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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독준 Mar 11. 2022

남을 탓하면 답이 없다

정말 답이 없다

   여기서 답이 없다는 것은 가망이 없다는 의미보다는, 정말 해답이 없다는 느낌을 표현하고 싶었다. 어떤 문제의 원인이 남에게 있다면, 나 자신은 딱히 아무것도 안 해도 된다(내 탓이 아니므로)는 기적의 결론이 나오게 된다. 그리고 이러면 아무것도 하기 싫어지고 분노만 쌓이게 된다.


   분노뿐이 아니고 큰 무력감도 찾아올 것이다. 운명의 저주를 받아서 휘둘리기만 한다고 자신을 바라보게 되면 실제로 그렇게 된다. 뭘 해도 소용없고 결국 운명에 의해 파멸할 것인데 누가 발버둥 치려고 할까. 누구에게나 마찬가지일 것이라 생각한다.


   과실이 몇 대 몇인지 객관적이면서도 정확하게 판가름할 수 있는 것은 신적인 존재가 아니고서는 불가능할 것이다. 극단적으로 99 대 1로 내 탓은 고작 1밖에 되지 않는 과실도 있을 수 있겠지만, 그래도 1만큼은 내게 달렸던 것을 인지한다면 그 1을 개선할 노력에도 맞닿을 수 있다. 물론 세상의 일, 특히나 우리 자신과 관련된 일이 운이나 타인에게 99%가 달려있고 고작 1%만이 우리에게 달려 있지는 않다. 내가 열심히 하지 않는 것이 1%의 과실 일리는 없다. 그것이 예를 들어 갑부가 되려는 목표라면 %가 낮아지겠으나(노력해도 안될 확률이 훨씬 높은 특성을 가졌으므로), 사소한 것들에 있어서는 자신이 좌우하는 %가 높을 수밖에 없다. 내가 운동을 하지 않고 내가 자기 계발을 하지 않는 것은 운이나 타인과는 상관이 적을 수밖에 없다.


   주말에도 글을 많이 쓰면 좋을 텐데, 게을러서 잘 쓰지 않게 된다. 그래도 나는 이 게으름을 내 탓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생각보다 화가 나지는 않는다. 내가 중소기업에서 기괴한 경험을 하며 박봉을 받으며 모멸당하는 것도 결국 내가 벗어나려는 노력을 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결론이 나온 뒤로는, 일단 최대한 얌전히 지내려는 편이다(분노조절에 문제가 여전히 있지만...). 깨닫기 전에는 아주 입이 아프고 아프도록 회사 욕을 지인들에게 했던 것이다. 그래도 결국 진정한 해답은 "그러면 다른 곳을 가라"밖에는 없는데도 그건 외면해왔던 것이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나는 생각한다. 나 자신의 진정한 적은 나 자신일 뿐 그 무엇도 내 적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내가 나를 불행하게 하며 거지같이 대우하는 곳에 10년 가까이 계속 다니고 있는 것도 결국에 내가 이곳에서 안주한 결과일 뿐이라는 것을 생각한다. 나는 내가 나를 불행하게 하는 것이지, 다른 무엇인가가 나를 불행하게 하는 것이 아니다. 언제나 해답은 명쾌하고 단순하지만 그것대로 행하는 것이 어려운 일이다. 은근슬쩍 다시 포기한 영어 공부를 되살려야겠다. 책도 좀 더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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