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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독준 Mar 14. 2022

우리는 무엇을 잘하는가

요즘 계속 생각하고 있는 질문이다

   이것을 알아야 되는데, 사실 나도 아직 잘 모르겠다. 이것을 알아야 내 한정된 에너지와 시간을 효율적으로 쓸 수 있을 텐데 큰 일이다. 나이에 대해 중시하지는 않지만, 시간이 가면 갈수록 실패의 리스크는 커지기에 지금에 와서는 덜컥 무엇인가를 도전하는 것도 더 많은 용기를 필요로 하고 있다.


   인생을 RPG라고 생각을 해봤다. 보통은 밸런스를 위해서 어떤 직업을 고르느냐에 따라 능력치 배분이 다르게 된다. 검사라면 힘과 체력이 높고, 마법사라면 지력이나 마법 공격력이 높고, 도적이면 민첩이 높고 뭐 그렇다. 물론 혼자 밸런스를 깨고 노는 경우도 있지만, 그런 사기적인 출발은 치팅을 하지 않으면 없다고 봐야 한다. 그리고 특성을 살려서 특화를 하는 것이 기본적인 성장 전략이 된다.


   다른 게임의 예시로, 빠지면 시간이 하염없이 들어갈 것이 무서워서 해보지는 않은 유구한 게임이 있다. 5 대 5로 팀을 짜고 상대의 본진을 함락시키면 되는 게임이다. 플레이어는 다양한 캐릭터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고, 5곳의 위치 중 한 곳을 고를 수 있다. 이 게임 역시 밸런스가 생명이므로 캐릭터의 특성에 맞는 성장 방향이 정해져 있고, 추천되는 활약 장소가 정해져 있는 편이다. 이것을 초월하는 그 무엇인가가 되기는 극히 어렵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두각을 드러낼 만큼(그것도 밸런스 고려를 뛰어넘는 식으로) 잘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저런 게임들에서도 대개 이상하게 키우면 캐릭터가 망한 캐릭터가 되고, 팀 게임을 패배하는 일이 빈번하다. 어떻게 보면 매우 상식적인 일이다. 이런 관점을 현실로 가져와보면 내 문제점이 드러난다. "나는 무엇을 잘하고 무엇을 못하는가"에 대해 사실 나는 아직도 모르고 있다.


   세상은 꽤나 십 년 전, 이십 년 전과는 다르게 되어가고 있다. 이제는 무엇 하나라도 정말 잘할 수 있다면 그것을 가지고 생계를 유지할 수도 있는 길이 서서히 열리고 있다. 물론 새롭게 생긴 일이 아니더라도 그것에서 두각을 드러낸다면 성공을 노려볼 수도 있다. 이런 사람들과 내가 다른 점은 저 사람들은 알고 했든 모르고 했든 결국 "자신이 강점을 가진 요소를 살리는 것에 성공했다"는 점일 것이다.


   천재이자 만능인이면 손대는 모든 것이 잘 되겠지만, 그런 사람은 아주 드물 것이다. 하다못해 특정 분야에서 정점을 찍을 재능을 가졌더라도, 다른 분야에서는 허당일 수도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대중 매체를 보면 볼 수 있는 많은 재능인들이 각자 가진 특징과 장점은 매우 다양하다. 그리고 그런 특징과 장점이 있기에 그들은 매력을 어필할 수 있고, 더 유명해지고 그러면 약점인 부분도 그 갭을 어필할 수도 있게 된다.


   게임 캐릭터들은 친절하게 분석이 되어 있고 성장을 시도할 방향도 정해져 있다. 각자의 인생도 비슷하지만 문제는 이 분석이 대부분 되어 있지 않은 것이 비극의 시작일지도 모른다. 끝없이 쓰려져도 다시 일어나는 것도 멋진 일이긴 하지만, 그 고생이 장점을 살린 부분이 아닌 경우 훨씬 고된 여정이 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그래서 나는 계속 생각해보고 있다. 내가 잘하는 것이 대체 무엇 일지에 대해서. 슬슬 무턱대고 도전해볼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그것이 발생시키는 매몰비용도 절대 간과하면 안 된다. 그래서 위에 이야기한 게임도 해보고 싶은 마음이 크지만 아주 두각을 드러내지 못하는 수준에 머물 것이라면 시간과 노력이 매우 아깝다고 생각이 들어서 아예 입문조차 하지 않는 것이다. 위에서 잘하는 것이 있다면 먹고 살 수도 있다고 하긴 했지만, 생각보다 그 수준은 높은 것이라서 적당한 수준으로는 취미나 소일거리에 지나지 않고 이것은 그냥 소비 생활이 되기 때문에 경각심을 가지고 있다.


   나는 일단 운동신경은 없고 체구가 큰 것도 아니라서 그쪽은 아니고, 음악도 못하고 그림도 못 그리고 만드는 취미가 있는 것도 아니니 예체능 계열은 아닌 듯하다. 글은 그냥 이런 것 정도는 끄적일 수 있다. 그러니 브런치에서 이런저런 글 쓰는 것을 하고 있는 것은 내 인생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이지 않을까.


   나는 아무튼 그렇다. 우리 각자 잘하는 것이 무엇이고 못 하는 것이 무엇일까 생각해보면, 그것이 우리가 처한 위기와 정체된 상황을 극복하게 해 줄 수 있는 열쇠가 될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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