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독준 Mar 08. 2022

직원에게 주인의식이 없는 이유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런 것은 원래부터 있을 수가 없다. 직원이 열심히 하지 않는 이유는 자신이 "주인이 아니기" 때문이다. 주인이면 열심히 할 확률이 직원보다는 훨씬 높다. 그러니 굳이 억지로 직원들에게 주인의식을 가지라고 해봤자 자기 입만 아프고 인류애만 감소할 테니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서 A라는 간식을 파는 주인과 직원 한 명이 있다고 해보자. 주인은 자기 가게이므로, 많이 팔면 팔수록 그것이 매출이 되고 마진이 되므로 의욕이 높을 수밖에 없다. 반면에 직원은 가게에 파리가 날려도 정해진 돈을 받으며, 죽을 것 같이 바쁘게 일해도 정해진 돈을 받는다. 전에도 쓴 적이 있지만 직원의 핵심적 의사결정 모델은 "받는 돈이 제한되어 있다면, 일을 적게 함으로써 실질적인 급여를 높이는 것"이다.


실질적 노동을 줄일수록 시간당 받는 실질적 시급이 올라간다.

   이 모델을 규탄해봤자(너희들은 어째서 주인의식이 없느냐! 는 식의 일갈) 소용이 없다. 더욱 교묘하게 주인의 감시를 속이려고 할 뿐이다. 주인과 직원의 근본적인 차이는 맨입으로는 당연히 소용이 없고, 사실상 주인과 동등한 수준의 조건을 내어주지 않는 한 "주인의식"이 생기지 않아도 억울해할 권리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인 기업이 아닌 경우 직원은 필수라고 하겠다. 1인 기업이면 혼자 다 하면 된다. 하지만 1명의 시간은 죽었다 깨어나도 24시간인 법. 그 이상의 일을 한다고 하면 직원의 힘이 필요하다. 물론 직원은 주인의식이 없기 때문에 주인이 해내는 것보다 훨씬 적은 능률을 가지고 있다.


직원의 열정이 주인의 5분의 1 수준인 경우

   주인이 열심히 하는 것을 100, 직원이 열심히 하는 것을 20이라고 가정했을 때 주인 2명이 할 수 있는 일을 주인 1명과 직원 5명이 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2배의 일을 해내기 위해서 인건비가 6배(주인 시급=직원 시급인 경우)가 드는 모델. 이렇게 생각했을 때는 주인 입장에서는 인간 혐오가 들고 그냥 주인이 혼자 다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그것은 딱 100 이하의 역량이 필요한 경우에만 성립한다. 하다못해 101 짜리 일을 한다고 해도 주인은 시간제한 속에서 100까지밖에 못하니 나머지 1을 위해 직원을 고용해야 하는 상황이 될 것이다. 그리고 주인의 수는 보통은 단 한 명이니 주인을 여러 명 늘린다는 선택지는 없다. 그나마 가족회사를 떠올릴 수도 있지만, 가족이라고 해도 직원이랑 그렇게 크게 다르진 않은 수준이다. 즉 주인 레벨의 열정을 가진 자는 결국 주인밖에는 없다.


   직원이 자신의 5분의 1밖에 일을 하지 않더라도, 혼자 하는 일이 아닌 이상 효율이 낮다고 생각해도 쓸 수밖에 없는 것이 주인이 처한 현실이다. 되지도 않을 주인의식 강요를 하면 저 분모가 더 커지기만 하니 침묵을 지키면서, 어느 정도 성과가 나오면 그걸 가지고 잘 유인해서 분모를 조금이나마 줄이려고 하는 것이 주인이 취할 바른 전략이 될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 아무한테나 잘해주지 마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