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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독준 Sep 03. 2021

이번 기회에 수통은 바뀌겠네

D.P.(디피) 시즌1을 본 소감

https://youtu.be/dKp1kqZldxY

   유튜브를 보다가 작품 소개 영상을 하나 봤는데 그것이 따뜻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D.P.(이하 디피)였다. 마음이 무거울 수밖에 없는 내용에 대한 것이라서 "보고 싶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재밌겠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마냥 "재밌어" 하기엔 주제가 사회고발이라서, 기대가 되었지만 그저 흥미위주로 그치게 되는 것에 대해서는 경계를 하고 싶었다.


   디피 작품 자체는 매우 인상 깊고 볼만한 내용이었다고 생각한다. 연기도 음악도 연출도, 나는 각 분야의 전문가는 아니고 그저 대중 중의 한 명으로써 봤을 때 "매우 잘 보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개연성 있는 현실을 잘 보여주었다고 생각이 든다. 대부분의 에피소드들은 정도의 가감은 있겠으나 충분히 일어났었고, 일어나고, 일어날 일들이기 때문에 보면서 대부분의 에피소드들은 안타까워서 마음이 상당히 좋지 않았다. 에피소드마다 탈영한 자들의 사연이 다른 점도 개연성을 높여주었지만, 그래도 역시 시즌1에서의 대부분의 문제는 내부 부조리나 육체적, 정신적 폭력, 성적인 폭행, 추행들이 방아쇠가 되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디피를 통해서 기대할 수 있을 법한 것은, 아마도 군에서 노후된 수통 교체는 착수하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물론 그나마도 10억 어치 물건 사면서 청탁받은 업체한테 100억 어치 찔러주는 식으로 하겠지만(군납비리), 그래도 한다는 게 어디겠는가? 대단한 발전이 아닌가 생각한다. 미디어가 이렇게 군의 개선을 이끄는 것이 아닐까. 10년도 전의 일이라 기억나지 않지만, 엄청 오래된 수통을 썼었던 적이 있다. 기억이 안나는 부분은 그게 6.25 때 것이었는지(50년대), 월남전 때 것이었는지(70년대)에 대한 부분이다. 2010년대에 1950년대 수통이나, 1970년대 수통이나... 그게 그거다. 60년 전이나 40년 전이나 뭐가 그렇게 다르다고.


   중간에 짓궂은 농담을 집어넣어 보았지만 사실 나는 즐겁지는 않다. 군에는 사실상 저런 것을 개선할 능력도 의지도 없는 걸 잘 알고 있기도 하고. 그래도 뭐, 계속 보채는 일도 해야 되지 않을까 생각하니까 이런 글을 써보기도 하는 것이다. 알고 있으면서도 방관하는 것이 도덕적으로 올바른 일은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논쟁이 있을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바가 있다. 개인적으로 군대를 고려하는 데 있어서, 시기만 고려해서는 제대로 된 고려를 할 수 없다. 군대는 공간도 고려를 해야 한다. 큰 흐름으로 봤을 때야 2000년대보다는 2010년대, 2010년대보다는 2020년대가 그나마 좋아지고 있다 봐줄 수도 있지만 이것이 절대적인 것이 아니다. 만약 제대로 운영 및 관리되는 경우 2000년 대에도 정말 훌륭한 선진 부대가 존재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만약 제대로 운영 및 관리되지 않는 경우? 디피에서 나온 것보다 더한 것을 2021년 현재에도 하고 있을 확률이 절대로 없지는 않다. 아마 있다 지금도. 


   내 개인적인 경험과 팩트를 섞어서 이 부분에 대해 보충하자면, 내가 군대에 있었던 10년 전(2010~2012년) 내가 속한 부대는 내게 정말 다행히도 "물리적인 폭력"은 없었다. 안타깝게도 "정신적인 폭력"은 있었지만. 팩트에 대한 것은, 자기 부대에서 고문당하다 죽은 윤 일병이나, 총기 난사를 해버린 임 병장의 일들은 2014년이라는 일이라는 것이다. 시간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공간이다. 개인적으로는 디피에서 다룬 방식의 고문(?)들보다 더 심한 것도 충분히 짐작 가능하고 상상 가능한 점에서 저 드라마에서 다룬 것이 "터무니없는 과장"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으면 한다. 매운맛도, 순한 맛도 아닌, 보통 맛 정도라고 생각한다.


   군에서는 터무니없는 자기 위로 식 프로파간다들에 취하지 말고 이 글에서 이야기한 "디피"나, "용서받지 못한 자(윤종빈 감독 作)"를 직시해야 하겠지만, 그러기엔 골프 치느라 바쁠 테니 더 이상 적지는 않겠다. 갑자기 드는 생각인데 대체 군 골프장 같은 건 왜 있는 거지? 참 웃긴 나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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