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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독준 Jul 05. 2022

돈 받은 만큼만 일하라

   상당수의 직업에서(전체 직업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근로 계약이라는 것을 하면, 대가로 "얼마를 받을 것인가"에 대해 정해진다. 또한 얼마만큼의 시간 동안 일할 것인지 정해지곤 한다. 성과를 정확히 측정할 수 있다면 그것에 따라가는 것이 보다 효율적일 것이나 그것은 모두가 이미 알고 있듯이 매우 매우 어렵다. 따라서 뚜렷한 금액(여기서는 세전 연봉 등이 되겠다)과, 어느 정도 측정 가능한 시간에 대한 계약 상황에 대해서 이야기하고자 한다.


   즉 그냥 정해진 근로시간과 포괄임금제 형태의 모델을 생각한다는 것이다. 구체적인 예시로 들어볼 만한 것은 "주중 9 to 5, 세전 300만 원" 같은 형태의 일 자리를 생각한다는 것이다. 그러면 한 달 동안의 근로 시간이 나올 것이고 세전 급여가 나오니 나눠볼 수도 있다(시간당 급여가 되겠다).


   이런 상황에서, 나는 결코 "과잉된 충성"을 하기를 권하지 않는다. 우선은 시간에 충실하긴 해야 된다. 성과보다는 시간이 명확하게 정해져 있기 때문에 이 시간 자체를 존중할 필요는 있다. 그것이 근로 계약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겉으로 드러나지는 않더라도 저 시간을 다 쓰거나, 그렇게 하지 않더라도 "1인분의 성과"는 달성해야 한다. 즉 8시간을 걸려서 하루치의 합당한 일은 해내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이 시간 자체를 덜 들이고 여유롭게 있는 것 자체에 대해서는 무한하게 긍정하는 파이다. 본인이 능력이 좋아서 하루 1인분의 성과 달성에 단 2시간이면 된다면, 6시간 동안은 적당히 보내는 것도 좋다. 여기서 과잉충성이란, 하루 1인분의 성과를 2시간에 가능한 사람이 8시간을 최대 효율로 달려서 하루에 4인분의 성과를 이루는 것을 말한다. 이것은 명확하게 나쁘다.


   영화 "다크 나이트"에서 선각자 조커 선생은 말했다. "잘하는 것은 절대 공짜로 해주면 안 된다"라고. 4배 효율의 인간이라면, 가치의 25%만 받고 일해줄 이유가 없다. 75%의 시간은 알아서 잘 "본인"을 위해서 쓰자. 그리고 더 높은 경지를 향해서 움직이자.


   중용적인 이야기를 하고 있다. 만약 위의 사례와는 반대로 8시간을 열심히 해도 "1인분의 성과"를 내지 못하는 경우라면? 이것은 부끄러워해야 한다. 당신은 과대평가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 상황에서 초과 근무를 하라고는 하고 싶지는 않지만, 불가피하게 해야 할지도 모른다. "돈 받은 만큼 일하라"는 말은 그런 뜻이다. 시간에 의하는 것이 아니라, 성과에 따르는 것이다. 물론 고용주는 그냥 시간에 맞춰서 주겠지만 말이다. 근로 계약보다 중요한 것은 결국 개인의 역량에 관한 문제이니까. 역량 자체는 고용주도 물론 알고 싶어 하겠으나, 고용인 자신이 아는 만큼은 알 수는 없는 법이다. 이 해소되지 않을 정보의 비대칭성이란.


   그래도 같은 고용인 입장에서, 이른바 루팡 하는 것을 타박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꽤 위험한 상황이기 때문에 하는 말이다. 금방은 아니더라도 중장기적인 관찰 시간이 부여된다면, 어느 정도의 성과를 내는가에 대해서는 어렴풋하게 보이기 마련인 것이다. 고용주가 봤을 때 명백하게 내는 성과보다 받는 급여가 크다는 것이 명백해질수록 고용인의 입지는 좁아지게 된다. 보통은 그런 것을 숨기기 위해 자신의 시간을 때려 박는 것으로 "과잉 충성"과 "성과 희석"을 노리는 자들도 많지만, 어차피 1인분의 성과를 하는데 필요한 시간이 10시간이나 12시간 드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면 "나는 일을 못한다"는 자폭일 뿐이고 시간 자체도 워낙 많이 빼앗기니 현명한 행동은 아닐 것이다.


   그러니 명시된 시간보다도 나아가서 스스로의 성과가 어느 수준인지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겠다. 그리고 이 수준은 1인분보다 적어도(무능) 안 되며, 많아도(호구) 안 된다. 물론 이런 접근은 성과에 따른 보상이 미미하거나 전무한 케이스의 직종에 주로 해당하며, 많이 하면 그만큼의 보상이 있는 경우를 논하고자 함은 아니라는 것을 마지막으로 한 번 더 강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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