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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독준 Dec 17. 2021

시간 늘리기(?): 앱/어플을 삭제하자

   우리는 언제나 시간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사실, 시간은 계속 흘러가며 돈으로 사거나 얻을 수도 없는 희소성을 가지고 있다. 그러니 시간은 언제나 부족한 것이 맞을 것이다. 이제 조금 생각을 바꿔서, 그런 전제는 받아들이고 주어진 시간을 어떻게 하면 늘릴 수 있을까? 늘린다기보다는 조금 더 잘 활용할 수 있을까? 


   위와 같은 물음에 대해 요즘 생각해본 결론은, 스마트폰의 앱이나 어플 중 내 시간을 너무 잡아먹는 하마와 같은 것들은 없애버리는 것이다. 어떤 초월적 기술과학 혁명이 없는 한, 인간은 하루 24시간 주 7일 1년 365일을 벗어날 수 없다. 살아 있다면 부자든 빈자든 가진 돈은 다르지만, 가지고 있는 시간은 같다. 우리가 무엇을 하든, 하지 않고 멍하니 있거나 잠을 자거나 해도 시간은 흘러가버린다. 멍하니 있기도 시간을 지불하는 것이고, 잠을 자는 것도 시간을 지불하는 것이다. 공짜가 아닌 것이다.


   우리의 시간은 이미 꽉꽉 들어차 있다. 무엇을 하든, 하지 않든 말이다. 그중에 우리가 조절할 수 없는 것도 있고, 있는 것도 있는데 후자에 주목하고자 한다. 우리가 시간을 가장 많이 들이는 도구 중에 하나가 바로 스마트폰이다. 스마트폰은 무기는 아니지만, 거의 스위스 군용 칼처럼 많은 기능이 들어가 있다. 아니, 정보화시대인 만큼 무기 그 자체일지도 모르겠다.


   스위스 군용 칼은 모델마다 정해진 기능이 다르지만, 스마트폰은 앱/어플을 어떻게 설치하고 사용하느냐에 따라 정해진 기능이랄 것이 없다. 누구에게는 게임기이자, 도서관이자, 신문이자, 지도와 나침반이자, 달력이자, 수첩, 소통의 창구이자... 사람마다 전부 다르게 활용하고 있다.


   기능에 우열을 논할 생각은 없다. 나사(NASA)가 달에 탐사선 보낼 때 썼던 컴퓨터보다 사람들이 들고 다니는 스마트폰이 훨씬 뛰어나다는 팩트를 기반한 자조도 그럴 싸하지만 그렇게 새겨두고 살지 않으니까. 달에 탐사선을 보내는 것이 게임하는 것보다 우월한지 어쩐지 따지는 것은 쓸데없는 것 같아서. 용도에 맞게 쓰면 그뿐이라고 본다.


   어쨌든 각자가 운용하는 방식이 도구에 충실히 반영이 되어 있을 것이다. 이제 할 것은 앱/어플을 늘릴 것이 아니라, 줄이는 것이다. 어떤 것을 하느라 시간을 많이 빼앗긴다고 생각이 들면(그것이 건설적이지 않다고 여겨지면서) 지우면 된다. 지운다고 해서 인생이 잘못 돌아가거나 하지 않는다. 자주 시간을 할애하던 것이 없어져서 헛헛한 마음은 들지만, 금방 적응된다. 그리고 그것 말고도 아직도 꽉꽉 채워진 앱/어플이 있기에 신경이 그쪽으로 가기 때문에 확보된 시간은 금방 잔존한 앱/어플을 쓰면서 다시 시간이 없어질 것이다. 


   그러니 기왕 큰 마음을 먹고 시간을 내기 위해 지웠다면 그 시간을 잘 활용하기 위한 것을 미리 준비해둘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으면 그냥 N개의 앱/어플에 시간을 잡아먹히고 살던 것에서 N-1개의 앱/어플에 시간을 잡아먹히고 사는 것 정도밖에 달라지지 않는다. 근본적인 개선점에 도달하지 못하는 셈이다.


   시간관리는 인생의 어떤 시점에서만 중요한 것이 아닌, 일생 전체에서 어쩌면 가장 중요한 것일 수도 있다. 억만장자의 천금만금도 그에게 시간을 사주지는 못하니까. 시간은 금보다 우월하다. 물론 "시간은 금이다"라는 말은 시간의 가치를 경시하지 말라는 엄중한 충고이겠지만, 경시하기에도 어울리지 않게도 너무 우월하니까, "시간은 절대 금이 아니고 더 귀한 무언가"라고 요즘은 생각하고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앱/어플을 들여다보며 우리의 시간을 빼앗아가는 불필요한 무언가가 있다면, 과감하게 내다 버리는 용기가 필요하다. 앱/어플은 무궁무진하지만, 시간은 제한되어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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