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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독준 Dec 20. 2021

몸이 아프면 정신도 아파진다

   30대에 들어선 것도 꽤 시간이 흘렀다. 시간을 보내면서 느끼는 점은 자신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이 조금씩 생겨난다는 것이다. 어떤 일이 있으면 격노를 한다든지, 어떤 것을 좋아하고 어떤 것을 싫어하는지, 어떤 상황일 때는 어떻다든지 하는 것들에 대해 알아가고 있다.


   그렇게 알고 있는 지식 중에 하나가 "나는 어깨와 목이 결리면 무조건 두통이 작렬한다"는 것이다. 두통에 수반하는 컨디션 저하, 기분 저하도 뒤따라오지만 결코 가볍지 않다. 따라서 나는 최대한 목과 어깨가 결리지 않도록 주의는 하고 있다. 하지만 몸을 완전히 지배하고 있지는 못하니 어깨와 목이 결린 날이 없을 수는 없으니, 그런 날은 두통에 시달리게 된다.


   나는 어지간하면, 평정심인 상태일 때는 딱히 고독하지도 우울하지도 않다. 신체 컨디션이 괜찮을 때는 정신적인 상태도 괜찮다. 하지만 이 글을 쓰며 돌이켜보니, 신체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 같이 따라가는 정신적 컨디션은 굉장히 고독하고 우울했다. 평소에는 외롭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데, 아프니(두통) 그런 생각이 들고 엄청나게 우울했다. 물론, 결림이 해소되어 두통이 사라지니 그런 생각은 싹 사라졌다.


   자부할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몇 개월 전 오랜 친구와 몇 년 만의 약속이 있어서 이야기를 길게 한 적이 있다. 그때 친구의 지인들이 겪은 수많은(내용들도 하나같이 내 귀를 의심하게 하는) 이야기들이 업데이트되면서 나는 평온하게 정신을 지키며 잘 살고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었다. 나도 내 나름의 삶의 역경이 있었고 지금도 있지만 내 정신 상태는 들뜨지도 않았고, 가라앉지도 않은 적당한 상태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순간적으로 컨디션이 바닥을 칠 때 몸과 연동된 정신이 보여준 것은 굉장히 큰 충격을 내게 주었다. 그만큼의 고독과 우울이 언제든지 찾아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내 정신 안정도 그렇게 단단한 토대에 얹힌 것은 아니라는 것을 이제는 알고 있다.


   나는 개인적으로 신체와 정신은 함께 가는 것이고, 대등한 관계라고 생각한다. 육신은 열등하고 영혼은 우월하다 같은 관념은 폐기한 지 오래이다. 최근의 경험이 내게 준 깨달음은 정신을 지키기 위해서는 신체도 강건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대등한 것이니 방향을 조금 바꿔서 확장해보면, 정신이 정상적인 컨디션이 아닌 경우에 그 사람의 신체는 어떤 컨디션인가? 에 대한 생각을 해볼 수 있다. 물론 정신이 아픈 상태에서 신체는 완전히 멀쩡한 경우도 있겠지만, 어떤 경우에는 정신이 아픈 상태가 사실 신체가 아프기에 시작하는 것일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약을 먹어야 하는 본격적인 치료도 당연히 있을 수 있지만, 평범한 사람들이라도 신체와 정신을 지키는 일은 중요한 "일상적" 치료라고 생각한다. 자가치료의 영역이고, 안 되면 외부의 도움을 받는 것도 중요하다. 만약 아직 심하지 않다면(피드백의 악순환을 아직 막을 수 있다면) 자신의 신체를 되돌아보는 것도 좋은 접근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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