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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독준 Jul 04. 2022

사람을 미워해야지, 죄를 미워하면 쓰나

   "죄를 미워해야지 사람을 미워하지 말아야 한다"는 말을 나는 좋아하지 않는다. 죄 자체는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보다 정확히는 개념일 "뿐"이다. 각종 흉악한 범죄들을 직접 언급하고 싶지는 않다. 그중 적당한(?) 것으로 "강도"를 생각해보면, 개념 그 자체로는 국어사전에 나올 것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남의 것을 강제로 빼앗는 것"이라고 내 머릿속에서는 인식되어 있고, 방금 네이버 사전을 찾아보니 8~90%는 비슷한 개념인 것 같다.


   "강도"라는 개념 자체는 개념일 뿐이다. 개념 자체로는 나쁜 것도 좋은 것도 아닐 것이다(물론 나쁜 것이지만...!). 이제 "A가 강도짓을 했다"는 문장을 생각해본다. A라는 사람이 강도짓을 한, 즉 강도다. 죄가 나쁜가? 글쎄... A가 나쁜 것이겠지. 그저 하나의 개념(악함을 내포하긴 하였으나) 일뿐이었던 것을 현실로 구현한 것은 결국 A 아니겠는가.


   이런 흐름으로 죄 자체를 미워하는 것보다는 사람을 미워하는 것이 타당한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막연한 개념을 미워할 것은 아니고 그것을 저지른 주체에 분명한 책임이 있을 것이다. 개념을 나쁘다고 해봐야 무엇이 달라지겠는가. (좋은 것도 적혀있겠지만 아무튼) 나쁜 것이 가득 적힌 사전을 화형 시키는 것이 옳은 일이 되어버릴 것이다. 이런 느낌으로 분서에 정당화가 부여된다는 것도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인간은 절대로 완벽할 수도 없고 유한하기 때문에 우왕좌왕하기 마련일 것이다. 하지만 엄연하게도 개념에 머무르는 것이 아닌 선택과 결과는 반드시 존재한다. 선을 행하는 것도 사람이 칭찬을 들을 일이며, 악을 행하는 것도 사람이 비판을 받을 일이 될 것이다. 선행을 하면 행하는 자를 칭찬하고, 악행을 하면 악행을 행하는 자를 질타하는 것이 개념이라는 허상에 매몰되지 않는 방법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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