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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독준 Mar 10. 2022

"돈이 많아야 사람이다"

내가 한 말이 아니라, 내 직장동료가 한 말이다.

   제목은 내가 한 다른 말에 대해 직장동료가 고쳐 말한 것인데, 기억에 남아서 남겨두는 일화다. 내가 원래 한 말은 "사람은 돈이 많고 봐야 한다"였다.


   뭐하다 저런 황금만능주의에 빠진 대화가 오고 가게 되었는가 하면 새로이 입수한 첩보가 발단이 되었다. "두목(사장)의 자식(백두 혈통이라서 동료 직원임)이 몇 달 뒤 결혼해서 그만두고 반려와 같이 외국에 공부하러 간다"는 내용이었다. 최근 나는 업무를 위한 불가피한 회화 외에는 잡담이나 정보 수집 등은 전혀 하고 있지 않다. 정보 입수의 시기가 늦었지만 이제는 그 무엇도 궁금하지도 않으며 그저 "뭐 어쩌라고" 싶은 것이지만, 입이 근질근질한 사람들이 자진해서 퍼 나르는 것을 정색할 이유는 없어서 그냥 들었다.


   결혼해서 외국에 반려와 같이 공부하러 가는 일은 돈이 많아야 가능한 이야기일 텐데, 두목은 돈이 많으니까 어려운 일은 아닐 것이다. 짜증 나는 것은 수금하고 외국으로 튀는 모양새가 되는 데다가, 최근에 나만의 사내 혐오 랭킹의 1위를 마킹하는 자가 이번에 결혼한다는 두목의 자식인지라 축의금은 어떻게 할지, 참석할지 등을 고민하게 된다. 짜증 난다. 나는 진심으로 축하하는 것이 아닌 경우 축의금 내기도 싫고 심리적인 거부감이 막대한 편이다.


   어쨌든 외국에 공부하러 보내서 거기서 산다고 하니 돈이 없으면 추진하기 어려운 일인데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꽤 부러운 일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사람은 돈이 많고 봐야 한다"라고 말을 했더랬다. 그러니 직장동료가 제목과 같이 표현을 고쳐주었다. 씁쓸하지만 참 고개가 끄덕여지는 말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이렇게 남겨 놓고 있다.


   돈이 많다고 해서 행복한 것은 아닐지라도, 돈이 없으면 불행할 확률이 높다고 생각한다. 당장 저 말을 한 나나 내 동료나 불평 분자이지만 두목이 주는 돈을 받으며 메여 살고 있으니. 회사를 다니면서 경험하는 것이라는 건 결국 감가상각 되는 자신을 써서, 그것을 푼 돈으로 바꾸고 있을 뿐이고 좋은 경험보다는 허무한 경험이 더 많았다. 허무하다기보단 모멸적인 경험들이 대부분이니 더 나쁘지 않을까.


   "귀해지면 질투를 받고, 천해지면 모욕을 받는다"는 것이 내가 최근에 내린 잠정적인 결론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귀천을 나누는 것은 부(rich)이다. 일단 받고 사는 모욕을 극복하려면 부를 쌓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돈이 없으면 사람 취급도 못 받는 상황과 맞물려 있다. 남의 생각이나 평가는 전혀 관심이나 판단 기준에 없지만 나를 함부로 업신여기게 하는 일은 문제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그것은 매우 분노하게 되는 일이다. 그렇게 어쩔 수 없이 나는 부자가 되고 말겠다고 다시금 각오를 다지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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