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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독준 Jul 05. 2022

몸의 흉터, 마음의 흉터

   살다 보면, 점차 알아가는 것들이 있다. 자신이 어떤 사람인가에 대해서도 조금씩 알아가고,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싫어하는지도 알게 된다. 또한 체질도 알게 된다. 체질이 한두 가지는 아니지만, 지금 말하고 싶은 체질은 "흉터가 잘 남는 체질"이다. 매우 끔찍한 체질이다. 깊은 상처는 물론이요, 이게 흉터가 된다 싶지도 않은 것들이 흉터가 되고 착색이 된다. 얕은 상처에도 흉이 지는 극악한 체질을 가졌다는 것을 상당히 뒤늦게야 안 나는 더욱 몸을 사려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희한하게도 흉터에는 기억이 길든다고 생각한다. 사실, 개인적인 영역이라서 일반화할 수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적어도 나는 내가 가진 흉터들에 대해서는 대부분 기억하고 있다. 뭐하다 이 흉터가 생겼는가에 대해서 대부분 떠올릴 수 있다. 몸의 흉터에 대한 원인 해결을 하자면 "부주의"가 대부분인 것 같다. 부주의하니 다치게 되는 것이었다. 다시금 생각하길, 몸을 잘 사려야겠다.


   몸의 흉터는 눈에 보이니 그렇다 하겠는데, 마음의 흉터도 살다 보니 많이 생긴 것 같다. 몸에 생긴 흉터는 눈으로 살펴보면 떠올 릴 수 있게 되는데, 마음의 흉터는 눈으로 볼 수 없는 것일 텐데도 어떤 매개체를 통하면 기억이 되살아나는 것은 몸의 흉터와 별로 다르지 않다.


   어떻게 보면 마음이라는 것도 몸처럼, 어떤 형태가 있어서 거기에 있는 크고 작은 상처와 흉터를 느낄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내 몸처럼, 내 마음도 그렇게 많이 상처를 입고 흉이 생긴 것이 아닐까.


   몸의 흉터가 사라지지 않듯이, 마음의 흉터도 절대로 사라지지 않을 것 같다. 형태와는 상관없이 이것은 동질적이라는 번뜩임이 있었으니까. 그리고 생각한다. 누군가가 했든, 아니면 스스로가 했든 상처와 흉터가 생겨났듯이, 나도 누군가에게 그렇게 했을 수 있다는 것을. 아니, 반드시 그렇게 했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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