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에게 화를 내기엔 내가 아까워

자신을 위해서 화를 내지 않기로 했다

   스트레스가 극심한 요즘이었다. 내가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협업과 정반대로 진행되는 행태에 대해 나는 실망이 커서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이성적인 판단이 힘들고 격앙된 상태가 되고 수명이 줄어들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벌써 떠나간 지 몇 년은 된, 이곳에서 만났던 멘토 격인 사람의 말을 생각해본다. "화 내고 열 받고 그러면 너만 손해다"라고. 그런 것치곤 당신도 굉장히 화를 많이 내던 사람이지만 이건 내로남불이라기보단 나를 아껴서 해줬던 말이라고 생각한다.

   화가 나서 길길이 날뛸 때 그것을 옹호해주는 사람도 직관적으로 소중하지만 그것을 만류하는 사람도 소중하다는 것을 이제는 안다. 당시에 저런 말을 들었을 때는 와닿지 않았던 때가 더 많았지만, 스트레스를 받고 화를 내면 결국 내 에너지, 내 정신만 갉아먹히는 것을 이제는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극도의 분노를 느끼던 참에, 최근의 논쟁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봤다. 나는 내 의견이 맞다고 생각하고, 대립자들은 대립자들의 의견이 맞다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뭐... 사실 그뿐인 이야기 아닐까. 어차피 여기는 잘되려야 될 수가 없는 곳이고, 만약의 성공이 찾아오더라도 소 뒷걸음질 치다가 쥐 밟은 것에 지나지 않을 우연에 의지하고 있는 곳이다. 그 만약이 통한다면 내 인식 체계가 꽤나 큰 변화를 맞이하겠지만 그것이 실제로 일어날 일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

   우스웠던 것은 언제나 여기는 절대 안 된다고 생각하고 있었고 여기에서 충분히 있을 법한 답 없는 일이 생겼을 뿐인데, 지금은 왜 이렇게 열이 받아버렸나 하는 생각이 약간 객관적으로 들었다. 여기는 내가 화를 내기엔 내가 아까운 곳이다. 나의 내재된 에너지를 써서, 내 정신, 내 마음의 한 구석에 놓기엔 너무나 하잘 것 없고 천한 것이다. 이 못생긴 쓰레기만도 못한 것을 내 안에 품고 있기엔 나 자신은 소중하고 아깝다. 쓰레기는 최대한 빨리 생활 지역에서 배제해야 냄새가 나지 않는 것처럼. 빨리 처분해야만 하는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하다 보니 내 극대노는 금세 사그라들었다.

   여러분들도 분명 화나고 열 받는 일들이 많았고, 많고, 많을 것임에 틀림없다. 그런 일에 마음을 쏟고 신경을 쓰는 일은 백해무익할 수도 있다. 우리를 열 받게 하는 것들에 대해 덤덤해지고 무관심해지는 것도 삶을 소중히 하는 것의 방법 중 하나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