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보면, 점차 알아가는 것들이 있다. 자신이 어떤 사람인가에 대해서도 조금씩 알아가고,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싫어하는지도 알게 된다. 또한 체질도 알게 된다. 체질이 한두 가지는 아니지만, 지금 말하고 싶은 체질은 "흉터가 잘 남는 체질"이다. 매우 끔찍한 체질이다. 깊은 상처는 물론이요, 이게 흉터가 된다 싶지도 않은 것들이 흉터가 되고 착색이 된다. 얕은 상처에도 흉이 지는 극악한 체질을 가졌다는 것을 상당히 뒤늦게야 안 나는 더욱 몸을 사려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희한하게도 흉터에는 기억이 길든다고 생각한다. 사실, 개인적인 영역이라서 일반화할 수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적어도 나는 내가 가진 흉터들에 대해서는 대부분 기억하고 있다. 뭐하다 이 흉터가 생겼는가에 대해서 대부분 떠올릴 수 있다. 몸의 흉터에 대한 원인 해결을 하자면 "부주의"가 대부분인 것 같다. 부주의하니 다치게 되는 것이었다. 다시금 생각하길, 몸을 잘 사려야겠다.
몸의 흉터는 눈에 보이니 그렇다 하겠는데, 마음의 흉터도 살다 보니 많이 생긴 것 같다. 몸에 생긴 흉터는 눈으로 살펴보면 떠올 릴 수 있게 되는데, 마음의 흉터는 눈으로 볼 수 없는 것일 텐데도 어떤 매개체를 통하면 기억이 되살아나는 것은 몸의 흉터와 별로 다르지 않다.
어떻게 보면 마음이라는 것도 몸처럼, 어떤 형태가 있어서 거기에 있는 크고 작은 상처와 흉터를 느낄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내 몸처럼, 내 마음도 그렇게 많이 상처를 입고 흉이 생긴 것이 아닐까.
몸의 흉터가 사라지지 않듯이, 마음의 흉터도 절대로 사라지지 않을 것 같다. 형태와는 상관없이 이것은 동질적이라는 번뜩임이 있었으니까. 그리고 생각한다. 누군가가 했든, 아니면 스스로가 했든 상처와 흉터가 생겨났듯이, 나도 누군가에게 그렇게 했을 수 있다는 것을. 아니, 반드시 그렇게 했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