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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독준 Jul 27. 2022

최고의 복수

   먼지 많은 세상을 살아온 우리 각자에게는 여러 원수들이 있을 것이다. 그 원수들에게 할 수 있는 최고의 복수는 뭘까? 내 생각에는 우리 각자가 잘되는 것이야말로 최고의 복수가 아닐까 생각한다.


   당해보기 전에는 몰랐다. 투명 인간 취급이 그렇게 기분이 나쁜 일인지 말이다. 나는 계속 남아있지만 회사를 떠나간 윗사람이 있다. 결국 사장이 이끌었던 인맥이 그 나물에 그 밥이다 보니, 사장의 경조사 때마다 마주치게 되었다. 웬걸, 공기 보듯 백안시를 하는 것이 아닌가?


   처음에는 긴가민가했지만 넘어갔다. 두 번째에는 어느 정도 처음 당했을 때 기억이 있어서 염두에 두었다. 어김이 없었고, 정말 굉장한 모멸감을 느꼈다. 보통 부모의 원수라면 부모의 원수라고 아는 척이라도 할 것이다. 나름 몇 년을 봤었지만 이런 식으로 하는 인간을 처음 본 것도 사실이다.


   나 스스로도 안다. 그렇게 좋은 성격을 지니고 있지 않다는 것 정도는 말이다. 하지만 글쎄, 그러는 당신은 성격이 좋았던가 하면 그렇지는 않다. 적어도 회사 다니면서 반면교사는 충실했으니까. 가르치지도 않으면서 어리숙한 햇병아리들이 실수한다고 한숨 푹푹 쉬어대면서 정색이나 했다. 나중에는 내가 화도 내기 전에 자기가 먼저 화내면서 그러면 윗사람들이 싫어한다는 둥 난동 쳤던 것 정도? 그 이후에는 뭐 서로 공기 보듯 했던 것 같긴 하다. 퇴사할 때도 인사나 덕담도 없이 가더니, 남의 경조사에서도 자기 마음대로 한다. 그래서 나는 이제 무슨 일이 있어도 사장 경조사는 안 가기로 했다. 2번 그런 꼴 당했으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내가 그 자한테 할 수 있는 최대의 복수는 뭘까 생각해봤다. 단편적으로는 법치에 반대되는 행위들이 있겠지만, 그것은 제대로 된 복수가 아닐 것이라 생각한다. 의미도 없고. 그리고 함정이 있는 것이다. 그런 선택을 한다면 그 자의 평가가 들어맞는 것이 되는 것이리라.


   나는 나대로 그냥저냥 평온하게 사는 편이고, 어영부영 사는 것에 사실 더 적합한 편이다. 전형적인 소시민이 아닐까. 하지만 저런 싹수없는 자 취급을 받는다면 무엇인가 보여줘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마음의 술렁거림을 무시할 수는 없지 않나 생각한다.


   사실 어차피 나도 그 자를 벌레 보듯 하기 때문에(?!) 중요하진 않을 수 있지만, 무언가 열받는 부분이 해소되지 않는다. 이것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그자의 안목이 틀렸음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냥 내가 벌레 취급하는 것으로는 제대로 된 복수가 될 수 없으니, 자타공인하게 그 자의 눈이 삐었다는 것을 건설적인 방향으로 보여주는 것만이 유일하며 최대의 복수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혹시 원수에게 해코지를 하고 싶은 나와 같은 사람들이 이 글을 보고 있다면 하고 싶은 말을 마지막으로 하겠다. 위에도 적었지만, 제대로 된 복수는 절대로 범법적인 보복이 아니다. 원수들이 단정하고 있는 결말을 박살 내는 것이야말로 제대로 된 복수다.


   내 원수는 별 볼일 없는 자이긴 하다. 그래도 나보다 먹은 쌀밥 공기의 수는 많이 많긴 하겠다. 하지만 그깟 인간의 단정과 편견을 박살 내는 것은 정말 유쾌하고 즐거운 일이 될 것이다. 원수가 내가 절대로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 생각한다면, 그것에 대한 최대한의 복수는 내가 성공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사실 내 원수가 싫어하는 부분이 내 인성이고 내 성공과는 상관이 없을 수는 있다. 하지만 사전적 의미에서 싹수가 없다는 것은 인성에 대한 지적보다는 성패에 관한 부분이 크니 무시하기 어렵다. 어차피 인성 자체로 승부는 그냥 원수를 벌레 취급하는 것에서 큰 논의를 할 필요는 없다.


   따라서 부득이하게도 나는 성공을 해야만 하는 이유가 생긴 것이다. 만약 잘 된다면 내 원수의 장례식에 통 크게 베풀 수 있으면 좋지 않을까? 어차피 그 상황이면 관 안에 들어가 있으니 내 호의를 절대 거절할 수도 없을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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