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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독준 Jul 30. 2021

차(car)를 사지 않는 이유

#1


   회사 내 또래 직원들이 차(car)를 보유하기 시작하였다. A는 중고차를 샀고, B는 새 차를 사서 이미 타고 다니고 있고 C는 새 차를 사서 조만간 받으러 간다는 듯하다. D는 직장과 집이 멀기도 해서 고심을 하는 중이긴 하다. 그 외에도 물어보지 않았지만 또래의 차량 이용자들은 더 있다. 가장 주변의 뚜벅이들 A, B, C가 차를 샀으니 체감이 돼서 새삼스럽게 분위기가 환기된 상황이다. A, D는 나보다 이 회사를 오래 다녔으므로 나보다는 급여가 높을 것이고, B, C는 내가 더 오래 다녔으므로 나보다는 급여가 낮을 것이지만 결국 도토리 키재기 이므로 현금 흐름은 비슷한 수준으로 여겨도 무방할 것이다. 


#2


    D가 "너는 왜 차를 살 고려를 하지 않는가?"에 대한 질문을 내게 했지만 적당히 대답을 회피하여 넘어갔다. 내 판단을 자선적으로 공유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 이유를 애먼 브런치에서 공개하자면 20대 후반~30대 초반에 차부터를 사는 것은 개인적으로는 좋은 방침이라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원래 내 성격은 매우 냉소적이고 독설가인 편이었지만, 그렇게 계속 살면 인생이 상당히 피곤하다는 것을 깨달은 적이 있다. 그래서 좀 더 애정이 있고 그렇다면 A, B, C를 말리는 것이 나을지에 대한 생각을 아예 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으나 그 마음은 매우 옅은 수준이었기에 "그러신가요"하고 넘어갔다. 자충수를 둔다고 생각하지만, 어찌 되었건 성인들이니까 자기가 한 행동에 대해 감당만 한다면 사실 누구도 뭐라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라서. 나는 그들이 바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3


   B의 차를 1~2회 정도 짧은 거리의 동행을 해본 적(안전한 히치하이킹 느낌)이 있는데, 확실히 차가 있으면 편하구나 하는 생각은 들었다. 많은 사람들이 구매하는 이유고 사실 문명의 이로운 문물 중 손에 꼽히는 것 중 하나가 이 자동차가 아니겠는가. 하지만 몇 가지 장점만을 가지고 수반되는 여러 위험요소들에 대해 무위험 판정을 내릴 수는 없는 일이다. A, B, C의 차량 구매에 대해 회의적인 이유 첫 번째는 기본적으로 이 회사에 다니는 한, 그리고 외적으로 봤을 때 그들에게 차량이 필수적인 요소가 아니기 때문이다. 일단 내가 다니는 회사의 소재는 수도권이고 외진 지역이 아니므로 지하철과 버스를 출퇴근에 이용 가능하다. 즉, 자가용이 출퇴근에 필수인 상황이 아닌 것이다. 평일 풀타임 직장인이 보유 차량을 제일 많이 쓰게 된다면 선택지 중 가장 비중이 큰 것은 출퇴근임이 자명하다. 대중교통을 사용하는 것이 가능하고 저렴하다면, 불편하고 저렴한 것과 비싸고 편한 것을 저울질해서 잘 선택하면 된다. 일단 나는 불편하고 저렴한 것을 선택했다. 나는 돈을 모으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4


   돈을 모으는 관점에서 봤을 때 차량 구매로 인해 포기해야 하는 다른 것들, 기회비용에 대해 고민을 해봤을 때도 차량 구매를 하지 않는 방침이 강화된다. 감가상각이 큰 소비재인 차량의 구매를 위해 목돈이나 할부금이 꽤 긴 기간(할부가 몇 년 단위인 듯했다)을 들이는 것인데, 이 행위를 하면 같은 비용을 가지고 하지 못하게 되는 것들이 생겨날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차량 구매에 총 4,000만 원이 들고 이것을 차량 구매에 쓴다면, 4,000만 원을 가지고 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선택을 할 수 없게 된다. 여러 가지 선택이 있겠지만 그중에 가장 큰 것을 기회비용이라 한다. 소비재에 대해 내가 상당히 회의적이라는 것은 짐 정리 이야기에서 했고, 내가 현재 가장 좋아하는 것은 주식이므로 급여에서 생활 예산으로 할애된 것 이외에는 전부 투자 자금 군으로 이동되므로 내 자금은 비싼 소비재를 구매하는데 선택되지 않는다. 차량을 살 돈으로 모아서 투자를 익히는 중인데 정신수양의 고통도 있지만 그럭저럭 취향이라서, 차 살 돈이야 있지만 굳이 살 생각은 들지 않는 상황이다.


#5


   기회비용 이야기를 짧게 하면서 "구매"에만 포커스를 맞추었지만, 이 소비재는 돈을 먹는 하마라는 것이 내 결론이다. 구매비용 이외에도 유지비가 든다. 차알못이지만 기름값, 보험 등이 매달 적지 않은 돈으로 산정되어 계좌에서 꾸준히 빠져나갈 것임은 안다. 차량이 있으면 돈을 모으기 힘든 결정적인 이유는 구매 비용, 일시불 할부 비용 외에도 잘 보이지 않게 반드시 새어나가는 비용이 크기 때문이다. 가랑비에 옷 젖는 수준이 아니라 프로 복서가 견제로 툭툭 날리는 잽 같은 것이 허약한 갈비 계좌를 전신 골절시키게 된다.


#6


   마지막으로 차량이라는 소비재가 구매 비용, 유지 비용 외에 발생시키는 것이 하나 더 있다. 바로 라이프 스타일을 변화시키는 것이다. 차량을 보유하였다면 사람 마음은 다 비슷할 테니 평일에는 출퇴근에 쓰고 주말에는 나들이 용도로 쓰고 싶을 것이다. 출퇴근에 안 쓰고 나들이도 안 가면 차량이 있을 의미가 줄어드는데 그것은 또 아까운 것이 사람 마음이다. 그러니 차량이 있다면 자연스럽게 칩거가 아닌, 아웃도어 생활을 하게 될 것인데 그러면 돈이 또 나갈 수밖에 없다. 차량으로 어디로든 이동을 하면 기름값이 나오고 통행료가 나오고 주차비가 나온다. 차량으로 어디 가면 그것으로 끝인가? 차량이 밥(기름) 먹었듯이 사람도(본인, 가족, 연인, 자식, 친구 등) 먹어야 하고 당일치기가 아니면 숙박비도 고려해야 하고 어디 입장료라도 있는 곳이면 입장료도 나오고 뭐 그렇게 줄줄이 따라오는 비용은 일일이 헤아리기도 어렵다. 만약 차량이 없었으면 안 나가면 그뿐이지만, 아웃도어를 지향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취미라는 것은 다 돈이라는 점이, 돈을 모아서 투자를 하거나 사업을 하거나 해야 하는 시기에 큰 자충수가 된다고 보기에 나는 차량 구매에 대한 마음이 하나도 없다.


#7


   이런 여러 가지 이유로 나는 차량을 마련할 생각이 없다. 그 돈으로 주식이든 부동산이든 개인 부업이든 해서 두목에게 종속된 관계를 끊는 것이 내게 더 큰 희열을 가져다줄 것이 확실하고, 차량을 구매하는 순간 해방은 더욱 멀어질 것이 뻔하기 때문에 아직 내게 차량을 구매할 자격을 나는 부여하지 않았다. 그래도 내 꿈 중 하나가 노년이 되었을 때는 대중교통을 타고 다니지 않았으면 하는 점이니, 언젠가는 사겠지만, 지금은 절대로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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