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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독준 May 11. 2022

근로자, 노화 그리고 인플레이션

   이전 글에서 회사에서 시키는 일만 해서는 역량이 성장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했다. 사실 지금 다니는 곳을 "영원히" 다닐 수 있다면 역량 성장 같은 것도 필요 없다. 하지만 영원히 다닐 수 없는 것이 문제이며 그것은 크게 2가지 요소에 근로자가 영향을 받기 때문이라고 본다.


1. 노화

   생명체는 태어났다면 언젠가는 반드시 죽는다. 아직 이것을 극복한 생명체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고, 인간에게 있어서 아주 오랜 꿈이지만 이룬 사람은 없다. 권력자이건, 천재이건, 부자이건 상관없이 죽음은 공평하다면 공평하다고 할 수 있겠다.


   나는 생사와 비슷한 개념을 입사와 퇴사에 적용해서 생각해보곤 한다. 근로자가 입사를 한다면, 언젠가는 반드시 퇴사를 하게 된다. 불가피한 것이다. 만일 누군가가 기적처럼 "죽을 때까지" 고용을 보장해주겠다고 할 수도 있지만, 죽으면 끝이니 "영원한" 것은 아니다.


   사실 그냥 일하다가 죽게 하는 식의 문화가 역사상 없지는 않았지만, 21세기의 선진 문화에서는 정년 나이를 설정해 놓았고 의료, 과학, 위생 발전 등으로 평균 수명도 길어졌으므로 어지간한 불운이 닥치지 않는 한 정년보다 수십 년은 더 살게 된 세상이다.


   인류는 죽음을 여전히 극복하지 못했지만, 그와 가깝지만 조금은 수월할지도 모르는 노화도 아직 극복하지 못했다. 정년까지 일할 수 있도록 보장되는 경우가 있지만, 사람은 나이가 들면서 노화하게 되는 것이 큰 제약이 된다. 특히 시간과 에너지를 돈과 맞바꾸는 근로자에게 있어서 치명적일 정도다.


   주워 들었던 것인데 납득이 돼서 기억하고 있는 것이 있다. 치과 의사들은 은퇴 시기가 다른 의사들보다 다소 빠르다는 이야기였다. 나는 의료는 중노동이라고 생각한다. 치과 의사에게 수전증이 생기거나 눈이 심하게 침침해진다거나 하면 치과 진료를 더 이상 하기 어렵게 되지 않겠는가? 이것은 정년 보장이 되더라도 물러날 수밖에 없는 일이 되니 무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고급 인력인 경우에도 근로의 요소가 크다면 노화의 압박에서 벗어나기 힘든 것이 인간에게 걸린 제약이라고 할 수 있다. 절대로 영원히 일할 수도 없으며(수명 제한), 정년 보장이 되더라도 길어진 수명이 더 길기 때문에 임금(wage) 없이 지내야 할 수도 있는 시간이 길다. 정년 보장이 되지 않는 경우 근로 소득 없이 지내야 하는 시간이 더욱 길어지게 된다.


   평균이라는 개념이 현상을 왜곡시키는 부분은 많지만 유용성도 분명 존재한다. 우리가 있는 업종, 업무 분야의 사람들이 받는 평균 연봉이나 평균 근속, 평균 퇴직 시기 등은 분명한 중요 정보다. 이것에 대해 자신이 알고 있는가 모르고 있는가도 중요하다. 모른다면 지금 당장 알아보는 것이 무조건 필요하다. 지금 이 순간에도 퇴사를 할 시기는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2. 인플레이션

   근로자의 급여라는 것은, 아무래도 물가인상분만큼은 올려주는 것이라는 사회적 합의가 존재할 것이다. 물론 동결되는 경우도 많을 것이지만 "현재가치"라는 개념을 고려하면 동결은 그냥 감봉이다. 그러니 아마 어지간한 회사는 물가인상분만큼, 아니면 그것보다는 조금 더 쳐주는 식으로 연봉 협상이나 연봉 통보를 할 것이다.


   사실 인플레이션 측정은 엄청나게 어려운 일이라서 그것을 정확하게 맞춰서 급여에 반영하거나 하는 곳은 없을 것이다. 적당히 이 정도겠지~ 하면서 정해질 것이다. 조금 더 고려한다면 통계청 자료라도 찾아보겠지만 그러는 곳이 많을지는 잘 모르겠다.


   회사가 심하게 이상한 곳이 아니라면 물가상승분이나 인정해주는 부분(근속에 대한 보상?)에 대해 조금씩이든 크든 인건비가 상승한다. 그리고 복리로 적용되니까 급여가 매번 쥐꼬리만 하다고 해도 서서히 그리고 확실히 커지는 쥐꼬리가 아닐 수 없다.



3. 역량, 노화, 인플레이션 3종 세트가 근로자에게 미치는 파멸적인 영향

   이 3가지 요소의 환장 콜라보는 근로자의 목숨을 파리 목숨으로 만든다.


- 역량의 성장은 거의 없는데

- 인간은 노화하니 가치는 더 떨어지고

- 인플레이션&호봉 등 때문에 계속 비싸짐


   회사 입장에서는 어차피 시키는 일만 하면 된다. 역량은 거기서 거기라고 했을 때 사회 초년생은 304050세대보다 아직 덜 늙었으니 무난하고, 돈은 확실히 덜 줘도 된다. 그러니 근로자 간의 경쟁에서 밀리는 것이다.


   그리고 내가 만나본 대부분의 경쟁에서 도태된 자들은 상당히 무능했다. 그들이 아무리 출신은 대기업, 중견기업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자들이었지만 그들 대부분은 환멸이 날 정도로 무능했다. 대기업이나 중견기업에서 효율적으로 잘 부려 먹혔을 뿐이지 그들 스스로 역량을 성장시킨 부분이 없으니까, 이제는 전혀 다른 환경에서 다르게 접근해야 하는데 그런 준비도 되어 있지 않았다. 그리고 입버릇은 정말 공통적으로 "전에 다니던 곳에서는 이렇게 안 했는데~"로 시작하는 불평불만을 했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고 했다. 도태돼서 왔으면 현실을 인정해야지.


   노화는 주어진 값이라서 어떻게 안된다.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능력과 상관없이 몸값이 올라가는 것도 불가피한 일이다. 이 요소에서 근로자가 주체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부분은 역량 발전밖에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사실 나도 그들과 똑같은 길을 걷고 있기에 인생의 반면교사로 여기고 그렇게 되지 않으려고 발악을 하게 해 준 부분에 대해서는 큰 감사를 느낀다.


   다음 글로는 근로자의 장점에 대해서 적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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