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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독준 Jul 06. 2022

작은 일부터 잘 챙기자

   회사에서 나는 "화가 극심하게 많은"이라는 칭호를 보유하고 있다. 싸늘하면서도 화가 많은 인간으로 지내는 것에 큰 불만은 없지만, 이렇게 된 것에는 몇 가지 자기변호의 소재가 있지 않나 생각한다.


   원래부터 화가 많은 것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어려운 일을 못하는 것에는 화는 전혀 나지 않는다. 내가 화내는 것은 작은 일, 쉬운 일을 못하는 것에 화가 나는 것이다. 불 꺼진 곳에 들어가서 자신의 필요한 일을 처리하고 나올 때 불을 끄는 것. 사전에 어느 정도의 생각을 해서 혹시나 한 번에 할 수 있는 일을 두 번 세 번 하게 하지 않는 것. 대략 이런 것들을 나는 주위에 원하고 스스로도 달성해야 한다고 생각할 뿐이다. 결코 주위에서 세계 평화를 이루고 세계의 각종 문제들을 해결하지 못하는 것 때문에 화가 나지 않는다. 그런 것이 해결되지 않는 것에 충분한 납득을 하며 살고 있기 때문이다.


   내 좁은 우물 위의 하늘일 뿐이겠지만, 내가 살면서 본 인간 중에 작은 일은 못하면서도 큰 일은 잘하는 사람은 못 봤다. 역사에 관심이 많고 사람에 관심이 많으니, 분명 저런 사람들도 있다는 것은 알지만 대부분이 호걸들이기 때문에. 내가 봤을 때 "자신은 작은 일은 못하지만 큰 일은 잘해"라고 생각하는 인간들 중 진짜로 큰 일은 잘하지만 작은 일은 못하는 경우는 없었다. 그냥 다 못하는 것일 뿐. 처참한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큰 일을 잘 해낼 수 있다는 것은 그릇이 커야 가능하다. 내가 만나본 사람들이 얼마 되지 않기에 그릇이 큰 사람들은 직접 만나볼 기회가 별로 없었지만 아무튼 "검은 백조" 수준이 아니라 훨씬 많으니까 절대 큰 그릇을 가진 자가 없다고 말하고 싶은 것이 아니다. 다만, 그런 그릇이 큰 자들은 상당히 희귀하다는 것이 내가 30여 년 살면서 내린 결론이다.


   여기까지 읽었다면 아마도 "그래서 어쩌라고"라는 생각이 들 것 같다. 적어도 나는 쓰면서 "그래서 어쩌라는 건데?"라는 생각이 들어버렸다. 잘 전개해오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주절주절 해놨지만, 나 자신은 그릇이 큰가? 물론 전혀 아니다. 나는 그릇이 작다. 하지만 그릇이 작아도 죽으라는 법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적어두는 것이다.


   그릇이 작은 사람은 어차피 큰 일을 논할 수준이 어차피 "현재 시점"에서는 되지 않는다. 즉 그릇이 작다면 작은 일을 할 수 있다 또는 할 수 없다에만 집중하면 된다는 것이다. 나는 이 그릇이 선천적이며 이미 정해진 값이라고 단정 짓고 싶지 않다. 작은 일을 잘 해내서 분명 큰 일을 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지금 당장 큰 일을 할 수는 없지만, 우선 주어진 작은 일부터 확실하게 해 나가면서 내 그릇을 키우는 것이다.


   옛날 교과서에서 "수신제가 치국평천하"라는 말을 익혔던 적이 있다. 아마도 작은 일부터 챙기는 흐름에 일치하니, 결국 저것을 내 나름대로 풀어쓴 것이 될 것이다. "자신을 갈고닦으며, 나아가서 집안을 정리하고, 나라를  다스리며, 세상을 평화롭게 한다", 대략 저런 뜻이다. 결국 세계 평화라는 큰 일을 하려면 일단 나라를 잘 다스려야 하는 것이 마땅하다. 나라를 잘 다스리려면 적어도 자신의 집안에 화평이 있어야 할 것이다. 집안을 화평하게 하려면 자신을 잘 갈고닦아야 할 것이다.


   중용에 있는 말인데, "군자의 도는 멀리 가려면 반드시 가까운 곳에서 시작하는 것과 같고, 높은 곳에 올라가려면 반드시 낮은 곳에서부터 하는 것과 같다"는 말이 있다. 군자의 도는 사실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그냥 우리가 생각하는 모든 업적이나 성취 같은 것에 적용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러니 먼저 쉬운 일, 작은 일도 산뜻하게 해치우는 능력을 길러나가자. 그러면 분명 기회는 올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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