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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독준 Nov 28. 2020

의욕 없이 살았더니 비참하길래

열심히 살기로 했습니다

 N 년 전, 지금보다는 나았다고 평가되겠지만 그때도 취업이 잘 안 되는 시기였기에, 제때 취업을 하지 못하고 졸업을 유예하면서 생각했던 것이 있습니다.


"어떤 곳이든 일은 적당히 하면 될 것 같고, 잘 쉬고 취미나 열심히 하면 되지 않을까?"


 이 생각은 철저하게 잘못되었던 것으로 결론이 나버렸습니다. 결국 흘러 흘러 전공과도 상관없는 곳에서 잡일이나 하는 생활이고, 이 회사는 잘 될 수 없는 회사임을 알고서도 다른 곳으로 이직할 의욕도 없어서 지금까지도 근속하는 중입니다.


 의욕이 없던 것은 자기 관리나 자기 계발도 마찬가지라, 이 회사에 모인 오합지졸 가족과 함께(그 오합지졸의 유망한 한 부분을 담당하며) 적당히 일하고 만족스럽지 못한 급여를 받으며 사람들이랑 술이나 마시고 회사 욕이나 하고 살았더랬습니다. 밖에서는 그러는 것이고, 집에서도 돈이 많이 드는 취미는 없었지만, 컴퓨터 게임은 많이 했습니다. 돈보다도 많은 시간을 쏟았습니다. 어리석음의 오십보백보보다 더 할 것입니다. 세상에서 제일 소중한 것은 시간인 걸요.


 그렇게 몇 년을 의욕 없이 살다 보니 서서히 결과물이 나오게 되더랍니다. 첫 번째로 살이 순조롭게 붙어서 스스로도 보기 싫은 외모가 되어갔습니다. 급격하게 찌다기 보단, 직장인들의 좋지 않은 행동 패턴 및 술자리, 과식 등이 겹치니 해마다 조금씩 씨는 것이 몇 년이 쌓이니 연도를 단위로 분석해보면 괄목할 결과가 나왔습니다.

 두 번째로 이 곳에 오래 있었지만 결국 자신이 무엇인가를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은 생기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그저 주어진 일만 펑크 내지 않고 하는 것은 개인에게 큰 발전을 가져다주지 않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회사도 싫고 사람들도 싫은 사람들이 많고 하니 성의가 없어지는 것도 있어서 달성해 놓은 것들이 없었습니다. 다른 글에서 제게 관심이 있다는 멘션을 남긴 사람에게 연락하지 않은, 또는 못한 것은 아직 이런 배경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2020년은 그래도 굉장한 전환이 많았던 때입니다. 팔리지는 않았지만 구축한 절약 노하우를 정리해보기도 했고, 7월쯤부터는 하루에 한 번 실내용 자전거를 1시간 30분 정도 타는 것을 습관화해서, 기록에 따르면 4월 초순쯤과 비교했을 때 현재 9Kg 정도 체중을 감량했습니다. 사실 감량의 목표 지점은 있지만 달성해도 운동은 계속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하루에 최선을 다하는 방식을 이행하기 위해서는 매일 하기로 한 것은 매일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결국 그렇지 않으면 다시 살이 찌게 되겠지요.


 운동만으로 이뤄진 것은 아니고 시국의 영향 등으로 인해 외식이나 술자리도 거의 없앤 것이 도움이 컸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먼저 나서서 다른 사람들에게 술을 마시자고 하지는 않을 인생이 되어가는 듯하고, 절약에 대한 책을 쓰고 자신에게 적용하다 보니 쓸데없는 지출에 대해 경계심이 늘어서 군것질 같은 것도 많이 줄었습니다. 역시, 좋은 습관들은 서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것이었습니다.

 

 건강이 좋아지고 외모가 개선되어가는 것이 보이니 평균적인 기분의 수위가 높아지는 듯합니다. 이렇게 좋은 습관들로 천천히 채워나가려고 합니다. 하루 24시간에서 회사에 할애하는 시간을 제외하고 남아있는 시간을 어떻게 채워가느냐의 문제인 것입니다. 저는 일단 하루에 90분은 그것을 평생을 유지하고자 하는 실내용 자전거 운동으로 채울 생각입니다.


 운동의 시간을 할당하였듯이, 옛날에 봤던 전공책이나 영어단어책도 책장에서 꺼내서 살펴보고 있습니다. 물론, 아직도 무엇을 하는 것이 제일 저를 기쁘고 보람 있게 해 줄지는 잘 모르겠어서 이직이나 앞으로의 진로에 대해서는 고민이 많습니다만, 그것과는 별개로 일단 회사를 가서 일을 하고, 돌아오면 실내용 자전거를 돌릴 것은 너무 굳건한 루틴이 되었기에 걱정을 조금은 덜해도 되니 좋습니다.


 결국 의욕 없이 살았더니 스스로가 비참해지고, 스스로가 비참하니 더 의욕이 없어지는 삶을 몇 년 살았습니다만, 정말 운이 좋게도 이 악순환의 고리에서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저는 운이 좋은 사람이니 의욕을 가지고 열심히 살면, 적어도 의욕 없이 평생 살았을 때의 자책감은 맛보지 않을 수 있겠죠. 물론 여러 가지 타오르는 야심 같은 것도 있으니 실패하더라도 도전하는 삶으로 나아가게 될 것이긴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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