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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독준 Feb 11. 2022

이상한 회사는 몸에 해롭다

   주변 지인들의 상당수가 직장에서 주인의 일을 돕는 사환 생활을 하는데 그들 대부분의 인생 만족도는 낮다. 그리고 출근길에 오르거나 출근을 하면 몸이 아파지고, 퇴근길에 오르거나 퇴근을 하면 그 아픔이 낫는 기묘한 경험들을 한다. 그렇다. 이상한 회사는 몸에 해롭다. 안타깝게도 나를 포함한 주위 지인들은 대개 요지경 그 자체인 곳에서 막장 시트콤을 찍고 있기 때문에, 회사라는 명사 안에는 이미 부정적인 것이 들어있는 것 같다. 사실 급진적으로 "회사는 몸에 해롭다"라고 표현하고 싶지만, "검은 백조"와 같은 "정상적인" 회사가 세상에 한 군데만 있어도 반례가 되어 명제가 거짓이 되니 몇 걸음 물러날 수밖에 없다.


   회사를 다니다 보면 성악설을 지지하게 된다. 인간의 본성은 악하다. 그런 인간들이 모여서 돈을 벌기 위해 활동하는 곳이 회사이다 보니 이상해지는 것은 필연적인 것인가 싶다. 그래도 만약 과하게 이상한 회사라면, 부디 빨리 벗어나기를 권장한다. 왜냐하면 인간의 본성이 어떤지는 사실 주장에 가깝지만, 인간이 외부의 영향에 좌우되는 면이 크다는 것은 사실에 가깝기 때문이다. 즉, 이상한 곳에 오래 있으면 이상해진다는 것은 과학이다.


   1년 정도 타향살이를 하고 있는 친구가 있는데 그가 다니는 곳도 꽤나 이상한 회사라서 고통을 많이 받고 있다. 여러 애로사항이 있겠지만, 그가 개인적으로 제일 힘들어하는 것으로 보이는 것은 "자신도 그 이상한 회사의 인간들처럼 변해가고 있다"는 자각 때문이었다. 그래도 자각을 하니 불행 중 다행이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인간은 자각을 못한다.


   진흙탕물에 담그면 걸레든 비단이든 다 얼룩덜룩하게 되고 심히 너저분해진다. 쓰레기장에 두면 아무리 귀한 물건이더라도 쓰레기의 냄새가 배며 때가 탈 수밖에 없다. 내 친구와 달리 나 자신이나 내 동료들을 보면 아주 가관이다. 언제나 쓰레기장 욕, 진흙탕 욕을 달고 산다. 하지만 문제는 그 쓰레기장이나 진흙탕에 몇 년이나 처박혀 있기로 한 것은 나나 내 동료의 "선택"인 것이었고, 그 기간 동안 원래 비단이었든 귀한 물건이었든 간에 이미 걸레짝이나 쓰레기와 다를 바 없는 상태로 전락한 지 오래라는 점이다.


   그래서 요즘에는 동료들의 푸념을 들어주기가 싫다. 이미 다 똑같아진 마당에 "나는 제대로 하고 있지만 남들은 전혀 아니다"라는 인식은 현실과 지독하게 유리되어 있기 때문이다. 나 자신도 매일매일 새로운 이 막장 시트콤의 연기자 중 하나로 쓰레기장에 대해 극대노를 할 때가 흔하지만, 그 끝은 고삼차처럼 쓴 맛만 남는 지독한 자괴감이라서 다른 사람에게는 거의 이야기하기도 부끄러운 것이다.


   그리고 이야기해도 결국 정론이자 정답은 그러면 준비해서 이직하라는 것이기에, 그러기에는 너무 나는 게으른 데다가, 이미 쓰레기로 변모한 것이 맞아서 그냥 조용히 있는 편이다. 뭐, 내 인생의 불행은 다 내 탓이다. 이것에 대해서는 조만간 따로 적을 생각이다.


   결론적으로 하고 싶은 말은 만약 소속해 있는 곳이 정말 답이 없는 곳인 경우 최대한 빨리 그곳을 벗어나는 것만이 살 길이며, 그 외의 절충안은 없다는 것이다. 보통 인간은 독야청청을 못 한다. 주위 환경에 물드는 것이 당연하다. 맹자도 어릴 때 묘지 옆에 사니 상여꾼 흉내를 내며 곡소리를 내고 다녔고, 시장 옆에 사니 상인 같아졌지 않겠나. 그러니 아직 희망이 있는 자들에게는 꼭 현재 있는 곳이 엉망진창이라면 그곳을 탈출하기 위한 노력을 절대로 아끼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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