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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독준 Mar 14. 2022

생각 하기=방향 잡기

   인간과 다른 동식물과의 결정적인 차이라 하면, 역시 뇌의 사이즈와 그것으로부터 비롯되는 지적인 부분일 것이다. 다른 동식물들이 멍청한 것이 아니고 인간이 특출 나다고 생각한다. 동식물들도 알아서 본능과 지식에 의거해서 세계에 적응하면서 사는 것은 맞다. 하지만 육식동물이 별도의 사냥 도구를 만들거나 목축을 하거나 하진 않으니까. 그런 것들을 위해서는 머리가 엄청나게 커질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얼마 전에 그런 차별점이 있는 축복을 활용하지 않는 계획이 현재 진행형으로 시작되었다. 이른바 "생각을 하지 않은 계획"이다. 차라리 뜨거운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재밌기라도 하지. 계획이지만 완벽하게 생각이 배제된 그 무엇인가를 계획이라 불러줘야 하는 이 반어적인 상황은 대체 뭘까.


   지금 무슨 상황이냐면 공간 고려나 배치에 대해 검토도 준비도 전혀 되지 않은 상황에서 다짜고짜 대규모의 자리 바꾸기가 일어나고 있다. 사무공간을 창고로 하고 창고를 사무공간으로 하고 뒤죽박죽인 것. 물론 모든 공간은 원래 사무공간이긴 하다. 창고가 그렇게 특성에 맞게 갖출 능력도 의지도 없는 소기업이라서 그렇다.


   경로의존성은 약이 될 수도, 독이 될 수도 있는 중립적인 것이라 생각한다. 탁월하게 개선이 가능하다면야 경로의존성을 극복해야겠지만, 그것이 아닌 경우에는 굳이 힘을 뺄 필요가 있겠는가. 원래도 어수선하긴 했다. 하지만 이것을 대략 어떻게 하자는 그 복안을 들었을 때 그것 참 좋은 생각이라고 수긍하기 어려웠다. 그렇게 해도 더 어수선해지기만 할 것 같았다. 이것을 들었을 때 머릿속에 엄청나게 흐릿한 안개가 끼는 경험을 할 수 있을 만큼 엉망진창인 선택이었다.


   어차피 이곳은 답정너가 국룰인 곳이기 때문에 내가 이견을 내봐야 소용도 없어서 그냥 하자는 대로 어울려줄 뿐이다. 애초에 옮길 필요성도 옮겨서 얻는 효과도 없다시피 한 것이지만, 하고 싶다면 해라. 그렇게까지 심층적인 분석이나 고려나 조언이나 충언이나 할 의리는 몇 년 전에 없어졌으니까.


   그래서 현재 진행형이라고 했듯이 이 거대한 푸닥거리가 지속되고 있는데, 아마도 두목이 한 번 내려와서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한 마디 하고 가면 또 다 뒤집어엎어야 할 것이라서 다소 웃긴다. 사실 쓸데없는 노역에 지나지 않겠지만 이런 것에 시간을 낭비하는 것 자체는 임금을 비효율적으로 쓰는 것이니 두목이나 회사에 좋지 않은 일이지만, 직원들에게는 간접적인 영향이 된다.


   인간 관찰에서 "멍부"라는 속성이 있다. "멍청하고 부지런한 타입"을 줄여 말하는 것이다. 부지런하기는 하니 써먹을 구석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 멍청하다는 속성이 치명적인 맹독을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길 찾기를 한다고 했을 때, 극도로 멍청하면 초행길임에도 지도와 나침반을 보지 않는다. 그냥 적당히 가다 보면 목적지가 나오겠지라는 안일함을 가진 경우가 있다. 단순화해서 이야기했을 때 지구는 구 형태이므로, 정반대 방향으로 가도 목적지에 도착할 수야 있다. 물론 지구의 둘레 빼기 원래 가야 했던 거리만큼 간 다음의 이야기지만.


   생각을 할 수 없는 수준이 아닌 한, 생각을 충분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축복을 걷어차는 것은 이롭지 않다. 덜컥 급하게 서두르기만 한다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니다. 아무리 공을 들였더라도 "생각을 안 하고 이상하게 쌓으면" 당연히 무너진다.


   이렇게 또 남의 우행과 실수로 나 자신에게 반면적인 교훈이 쌓이는 것은 좋은 일인가 싶어서 기분이 미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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