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오랜 친구들을 봤는데, 아주 유익한 시간이었다. 왜냐하면 아주 탈탈 털렸기 때문이다. 피를 뽑아서 튜브에 담아서 가만히 두면 무거운 것은 가라앉고 위에는 혈청이 뜨게 된다. 내 처신이나 태도 같은 것도 그런 것처럼 보일만큼 "안정"되어 있었었다. 그리고 나는 같은 쪽, 그리고 아래쪽을 쳐다보며 주저앉아 있을 뿐이었다고 생각한다.
어쨌든 같이 공부하던 친구들인데 나보다 더 "위쪽"에 있다. 그들은 아주 의아해한다. 왜 거기서 그러고 있냐는 느낌이다. 그들이 뒤흔들어준 나는 꽤 의욕도 올라왔고 동태 눈깔도 생기를 찾았다. 실내용 자전거를 돌리면서 책을 읽지 않은 지 오래되었는데 책을 잡았고, 출근길에서도 핸드폰 대신 책을 읽으니 생각보다 좋았다.
내 아래쪽에도 많은 사람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것으로 안주하기엔 그렇게까지 좋은 위치에 있는 것은 아니다. 내 위쪽에도 많은 사람들이 있으니까. 아래쪽을 보고 살면 안빈낙도라도 이룰 수 있겠지만, 사실 그렇게까지 꿈과 야망이 없는 편은 아닌 것을 나 자신만큼은 알고 있다.
꿈과 야망은 남이 이뤄주는 것이 아니고, 내가 쟁취할 수밖에 없다. 물론 사이즈가 큰 꿈일수록 실현 가능성은 반비례하겠지만, 지금보다 좀 더 위쪽에 가겠다는 것 정도는 죽을 둥 살 둥 노력하면 실현 가능성이 자아실현보다는 높을 것이다.
자고로 사람은 3일 뒤에 봤을 때 같은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로 바뀌어야 한다는 말이 있다. 내가 내 고마운 친구들에게 직전의 만남처럼 고착된 상태가 아닌, 발전하는 모습이 드러날 수 있도록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