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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독준 Aug 08. 2022

운석을 배송해주기 바라

   원래 나는 물건을 잘 사지 않는다. 이번에 5년(?!) 만에 자급제폰을 사느라 쿠팡에 가입해서 쓰는데 매우 편리했다. 프로모션 기간이라 1달 프리미엄 기능을 무료로 쓸 수 있는 그것이다. 덕분에 폰도 자정에 도착하고 아주 좋았다.


   이렇게 좋은 세상이기도 하지만 나는 운석을 가지고 싶다. 아마존이나 그런 곳에서 팔 수도 있겠지만 찾아보지는 않았다. 내가 원하는 것은 완충재에 꼼꼼히 쌓인 소장용 운석이 아니라 우주에서 대기권을 지나 불타며 내리 꽂히는 그런 품질의 운석이다.


   배송지를 지정한다면 물론 두목의 소굴이자 내 종살이 거점이 되어야만 할 것이다. 이는 절대 양보할 수 없는 주소임에 틀림이 없다. "꼭 지정된 주소로 배송해주세요!"라고 한 번 더 당부의 메시지를 남겨야 한다.


   사실 이런 것은 보통 간절한 저주 기원 등이라서 현금 구매가 불가능했던 것이다. 하지만 너무나 과학기술이 발전하다 보니 제대로 "판매자"만 찾으면 가능할 것도 같지 않은가?


   아마 비용은 "판매자와 직접 협의"같은 두루뭉술한 표현일 것이다. 하지만 아마도 가진 모든 것을 지불함이 마땅할 것이다. 어찌 되었든 막무가내로 범벅이 된 패악질이니 걸어야 할 것은 많을 것이기 때문이다. 벙커에 들어가 있기보다는 동귀어진을 하는 것이 취향인 듯하다.


   이 모든 망상은 월요일부터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내가 심심해서 떠올려본 헛소리에 지나지 않는다. 7월 달에 건강검진을 했는데, 처음 보는 정신감정 테스트도 있었지만 매우 무난한 결과가 나왔다. 이상한 회사를 다녀서 환멸이 극심한 것 빼고는 우울감도 정신적 피폐함도 없다.


   회사는 만병의 근원이라서 그렇다. 주말이나 연차만 쓰면 그렇게 세상도 다채로움이 많음을 알 수 있다. 어째서 회사에 가면 그렇게 다채로운 광인들이 많을까? 환멸감이라는 것이 폭발하고 만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다시 생각한다. 하늘에 작은 공을 쏘아 올린 자에 대한 소설을 기억한다. 등장인물 중의 하나의 반 친구들과 그들의 선생 간의 대화다. 두 명의 소년이 굴뚝 청소를 했는데 한 명은 얼굴이 말끔하고 다른 한 명은 얼굴이 숯검댕으로 뒤덮였다. 이때 누가 얼굴을 닦겠냐고 선생이 질문한다.


   학생들이 대답하길 얼굴에 먼지가 묻은 자가 얼굴을 닦을 것이라고 대답한다. 이에 선생은 반론한다. 서로 쳐다본 얼굴을 보며 거울을 보듯 판단할 테니 얼굴이 말끔한 자가 얼굴을 닦을 것이라고 말이다. 학생들은 약간의 깨달음을 얻는다.


   하지만 다시 선생은 말을 잇는다. 하지만 굴뚝 청소를 같이 들어갔는데 한 명의 얼굴은 말끔하고 다른 한 명의 얼굴은 먼지투성이일 수는 없다고 말이다. 다시금 학생들은 추가적인 깨달음을 얻는다. 그런데 그냥 이것은 기억에 의존해서 적은 것이라서 마지막에 선생이 무슨 말을 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그저 내 상황에 빗대어 생각해볼 뿐이다. 나는 두목의 소굴에 다채롭게 미친 자들이 많다고 생각하는데, 그들 입장에서도 내가 그렇게 보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결국 그런 자들이 모인 곳이면 나도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굴뚝에 들어가서 청소를 하는데 내 얼굴만 깨끗할 리 없고, 미친 자들의 소굴에서 수년을 근속하는 내게 광기가 없을 리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런 착잡함과 차분함을 가지고 해괴한 글을 쓰는 오늘은 중부지방에 미친 듯이 비가 오고 있다. 지구온난화 때문일까. 기후가 아열대를 넘어 열대 지방이 된 것만 같아서 좋게 넘어가기가 쉽지는 않은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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