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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독준 Dec 13. 2021

관계의 나무

   이 제목과 글감은 굉장히 오래 머릿속에 있던 것이지만 아직 쓰지 않았던 것이다. 검색 기능으로 봤는데 나오지 않는 것 같으니 처음 쓰는 것처럼 써야겠다.


   내 생각에 관계라는 것은 고정되고 변하지 않는 것이 아니며 "살아있고, 끊임없이 변화하는 것"이다. 은인은 평생 은인, 원수도 평생 원수일까?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얼마든지 은인도 원수가 될 수 있고, 원수도 은인이 될 수 있다. 대부분은 살다 보면 자연스럽게 경험해본 일이다. 수십 년의 죽마고우여도 불구대천의 원수까지는 아니더라도 어느샌가 소원하고 생경해지는 일은 누구나 있다.


   나에게도 여러 해당자들이 있지만, 가장 큰 흔적을 남긴 자는 두목이다. 그는 처음엔 내 은인이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인생 최대의 "페르소나 논 그라타(Persona non grata: 라틴어로 환영받지 못하는 사람, 외교 용어)"가 되었고, 이후 수많은 다른 빌런들이 할거하기 시작한 지금 시점에서는 그에 대한 가치 판단을 보류 중이다.


   친하게 지내다가 어느 부분에서 틀어져서 척을 진 경우도 내게는 많다. 상당히 많다. 학부 정도를 다닐 때의 좌우명은 "적을 만들지 말자"였던 내가 사회생활 끝에 변형시킨 좌우명은 "적을 <너무 많이는> 만들지 말자"이다. 모토는 그렇다 쳐도 굉장한 싸움쟁이, 광인으로 알려져 있는 듯 하나, 나를 남이 어떻게 생각하든 알 바 아니다.


   첫인상에 좌우되는 것은 누구나 어쩔 수 없지만, 적어도 나는 그 첫인상으로 고정시켜서 생각하지 않는 편이다. 나는 주고받는 피드백을 가장 중요시한다. 처음에 싫은 인상을 준 사람이더라도 서로 긍정적으로 주고받는다면 내 마음속에서 순위가 상승한다. 반대의 경우로 좋은 인상인 사람이더라도 부정적인 주고받음만이 지속된다면 역시 내 마음속 순위가 하락(변동)한다. 지금 내가 극혐 하는 인사 중 상당수는 매우 친했던 사람도 있고 첫인상은 그럭저럭 괜찮았던 사람들도 있다. 물론 처음부터 관상이 정확했던 경우도 있지만 내가 생각하는 관계의 나무를 생각했을 때 그런 인물들에 대해서도 완전히 문을 닫지는 않았다. 관계는 어떻게 가꿔나가느냐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으니까.


   마지막으로 내가 과거에 연인과 결별하게 된 부분에 대해 생각해보면, 잘 지내고 있다는 어떤 관계에 대한 안일함이 컸지 않나 생각한다. 관계라는 것은 끊임없이 가꾸는 것인데, 어느 순간 들이는 노력이나 정성이 없이도 이런 것들이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러는 새에 그 관계의 나무는 정신을 차려보니 손쓸 수 없이 말라버리고 말았다.


   살면서 여러 관계를 맺으며 잘해보기도 하고 잘 못해보기도 하는 등 좌충우돌하는 것이 사람의 길이 아닐까 생각한다. 관계가 "살아있는 것"이라는 것을 소중한 관계들을 잃으며 깨닫게 되었지만, 그 잃음이 있기 때문에 관계에 대해 깊이 생각해볼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내가 소중히 하는 관계들에 깊게 주의를 기울이는 삶을 살려고 하는 것이 내가 낸 지금의 해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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