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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독준 Aug 12. 2021

나쁜 회사의 번영

   옛날부터 직장인 리뷰를 읽어보면, "나쁜 사람들"이 지배하는 회사라서 분노의 퇴사 후 계속 저주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랑곳하지 않고 승승장구를 하는 회사들이 있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면 인성은 그야말로 인간 말종 같은 사장이었고 분명 저런 사람은 곧 망할 것이다 생각하며 확신에 찬 퇴사를 했는데 그 회사는 이후로도 더욱 잘 되어서 이젠 사장이 아니라 회장님 소리 듣고 떵떵거리면서 산다는 식의 이야기를 듣고 허탈함을 느꼈다는 이야기는 인터넷에서도 보이며 아는 사람의 전 직장이 그런 경우이기도 하고, 진귀한 이야기는 아니다.


   이러한 점에 대해서 개인적으로도 착각을 하고 있었는데 최근 깨달음을 얻어서 기록해둔다. 제목과 위 문단에서 쓰인 나쁜 이라는 것은 표현을 좀 더 명확하게 바꿔보자면 "직원들에게 함부로 하는" 점에서 나쁘다는 의미이다. 범죄나 범법을 의미하는 "나쁨"이 아니다. 그런 것은 법의 제재를 받아야 하는 것이다. 한동안 두목(사장)에 대한 탐구를 하였는데, 두목이 괴이한 인성을 가진 부분과 두목의 나라(회사 비슷한 것)가 잘 풀리지 않는 것을 결부시켜서 생각을 했는데 이것은 내 착각이었다. 나는 두목을 반면교사로 삼아 언젠가 내가 리더가 되었을 때의 거울로 삼으려고 했지만, 생각보다 알맹이가 없었다. 임직원의 통합에 통달 한다한들, 사업을 운영하는 것에 대해서는 여전히 모르는 채였다. 두목의 나라가 잘 돌아가지 않는 것은 두목의 인성 문제가 아니라, 그저 두목의 역량 문제였다. 극단적으로 생각해봤을 때 두목이 퇴근길에 벼락을 맞아 착한 사람이 된다 한들, 매출은 별로 바뀌지 않을 것이다.


   크게 보면 능력에 인성과 인심 장악, 결속을 다지는 것도 들어갈 것이라 생각은 하는데 이 점에서 내가 함정에 빠졌었기 때문에 좀 더 엄격하게 그냥 회사를 운영하는 것과 인성을 분리시켜서 생각하는 것이 맞다고 여기게 되었다. 종종 살면서 만날 수 있는 처음의 예시처럼, 인성은 시궁창이어도 돈 버는 능력, 사업체를 운영하는 능력, 아이템을 선정하는 능력 등을 가진 사람은 번영할 것이다. 물론 전략 중에 인격도 수양해서 임직원들이 잘 따르게 만들 수 있는 것도 능력에 들어가겠지만 거듭 이야기하듯이 함정에 빠지지 않기 위해, 극단적으로 그것은 필요 없는 수준의 일이다.


   비유를 들어서 적어보겠다. 회사는 배고, 사장은 선장, 직원들은 선원이라 해보겠다. A라는 곳에서 출발해서 망망대해를 장기간 항해해서 B라는 곳으로 가야 하는 상황이다. 회사로 치면 스타트업에서 유니콘이 되고자 하는 상황인 것이다. 여기서 두 가지 능력만을 고려해보고자 한다. 하나는 항해술이요, 나머지는 리더십이다. 회사로 치면 회사를 운영하는 능력과, 사람들에게 잘해주는 것(그것을 보통 직원들은 "좋은"이라고 표현하니까)으로 치환할 수 있다.


   두 선장이 있는데 두 능력 중 하나만 가지되 최대의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해보자. 즉 한 명은 항해술은 완벽하지만 리더십은 꽝이다. 다른 한 명은 항해술은 일자무식이지만 리더십은 삼국지의 유비나 초한지의 유방 같은 호걸이라 해보자. 유비나 유방은 용인술이 만점이었기에, 적재적소에 인재를 부릴 수 있는 능력이 있으나 선원(직원)들은 항해술에 모두 일자무식이라는 조건으로 해보겠다. 이 상황에서 과연 B라는 곳에 도달할 확률이 높은 쪽은 어느 선장일까?


   나는 전자가 후자보다 압도적으로 우위에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깨달음이라고 했듯이, 이런 부분에 대한 고려가 없었던 것이 두목 해부의 한계였을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극단적으로 보면 리더십은 2차적일 수도 있을 만큼 회사 자체를 운영하는 능력과는 별개다. 적재적소에 인재를 배치할 수 있으면 뭐하겠는가, 어디로 갈지, 뭘 팔고 그럴 지에 대해서 가이드라인 제시를 리더가 못하면 말짱 꽝이다.


   전자의 선장은 어찌 되었건 인심 장악을 하건 못하건 항해술을 발휘할 수 있도록 지식과 경험으로 선원들을 배치할 것이다. 인성을 조져서 폭언과 채찍질을 하는 말종이더라도 능력이 확실하다면 선원들에게 적지 않은 분노와 증오가 있겠지만 그를 따를 것이다. B로 가는 길에 선상 반란을 일으켜서 선장을 쫓아내 봤자, 망망대해에서 그런 짓을 하면 다 같이 꼼짝없이 죽을 것이니 그런 일이 발생할 확률이 낮을 것이다.


   후자의 선장은 출발할 때야 꿈과 희망이 가득 찬 일장연설을 하며, 도원결의를 하고 황건적을 물리치러 나가는 의형제들의 맏이처럼 웅장한 시작을 하겠지만, 그 무리는 망망대해를 항해할 능력이 없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은 리더십으로 해결할 수도 없다. 서로를 굳게 믿는 것과 지금 가는 방향이 B에 다가가는 방향인지 아닌지 아는 것은 완벽하게 다른 문제이니까. 유령선이 머지않은 운명이다.


   직원들을 함부로 하면서도 승승장구하는 회사라면, 위의 비유에서 말한 "항해술"하나만큼은 끝내주는 곳이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회사는 이윤 추구를 위해 만들어진 것인데, 그 이윤을 잘 내는 회사는 대단한 것 아니겠는가. 속 쓰린 이야기지만 이윤을 잘 내는 것과 직원에게 친절한 것은 독립적인 사건이라고 생각이 든다. 가장 좋은 것은 이윤도 추구하면서 따뜻함도 있는 것이겠지만, 나는 언제부턴가 따뜻함에만 매몰되어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따뜻하면 다 되는 것은 절대로, 절대로 아니다. 자칫하면 무작정 퇴사해서 거대한 시행착오를 할 뻔했다.


   언젠가는 리더십뿐만이 아닌 항해술도 가지게 된다면, 그때는 배를 몰아도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아직은 그 항해술, 회사를 운영하는 능력을 익혀나가야 할 시기라고 생각한다. 그러니 회사가 만일 대우가 나쁘더라도, 돈을 잘 버는 능력이 있는 곳이라면 최대한 많이 그 능력을 배워보자. 그렇지 못한 곳이라면 빨리 벗어나자. 우리의 행복한 삶을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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