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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독준 Dec 09. 2021

회사는 내 건강에 해롭다

   며칠 전, 끔찍한 희귀 이벤트에 당첨이 되어버린 나는 두목(사장)과 밥을 먹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독대는 아니었다지만 한 테이블에 다 앉을 규모였고, 두목을 제외하면 직계는 아니지만 소(小) 두목의 부하들이었으므로 두목의 맹독을 버티기엔 취약한 자들이었다. 그래서 전혀 내키지는 않았지만 MC 노릇을 약간 하면서 아이스 브레이킹을 했다.


   그 밥 먹기 전에 이벤트 당첨의 저주를 받은 자들을 모아놓고 취조를 하는 시간이 있다. 사실 연말이니까 바쁘기도 한데 시간낭비를 그렇게 하니 조금은 열 받기도 하고, 컨디션이 정말 좋지 않았던 날이다. 어찌어찌해서 취조 및 식사를 해치웠다.


   그 이후에도 컨디션은 계속 좋지 않았고(머리도 엄청 아프고 끔찍했다), 또 참 상식과 벗어난 일 처리를 보고 있자니 분노가 차올라서 발광을 하고 싶은 기분이었지만, 다행히 광기를 발산하지는 않고 숨겨낼 수 있었다.


   집으로 돌아온 직후에는 역시 컨디션이 나아질 기미가 없어서 드디어 컨디션 난조를 이유로 자전거 돌리기가 생략되느냐의 고민을 약간 했다. 하지만 조금 쉬니 컨디션이 아주 정상으로 돌아왔다. 그래서 문제없이 하루의 루틴을 지켜낼 수 있었다.


   회사에 대체 뭐가 있는 겐지, 회사에 있을 때는 몸이 축나고 끙끙 앓더니 집에 가니 말끔하게 낫는 이 증상에 대해 내가 낸 결론은 제목과 같다: 회사는 내 건강에 해롭다는 사실. 사실 X발 비용이나 수모 비용 등을 생각하면, 회사에 내 육체적 건강, 정신적 건강을 제물로 바쳐서 급여를 얻는 것은 나뿐만은 아닐 것이다.


   몸에 해로운 걸로 치면 담배를 하루에 2~3갑 피우면 얼마를 주겠다, 알코올 중독자가 되면 얼마를 주겠다 정도로 내 몸을 상하게 하고 있음에 틀림이 없다. 그런데 저 기호품들은 말 그대로 "기호"인데 나는 그냥 나를 고문하십시오~하고 나를 제공한 거니 조금 더 기분은 나쁘다.


   2021년도 저물어가는데, 이직이나 부업 개발은 진전이 더디니 그 부분에 대해서는 아쉽지만, 1년간 브런치에 글을 많이 쓰긴 해서(이것에 관해서는 따로 적을 생각이다) 전진도 있고 후퇴도 있던 한 해가 아닌가 생각해본다. 아무튼, 이 해로운 회사를 어떻게 하면 잘 벗어날 수 있을까가 몇 년째 핵심 안건이지만...(먼산) 뭐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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