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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독준 Aug 30. 2021

인생이쇼듕해졌다

   제목만큼은 시적 허용을 해보았다. 다시 한번 써보겠다. 인생이 소중해졌다. 내가 처한 여건이나 현 상황은 그렇게 좋지만도, 나쁘지만도 않은 상태다. 여건이나 상황과는 상관이 없이, 최근 내 기분은 상당히 좋은 상태가 유지되고 있다. 그것이 가능한 이유는, 가장 중요한 것이 1년 이상 꾸준하게 체력 관리를 하는 습관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체력을 기르기 위해 시작한 일이고, 처음에는 한 번에 1시간 정도 했다면 지금은 목표 칼로리를 달성하려면 2시간 17분 정도를 돌려야 한다. 익숙해지고 기간이 오래되면서 조금씩 허들을 높였고, 9월이 되면 다시 10분 정도 더 목표를 올릴 생각이다.


   나는 정신과 육체는 함께 가며, 대등하며 서로 보완한다고 생각한다. 정신이 육체보다 우월하다거나, 육체만이 있을 뿐 정신은 종속되어있거나 한 식으로 생각하고 있지는 않다. 내게 큰 영향을 준 종교가 정신을 강조하는 편이긴 한데, 종교 활동을 멀리한 지가 꽤 되었지만 불만족스러운 점은 없다. 영향을 준 부분에서 상당수는 여전히 관철해야겠다고 생각하며 삶의 지침으로 삼고는 있지만, 그 전체적인 제의에 대해서는 의의를 느끼고 있지는 않은 상태인 것 같다.


   직장 생활을 몇 년간 하면서 10여 Kg 이상 늘어나기만 했던 체중을 내가 생각하는 적정 체중에 가깝게 해 나가면서, 그전까지는 직장에서 돌아오면 온전히 쉬는데만 모든 시간을 썼던 것에서 온전히 내가 활용할 수 있는 시간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체력이 좋아진 것이고, 덕분에 다양한 것을 모색할 수 있다. 이렇게 브런치에 글을 쓰고 하는 것도 체력이 좋아지고 난 뒤의 일이다. 그전까지는 직장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푸는 데만 해도 여가의 모든 것이 투입되었고, 스스로가 허락한 보상심리가 컸지만 지금은 일은 최대한 받은 만큼만 하며 내 인생을 지켜나가려고 한다.


   며칠 전에 퇴사한 사람이 오늘 회사가 만들어놓은 카톡 감옥에서 예의 바른말을 하고 떠나갔다. 깔끔한 인사말이었지만 뼈가 있었음을 대부분은 알 텐데, 잘 모를 사람도 있을 것 같아 조금 답답했다. 그대로 옮길 수는 없으니 요지만 잡자면 "즐겁게 일했고 많이 배웠다"는 표현이 들어 있었는데, 씁쓸하게도 보통 "정말" 즐겁게 일하고 있고, 많이 배울 수 있는 곳이라면 퇴사하는 발걸음이 좀 더 무거웠을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빈 말에 지나지 않고, 말 못 할 실망을 안고 떠나는 것을 알고 있느니 착잡했다.


   두목의 잘못된 선도가 결국에는 두목을 도탄에 빠트릴 것이고, 계속 같이 가는 한 좋은 꼴은 못 볼 것이 확실하지만, 나 자신은 행동이 굼떴다. 그래도 체력을 얻으면서 나 자신만의 야망이 생겨나는 것이 있었다. 나는 일단 혼자 할 수 있는 부업 등을 해보며, 직접 직장 생활을 하면서 얻었던 무형의 것들을 잘 정리하고 내 것으로 만들어서 언젠가 나와 함께하는 사람들과 하나의 목표를 위해 열심히 도전해보고 싶다.


   한 번뿐인 인생에 해보고 싶은 것이 생겼고, 체력을 관리하면서 영원히 눈 감는 날까지 은퇴하지 않을 각오로 살아갈 생각이다. 30대 중반을 바라보고 있지만, 그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편해지고 기분이 좋아진다. 인생에 늦은 때란 없으니까.


   내가 갖춰나가야 할 것들에 대해서 천천히 그리고 꾸준히 준비해나가야 하니 마음이 두근두근하다. 회사 생활이 내게 직접적으로 즐거움을 주지는 않지만, 사소한 것이나 큰 것에서의 통찰은 급여 외에 내가 얻을 수 있는 이득이 되니 나쁘게만 생각할 것은 없다. 많은 것을 보고 장점은 흡수하고 단점은 거울로 삼아 반대로 하여 흡수해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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