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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독준 Nov 17. 2022

10대의 끝자락에 도달한 자들에게

   세상에 태어났다면 피할 수 없는 것은, 세금과 죽음과 시험과 희로애락 등 여러 가지가 있다. 내 브런치 통계를 보니까 작년인가에 수능 관련 글을 썼었어서 조회수가 몇 건 있었다. 조회수가 몇 건이 왜 있지 했는데 1년 전의 내가 써놓은 관련 글 때문이었다. 적절한 계절성(?)이 있는 글을 썼었구나 생각했다.


   대학 입시 제도가 불변하는 것은 절대로 아니지만, 94년인가부터 시행되고 있는 수능은 꽤 오래된 제도에 속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어느 해에 태어난 순간 어느 시점에 수능을 처음 볼 기회가 생긴다는 것은 바로 계산을 해볼 수 있는 일이다.


   성적에 대해 아주 간략하게 이야기하자면 결국 "자기가 받을 수 있는 성적"이 나온다. 물론 기본 학력에 컨디션과 운이 곱 연산으로 들어가므로 잭팟이 터질 수도 있지만, 역으로 터질 수도 있다. 그래도 가장 중요한 것이 기본 학력이므로 한도 초과되는 행운이나 불운이 곱해져도 어찌 되었건 "가능성 있었던 미래" 안에 들 것이다.


   아마 12년 정도 대입에 맞춰진, 심하게는 태어나서 20살 전후가 될 때까지 대학 입시만 보고 살았을 수도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한국 사회 구조나 분위기가 그렇기 때문이다. 지금 이 글을 쓰는 시점에서 시험은 절반 정도 진행되었겠지만 늦은 오후가 되면 누구는 기뻐서 울고, 누구는 슬퍼서 울 것은 분명하겠다.


   지금은 그것이 전부일 것처럼 보이며 그렇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인생은 그렇게 간단하지만은 않다. 물론, 학벌을 정하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이벤트가 맞고, 12년에서 20년까지 투자한 그것이 무조건적으로 과도한가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인생을 좌우할 만한 기점인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동화 속에서나 가장 좋은 순간에서 이야기의 끝을 맞는 법이다. 지금의 환희나 절망이 결말인 것은 결코 아니다. 인생은 이 시험 이후에도 계속되기 때문이다.


   뉴스를 보면 물론 대입을 하는 사람들의 최저 연령 한계 이상이면 되므로 해마다 다양한 나이대의 사람들이 시험을 보기는 한다. 하지만 절대다수는 고3이고 그다음은 다시 시도하는 자들이니 모두 10대의 끝자락에 도달한 자들이 될 것이다.


   새옹지마의 노인처럼 기쁨도 덤덤하게, 슬픔도 덤덤하게 넘기라는 말을 하고 싶지는 않다. 중요한 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사람은 마음껏 기뻐해도 좋다고 생각한다. 내가 염려하는 것은 만족할 만한 성적을 거두는 사람은 소수 어쩌면 극소수일 것이라는 것이다. 극단적으로는 만점이 아닐 경우에 마음먹기에 따라서 실망할 수도 있는 것이 사람 마음이다.


   그러니 아마도 대부분일, 마음에 상심이 있을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다. 비록 지금 중요한 시점에서의 결과가 좋지 못할 수도 있지만 결코 이대로 모든 것이 결정되고 끝나버리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 시험이 끝나도 인생은 계속되며 이 시험에 못지않은, 어쩌면 더 한 기회와 위기가 앞으로도 계속 올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번에 어떤 결과를 얻든 그것을 바탕으로 자신을 성장시키는 양분으로 삼는 것이 이 체크 포인트의 승자와 패자 모두에게 가장 중요한 일이다. 새로운 출발점이 어디가 되든, 놀랍게도 모든 것이 끝난 것이 아니라 이제 비로소 시작이다. 그러니 너무 낙심할 필요는 없다. 포기하지 않는 한, 진정으로 끝나는 것은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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