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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독준 Sep 16. 2021

특출 나지 않으면 분산투자 하자

   주식을 시작한 날짜를 헤아려보니 작년 2월 18일부터인 듯하다. 30대 초중반에 비로소 투자에 발을 들였고, 발을 들이자마자 판데믹 선언으로 전 세계 주식이 폭락할 때 같이 내 평가금액도 같이 폭락했다. 다행히 몸이 굳어서 손절 버튼이 눌리지 않아서 가만히 있었다. 절대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그때 경거망동하지 않았던 것 같다. 매우 운이 좋게도. 


   실전에서 얻는 깨달음은 상당히 크다. 지금 시점이면 주식투자를 시작한 지 1년 반 정도 되어가는 상황인데, 매우 운이 좋게도 아직 멸망하거나 하진 않았다. 나는 기본적으로 분산투자를 매우 중시하고 있는 것이 비결 아닌 비결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분산투자를 좋아한다. 매우 좋아한다.


   작년 2월쯤 이야기로 돌아가서, 나는 대부분의 재테크는 그저 저축 은행의 예적금 정도로만 운용해왔었다. 작년 2월쯤에 시작한 것도 그때가 슬슬 12개월 예금 등의 만기가 겹치거나 그냥 모아둔 월급들의 액수가 2000만 원 정도 되어서 시작한 것이다. 자금은 좀 더 있었지만 아직 만기가 안 된 것들을 급하게 해제할 생각은 없었기 때문에 일단 시작하게 된 금액은 2000만 원 정도였다.


   당시 나는 2000만 원을 두 회사에 반씩 구매했는데, 즉 1000만 원 정도를 두 곳에 투자한 것이다. 그리고 말했다시피 시작한 지 얼마 안 돼서 판데믹이 왔고, 이때 떨어지지 않은 주식은 세상에 많지는 않을 것이다. 지금 살펴봐도 대충 대부분의 회사의 2~3년 내 최저점은 2020년 3월이 많으니까. 그 두 곳도 마찬가지였다.


   만약 지금의 나라면, 떨어졌을 때 더 샀겠지만 그때는 더사기는커녕 안 파는 것도 큰 용기가 필요했을 것이다. 사실 더 사기에는 위에서 이야기했듯이 만기가 안 돼서 예금을 억지로 깨지 않는 한 사용할 수 있는 여윳돈이 없었다. 사실 좀 더 경험이 있었다면 2000만 원을 두 곳에 투자하면서 한 시점에 1000만 원씩 사버리진 않았겠지만, 지금 생각했을 때 나는 무모했다(지금도 무모하다고 생각은 하지만, 그때보다는 나아졌겠지).


   내가 산 곳은 워낙에 유명한 해외 회사들이라서, 한 곳은 한 3개월(!) 있으니 내가 샀던 금액보다 평가가치가 높아졌고, 한 곳은 2020년 내내 지지부진했다. 그래도 내게 경험적으로 굉장한 축복이었다고 생각한다. 만약 두 곳 다 승승장구했다면 나는 매우 오만해졌을 것이고, 두 곳 다 한강행이었다면 나는 주식에 대해 매우 부정적인 직접 경험을 하여 재테크의 수단으로써의 지위를 박탈했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다행히 하나는 금방 회복했지만, 하나는 2020년 내내 아팠다. 그게 내게 어느 정도 적당한 주식의 명암을 보여주었다고 생각한다.


   나는 솔직히 말해서 아주 간단한 정도로밖에 회사 검토를 하지 않는다. 나는 주식에 대해 특출 나지 않다고 생각한다. 차트 같은 건 아예 볼 줄도 모른다. 그냥 몇 가지 지표에서 내 취향에 맞으면 사고 아니면 사지 않는다. 대신, 절대 처음부터 많이 사지 않으며, 한 회사만 사지도 않는다. 내 취향은 아래와 같다.


   예를 들자면 나는 1000만 원이 있고 보유 주식이 현재 하나도 없다면 10개 회사의 주식을 보유하거나 20개 회사의 주식을 보유하려고 할 것이다. 10개 회사의 주식을 보유한다면 한 회사당 최대 할당금은 100만 원이 되고, 20개 회사의 주식을 보유한다면 한 회사당 최대 할당금은 50만 원이 된다.


   최대 할당금이 정해져 있지만, 처음 살 때 절대 그만큼 다 지르지 않는다. 이번엔 시점을 나눠서 산다. 어차피 관심을 가지게 된 주식이면 조금씩 사서 조금 오르면 아쉽지만 내 판단이 틀리지 않았다며 더 사면되고, 내렸다면 오 좀 더 싸게 살 수 있었다며 기뻐하며 더 사면된다. 그렇게 일단은 최대 할당금까지만 제한하여 투자를 할 것이다.


   내가 주가를 읽을 수 있고 정말 좋은 회사인데 발굴되지 않은 곳을 찾아낼 수 있다면야, 그런 곳 하나를 찾아 묻어두는 전략을 취하겠으나, 그럴 능력도 없기도 하고, 한 회사에 모든 것을 거는 것은 성공한다면야 인생역전의 큰 기회가 되겠지만 만약 틀렸다면? 뒤가 없다.


   10개 회사, 20개 회사로 투자금이 분산되어 있다면 기대할 수 있는 수익은 잘 공부하고 선정했을 때의 집중된 투자보다야 낮겠지만, 안정성으로 치면 기회가 10번 또는 20번 있는 것이라서 권토중래의 여지가 열려있지 않나 생각한다.

허접한 그림판 실력으로 캡처를 떠온 것이다.

   현시점 기준으로 내가 가지고 있는 종목 수는 56개이고 투자 비중이야 중구난방이긴 한데(56분의 1이 아닌 상태다), 세어보니 +%인 것은 34개고, -%인 것은 22개다. 내 기준이지만, 분할해서 보유해야 마음이 편하다. 어떤 날은 다 떨어지기도 하는데 그러면 도리어 아 오늘은 다 떨어지는 날이구나 하면 돼서 심리적으로 안정된다. 어쨌든 주식을 시작한다면, 아무리 큰돈(규모가 다르더라도 각자에게 종잣돈은 매우 큰돈이다)을 가지고 있더라도 천천히, 조금씩 여러 종목을 고려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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