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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독준 May 10. 2022

직원을 위한 회사는 없다

회사를 위한 직원은 있다(?)

   비자발적 근로자들의 소통 공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표현이 있다. 직원을 아껴달라, 직원을 소모품 취급하지 말라 등등. 물론 안타깝고 화도 나는 현실이지만, 나는 이것이 개선되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본질적인 차원에서 회사가 돌아가게 하는 요소일 뿐이라는 점은 직원이나 소모품이나 사실 다를 바가 없기 때문이다. 회사는 근로자가 어떤 특성이나 성격을 가지고 있든지 사실 전혀 상관없다. 어떤 식으로 쓰겠다고 정하고 그렇게 쓰면 그만이다. 커리어가 박살 나거나 스트레스가 극심하거나 박봉이라서 불만이 쌓인다고 한들 무슨 상관인가? A에게 X라는 일을 시켰고 X를 한다면 만사 오케이다. 그 X가 A에게 있어서 허드렛일이든 극심한 스트레스를 주든 헐값에 부리고 있든 간에.


   A는 회사를 위해서 X라는 일을 하고 있다고 가정해봤었다. 나는 시간과 돈을 맞교환하는 형태의 근로자에 대해 주로 이야기하려고 한다. 일단 내가 그런 타입이기 때문이다. 사무직이지만 포괄임금제를 하는 평범한 소기업 소속자. 시간을 오래 보내든 아니든 내 급여에는 별로 상관이 없다. 물론 계약이니 만큼, A가 X를 하듯이 정해진 일을 하고 있다.


   내 커리어는 이미 박살이 난 상태다. 사실 주전공을 버리고 전혀 상관없는 업무를 맡아버린 시점에서 첫 단추가 단단하게 잘못 끼워졌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고 한들 회사 입장에서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어찌 되었든 부려먹으면 그만인 것이니까.


   내가 깨달은 것 중 하나는 일을 하는 것과 역량이 성장하는 것은 서로 독립적인 요소라는 것이다. 일을 하고 경험하는 것과 역량 증가/감소는 상관이 별로 없다. 근로자들이 착각하는 것 중 중요한 것이다. 바로 "주어진 일을 하는 것 자체로 역량이 성장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것이다. 회사는 근로자의 커리어에 관심 없다. 그냥 회사 입장에서 필요한 일을 하게 하면 그만이다. 사실 어느 정도 회사가 요구하는 일이 개인 역량 증진에 관련이 있는 경우도 물론 있지만 대부분은 그렇지 않다는 점을 말하고 싶다.


   역량 개발은 온전히 근로자에게 달린 것이다. 회사는 관심이 없고, 타인도 관심이 없다. 보통 이런 역량 개발에는 2가지 요소가 필요하다. 첫째는 노력(시간&에너지), 둘째는 돈이다. 물론 무료 교육도 좋은 것이 많지만, 쓸만한 역량 개발에는 대부분 돈이 든다. 근로자가 이 돈을 구하는 방법은 급여가 될 것이다. 근로자가 게을리하지 말아야 하는 첫 번째가 바로 역량 개발이다. 책을 많이 읽어야 할 것이고, 필요하면 학원 강의, 온라인 강의, 기타 다양한 곳에서 가르침을 받고 적용해야 한다.


   다들 일이 힘들고 너무 회사를 위해서 헌신하느라 여유가 없다는 것은 공감을 한다. 하지만 각자도생의 시대인 만큼, 그리고 자본이 없어서 서러운 비자발적 근로자에게 있어서 역량은 주어진 일만 한다고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직시한다면 역량 개발에 대해 관심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다음 글로는 역량 개발 외의 근로자의 특성, "노화&인플레이션"에 대해서 쓸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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