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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독준 Jun 09. 2022

생활비로는 적고, 비용으로는 크다

급여에 대한 내 인식

   급여생활자에 대해 부정적으로 이야기를 잔뜩 하고 있었지만, 자수성가를 이뤄야 할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있어서 급여생활을 어느 시간 동안 한다는 것은 주요한 선택지라고 생각한다. 물론 생활비로서는 적은 돈이지만, 덩어리 자체가 절대적으로 작은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것저것 다 떼고 월 200만 원이 통장에 들어온다면 세후 연봉이 2400만 원 정도고 직장 다니는 서민의 평균 미만(!)의 적은 돈임에는 틀림없을 것이다. 이걸로 의식주를 해결한다고 하면 참 빠듯하다. 요즘에는 인플레이션도 무시무시하니까.


   그런데 사업적 마인드로 생각을 해보니, 매 월에 꾸준히 그만큼의 인건비가 나간다는 것도 결코 작지 않다는 생각을 안 할 수 없었다. 생활 비+저축 비로는 월 200은 너무 적다. 하지만 월 200을 꾸준히 지불하는 조건으로 할 수 있는 것은 상당히 많다.


   월세를 200만 원씩 내야 하는 집이면 꽤 좋은 집일 것이고 광고판에서 월 50만 원이면 적당한 새 차를 리스인지 할 수 있다던가 하는 광고를 본 적이 있다. 월 200만 원으로 자동차를 리스한다면 그 자동차도 꽤 좋은 차로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쪽으로 생각하다 보니, 고용주들이 왜 그렇게 직원들에게 발광을 하는지 약간은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비싸니까." 그러니 최대한 오래 추가 비용 없이 묶어두려고 하고 열정 페이 비중을 높이고 싶어 하고 놀고 있는 것 같으면 쥐를 잡듯이 하는 것에 대한 오랜 의문이 풀렸다.


   적은 돈이지만 큰돈이기도 하다는 것은 급여 생활을 절대 폄하할 수 없는 근거가 된다. 급여 생활자는 단기적으로는 로우 리스크 로우 리턴이고, 장기적으로는 하이 리스크 로우 리턴이다. 어차피 끝까지 로우 리턴이지만 단기적으로는 리스크가 낮다는 장점. 물론 금융 시스템의 발달로 사업의 재능이 있다면 "부채(빚)"를 이용하는 방법도 있지만 이것은 어지간한 능력과 운이 따르지 않는다면 도박과 같은 승부수이다. 무엇인가를 본격적으로 해볼 만한 자산을, 빚이 아닌 방법을 통해 시작하자면? 그렇다. 급여 생활을 일정 기간 하는 방법밖에는 없다.


   급여 생활로 출발하는 것은 보잘것없어 보이는 길일 수도 있지만, 주어진 것이 드러나게 크지 않은 한 대부분은 마찬가지일 것이다. 다만 끝까지 급여 생활로 가는 것 또한 노후의 지옥으로 가는 길이 될 것이니, 알뜰하게 티끌 같아 보이더라도 모으고, 경험을 쌓아 자신을 발전시켜서 자신만의 일을 해나가게 된다면 주체적인 인생을 살 수 있을 것이라 나는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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