듯 깨끗하게 비워졌지만 개는 밥그릇을 놓지 않는다. 쓰러지면 일으켜 세우고, 굴러가면 다시 물어 와서 핥고 또 핥고…. 심지어 그릇이 반짝반짝 빛나도록 멈추지 않는다. 세상 열심이다.

그런데 나는? 방금 전 그 식당에서 한정식 30첩 밥상을 받아 놓고도 "먹잘 게 없잖아." 투덜거렸다. "영, 입맛이 없네. 커피나 한 잔 마시자." 하고 나온 길이다.

'개만도 못하다'는 말만큼 치욕스런 욕이 또 있을까? 하지만 우리가 개만큼 치열하게 산다고 할 수 있는가? 무엇 하나에 저토록 매달려 보았는가? 좀 힘들다 싶으면 "에이, 이 정도면 됐지." 대충 넘어갈 때가 수두룩이다.

문득 안도현 시인의 시가 떠오른다.


「너에게 묻는다」


연탄 함부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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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