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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독준 Mar 18. 2022

브런치, 나만의 작은 대나무 숲

   나에게 있어서 브런치는 깊이 숨겨놓은 나만의 대나무 숲 같은 곳이다. 이것저것 경험한 일이나 생각을 어느 정도는 정제한다. 하지만 그래도 꽤 자유로운 마음으로 글을 쓰고 있는 것은 틀림이 없다. 표현의 자유란 교조적이고 위압적인 무엇인가에 의해 무조건적으로 보호받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어떤 것이라도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이지만, 그것에 대해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들에게 비판이나 비난을 받을 수도 있다. 그리고 이 자유는 누구에게나 있는 것이니.


   그렇다고 해서 이곳에 많은 의견이 달리지는 않지만, 많은 의견이 달려도 그것도 그것대로 힘든 일이 될 수도 있다. 그래서 내 글들이 조용히 지내고 나 자신이 조용히 지내는 점에 대해 불만은 없다. 이런저런 생각들과 깨달음들을 모아놓고 싶은 마음이 제일 크기 때문이다. 


   다산 선생은 자녀들에게 유배지에서 편지로 조언하길 "글은 신중하게 써야 한다"라고 하였다(극히 요약하면). 요즘 같은 세상에서는 치기 어린 마음이었든 무모한 것이었든 과거의 자신이 SNS나 인터넷에 올린 것들에 발목 잡히는 일이 빈번하니 다산 선생은 시대를 앞서 봤다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미래 예지가 아니더라도 마땅히 사람 사는 세상에서는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것이기 때문일 것이다.


   10 년 전쯤에 일기를 매일 썼었는데, 그때 써놓은 것들을 다시 읽을 생각은 없었고 하여 이사를 할 때 전부 처분했다. 지금 생각하면 약간 아쉽기도 하지만, 모처에서 얻은 인생의 경험에서 물건을 버릴 때는 화끈하게 버리는 것이 좋다는 방침이 있었기에 괜찮았다. 그래도 일기 같은 것을 버리는데 전혀 살펴보지 않은 것은 아니다. 살짝 훑어봤는데 너무 모호하고 간접적으로 적혀 있어서 그때 정확하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어렴풋하게 짐작할 뿐, 작성한 본인조차 자세히는 이해할 수 없었다. 누가 주워서 봤더라도 이해할 수 없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파쇄하지 않고 노트들을 바로 버릴 수 있었더랬다.


   브런치에서 글을 쓰고 있다는 것은 그 누구에게도 이야기하지 않은 것이다. 나를 아는 사람들에게 내 글을 읽히게 하고 싶지 않기도 하고(?) 그들과의 일화나 관계에서 나오는 소재들도 많기에, 그들에게 직접 말하지 못할 것들에 대해 적어두는 것이다. 그래도 라이킷 하는 사람들은 알 수 있겠지만 나는 특정될 수 있는 정보에 대해서는 굉장히 조심하는 편이라고 생각한다. 특정할 수 있는 정보는 여러 면에서 위험하고 자신뿐 아닌 소재가 되는 다른 사람들에게도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에 조심하려고 한다.


   내 대나무 숲의 안전장치는 크게 2가지다. 첫째는 내가 브런치에서 글을 쓰고 있다는 것을 그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는 것이다. 둘째는 글을 쓰더라도 내용을 언제나 조심스럽게 쓰는 것이다. 아예 아무것도 남기지 않는 것이 사실 제일 안전할 것이라는 생각이 갑자기 들지만, 내 글이라는 것은 결코 나 자신은 아니겠지만 나 자신을 표현하고 이해하는 자료이며 수단이 될 수 있기에 나는 글을 쓴다. 이런 것들이 쌓이다 보면 스스로 새로운 것을 얻게 될 수도 있을 것이고, 누군가가 피드백을 해준다면 그것도 활용할 수 있을 테니.


   많은 쪽글들을 써두고 있긴 한데 브런치 북으로 가공할 만한 것은 아니고, 시시 때때의 나 자신이 써놓은 것들이라서 당장 엮는 것에는 어려움이 있을 것 같다. 새로 떠오르는 브런치 북의 아이디어들도 있고 써두고 싶은 것들도 있으니까 일단은 관성에 의해, 비슷한 식으로 글을 브런치에 쓰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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