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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독준 Oct 05. 2021

5%와 0.00001%

   마음을 다잡기 위해 제목과 같은 확률을 인생의 전제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5%는 제대로 된 방향을 잡고 노력을 했을 때 성공할 확률이고, 0.00001%는 완벽하게 운으로 성공할 확률이다. 노력만 하면 다 될 것이라 생각하는 것도 예상 밖의 패착일 수 있다. 내가 시도해 본 것들, 시도하고 있는 것들은 실패는 아니지만 성공도 아닌 듯하다. 그게 결국 실패인 건가 싶기도 하지만 어떻게 규정할지에 대해서는 크게 신경 쓰고 있지 않다.


   지인들 중에 각자 목표로 하는 분야에서 분투했지만 근황을 추적했을 때는 결국 꿈이 꺾이거나 보류한 것으로 여겨지는 사람들이 있다. 배우도 있었고, 싱어송라이터도 있었다. 이 직업들의 특징을 생각해보면 여기도 부익부 빈익빈은 극심하다. 일반 대중인 우리들이야 최고의 위치에 있는 배우들이나 싱어송라이터들만 보니까 그들이 구축한 막대한 부 등을 보면 저 직업은 다 저렇겠지 하고 생각해버리지 않나 생각한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가 않은 듯하다. 그런 조명을 받는 자들은 극히 일부이고 대다수는 무명 신세인 듯하다.


   작년쯤 지인의 결혼식에서 나도 잘은 모르지만(재능의 감별 능력이 나는 없다) 음악적인 재능이 있다고 평을 받았던 다른 지인들을 만났는데, 음악 활동 외에 석사 박사 과정(음악 쪽이 아니었다)을 밟고 있는 것을 보고 좀 복잡한 기분이 들었다. 너희들은 계속 음악을 할 줄 알았다고 잠깐 이야기를 꺼냈지만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과 생계를 유지하는 일이 병행되지 않으니 어쩔 수 없다는 이야기를 했던 것 같다. 작년 이야기라서 문장 그대로는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그래도 이런 말은 했던 것 같다. "음악으로 먹고 살기 얼마나 어려운데요."라고. 


   그때 매체에서 어떤 음악가인가가 음악으로 생계만 유지할 수 있어도 성공한 음악가라고 이야기했던 것이 뇌리를 스쳤다. 확실히, 무언가를 직접 경험해본 사람이 하는 말은 무언가에 대해 꽤 진중한 울림을 보여주기 마련이다. 그래서 그들이 활동을 멈춘 것(정확하게는 석사 박사 과정을 하면서 음악을 병행하는 것은 무리니 기회비용이 된 것)에 대해 아쉬운 감도 있었지만, 내가 먹여 살릴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들도 그런 것은 바라지 않을 테니 결혼식에서 오랜만에 만난 지인들과 해당 주제는 더 나누지 않았다.


   배우를 하고 있는 지인 중 하나도 비슷하게 배우 자체로는 생계유지가 되지 않아서 집안에서 하는 자영업을 돕더니, 언제부턴가 배우 일보다는 가업 위주로 생활하는 것 같았다. 종종 공단 쪽으로 공장 일도 가는 듯하였고(이건 가업을 더 비중 있게 하기 전에 들은 이야기였다), 고생도 고생이지만 아마도 겸연쩍은 면이 있는지 대인관계에 대해 소극적인 상태인 듯하다.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카카오톡 상태명이 꽤나 냉소적이라, 생계유지하기에도 바쁘니 시시콜콜한 연락은 주고받지 않겠다는 내용이라서 그렇다.


   그들도 그렇고, 나도 몇 가지 소소한 시도를 해오고 있다고 이야기하지만 분명 성공이랑도 거리가 멀고, 생계는커녕 과자값 벌이조차 이루지 못한 상황이다. 내 노력이 부족했든 방향이 잘 못 되었든 운이 없었든, 최적의 상황이라고 해도 성공이라는 희소한 것이 흔하지 않다는 것은 내가 봤을 때 재능을 가지고 노력을 함에도 불구하고(나는 일단 부업을 찾는 것이니 올인하지 않았지만, 내 지인들은 인생의 상당기간을 도전 분야에 올인했다) 결코 당연하다는 듯이 성공하는 일은 없다는 것을 깨닫게 해 줬다.


   그래서 나는 내 마음대로 최적화된 상황에서도 성공확률은 5%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주위의 상황이든 내 상황이든 생각해봤을 때 어떤 멋진 성공이라 할만한 것을 쟁취할 확률은 5% 정도라고 생각하고 좀 겸허해지기로 했다. 이 확률은 실제보다 높을 수도 있고, 낮을 수도 있겠지만 일단 그걸 알 수 있는 사람은 없고, 노력을 그래도 해야 할 이유로 삼고 노력 후에 실패하더라도 낙담하고 포기하지 않기 위한 적당해 보이는 숫자라고 생각한다.


   0.00001%는 5%와 비교되는 값인데, 그냥 공짜로 성공을 얻을 확률이라 생각하고 있다. 0.00001%라고 하면 천만 분의 1이다. 우리나라 로또 1등 확률이 약 810만 분의 1이므로 대충 로또가 될 확률보다 조금 낮게 공짜로 성공을 얻을 확률이라 정해보았다. 그거나 그거나 0에 가깝지만 0은 아니더라도 결국 0에 너무 가까운 느낌이다.


   5%와 0.00001%는 몇 배 차이냐 하면... 50만 배이다. 가만히 있기와 제대로 노력하기의 격차는 이런 느낌이다. 그렇게 구매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만약 한 회차에 50만 게임을 가지고 있다면 당첨 확률은 5%가 조금 안 되겠지만(50만 나누기 810만 이니까), 달랑 한 게임 가지고 있는 확률, 0.00001%보다는 아득히 큰 값이 아닌가 생각을 해본다.


   자기 계발 관련 내용을 보면 뭔가 동기부여를 일으켜서 노력하게 하면 다 될 것 같이 서술해놓는데 실상은 5%도 안 되는 것에 많이들 낙담하게 되지 않나 생각한다. 시도를 안 했지만 시도하면 무조건 됩니다 같은 것은 사실 아니니까 속았다는 생각이 드는 게 아닐까. 나도 별의별 생각을 다 하지만 최근에 깨달은 바가 그렇다. 노력을 해야 하는 것은 맞는데, 그럼에도 보답받지 못할 확률이 95%는 된다고. 그러니 어쩌겠는가, 계속 노력해야 하는 삶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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