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독준 Dec 06. 2020

작심삼일 극복법

천천히 의지력을 얻는 법

#1

 "우리 애는 머리는 좋은데 공부를 안 해서 성적이 나쁘다"라는 역사 깊은 맹목적인 두둔이 존재한다. 실제로 머리가 좋은데 공부를 안 하는 것일 수도 있고, 안타깝게도 머리 자체도 나쁠 수도 있지만 여러 가지 개인적인 경험으로 생각해봤을 때 "발현"을 시키지 못하는 것까지가 평가 대상이므로 성적이 나쁘면 머리가 좋든 나쁘든 거기까지 인 것이다.

 개인적인 경험이라는 것은 내 토익 점수가 공부를 안 해도 700점 후반에서 800점 초반은 나왔었지만, 다들 아시다시피 학원에서도 대외적으로 써먹을만한 스펙으로 여기는 것은 900점 이상이 아니겠는가? 나 자신이 생각해도 열심히 하면 900점은 넘길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결국 그 "열심히를 하지 못해서"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는 것을 경험하였다. 이때의 경험이 남긴 것은 윗 문단에서 이야기했듯이 발현을 시키지 못한다면 소용없다는 뼈저린 깨달음이었다. 내 머리가 좋아서 900점 이상을 달성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었더라도, 그것을 꽃 피게 하느냐, 그렇지 못하느냐가 진정한 도달점인 것이었다.


#2

 반년 정도 하루에 매일 실내용 자전거를 1시간 반 정도 타고 있다. 빼먹은 날은 다섯 손가락으로 꼽을 수 있다. 물론, 시국의 영향으로 귀가 시간이 빨라지고 회식 등의 문화가 사멸해버린 덕이 크지만 어찌 되었건 의견 교류를 하는 사람들에게는 농담인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비인간적"이라는 소리를 듣고 있다. 사실 나 자신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지만 성공적으로 정착시킨 생활양식의 변경은 다른 분야에서도 긍정적인 피드백으로 계속 이어지고 있다.


#3

 물론 매일 1시간 30분 정도 실내용 자전거를 타는 습관을 도입하는 데 있어서, 운이 좋게도 응원과 감시를 해주는 사람이 있었고, 이번에는 습관화가 일어날 만큼의 긴 시간 동안 의지력이 버텨주었기에 이제는 운동을 안 하는 것이 더 어색한 지경이다. 아마도 아래에서 권할 방식보다는 필요한 의지력의 강도가 높았겠지만 흐름과 방법은 큰 차이가 없다. 핵심은 의지력이라는 자원에 의지하는 것보다는 의지력을 길러나가는 방향으로 콘셉트를 잡는 것이다.


#4

 습관화가 된 상황에서야 하루에 매일 1시간 30분씩, 그리고 주말에는 2번씩 한다는 것은 이제 나에게 크게 힘든 일이 아니게 되었다. 하지만 나 스스로도 운동을 습관화하는 것에 이제야 성공했다는 것과 과거에 실패한 적이 많다는 것은 일단 지금 내가 정립한 레벨을 준비가 안된 상태에서 도입하는 것이야말로 작심삼일에 걸맞은 상황이 된다는 것이다.

 운동하는 습관이 없는데 매일 퇴근을 하고 나서 1시간 30분씩 실내용 자전거-쳇바퀴 돌리는 기분이기도 하다-를 3일을 했다면 그것이야말로 대단하다. 단 하루만 해도 분명 대단하다. 하지만 꽤 가혹하게 느껴진다. 습관화를 하기에는 너무 큰 의지력이 필요한데 의지력이 준비가 되어 있지 않으니까 2일 차(하루를 한 경우 그다음 날)나 4일 차(3일을 하고 그다음 날)를 하는 것에는 의지력이 필요한데 힘들어 죽겠고 성과도 모르겠는데 하기 싫어지는 건 인지상정이다.


#5

 그래서 제안하는 방법은 개구리를 순조롭게 삶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와 통하는 면이 있다. 펄펄 끓는 물에 개구리를 담그면 펄쩍 뛰어나온다고 한다. 뜨거운 것과 차가운 것은 감지를 하기 때문이다. 이경우와 달리 미지근한 물일 때 개구리를 담그고 불을 댕겨서 물의 온도를 올리면, 자신에게 치명적인 온도가 되는 것을 감지하지 못하고 그대로 익어버린다고 한다. 뭐 사람이면 물 온도가 40도가 넘어가면 뭔가 잘못되어간다는 것을 알겠지만, 그 동물군에서는 그런 것에 둔감해서(아마도 변온동물이라 그랬던가...?) 일어나는 현상이라고 한다. 이것을 활용하는 방법이다.


#6

 객관화를 해서 봤을 때 매일 꾸준히 운동을 1시간 30분 정도 하는 것을 100의 성취라고 하고, 사람들이 대단하다고 여기는 수준이라고 상정한다. 그렇다면 10의 성취 정도는 매일 꾸준히 9분 정도의 운동을 하는 것이라 계산해볼 수 있다. 10 정도의 성취는 다른 사람들이 봤을 때 매우 사소하고, 우리 스스로도 별거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어서 자랑거리가 되지 못한다고 해보자.

 성취를 얻는 만큼 필요한 의지력이 크다고도 상정을 해보자. 100의 성취를 얻는 행동을 하려면 100의 의지력이 있어야 한다. 10의 성취를 얻는 행동을 하려면 10의 의지력이 필요하다고 비례식이 성립한다. 철저히 의욕이 없는 사람을 가정할 것이고 가진 의지력은 0이라고 가정해본다.

 이 사람이 100짜리 성취를 위해 의지력을 100을 투여하면 0에서 100을 빼기 때문에 -100이 되는 것이다. 의지력이 파산 상태라는 것은 언제 그만둬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인 것이다. 3일이나 버티는 것이 용할 것이다(-300이 될 것).

 이 사람이 100짜리 성취 대신 10짜리 성취를 도전해본다면 어떨까? 물론 의지력이 0이었으니 마이너스가 되는 것은 비슷하지만 100짜리 성취를 1일 동안 했을 때 일어나는 손실만큼 이 일어나려면 10일이 걸릴 것이다. 성취가 적은 만큼 필요한 의지력이 적으니 파산의 시점은 뒤로 밀릴 것이다.


#7

 습관화가 안 된 사람이 하루의 목표량만큼을 달성했다고 해보자. 다음 날에도 해야 하는 상황일 때 조건이 각각 아래와 같다면


- 조건 A: 1시간 동안 자전거 타기(어제 1시간 자전거 탐)

- 조건 B: 5분 동안 자전거 타기(어제 5분 자전거 탐)


어느 쪽이 거부감이 덜할까? 두 조건 모두 자신과의 약속이라는 점에서 대등하다. 조건 B는 성취는 적지만 들어가는 의지력도 적다. 조건 A는 1시간 미만은 미션 실패이기 때문에 59분을 타고 포기하더라도 성취감이 적게 된다. 작심삼일이 일어나는 이유는 어찌 되었건 현재 가지고 있는 의지력의 크기보다 투입해야 하는 게 크기 때문이다.


#8

 만약 조건 B로 보름을 운동했다면 이 사람은 운동시간으로는 75분의 누적 운동 시간을 기록하게 된다. 조건 A가 2일 하면 훨씬 상회하는, 어떻게 보면 남에게 이야기하기도 부끄러운 것일 수도 있지만 이것도 엄연한 성취이다. 이러한 성취가 쌓이는 것이 변화의 핵심이다. 비록 하루에 5분이라는 시간을 들이지만 매일 그렇게 하고 있는 것은 생활양식이 바뀌어 간다는 이야기이다.

 어느 시점부터는 계속 이어져나가는 이 기록이 끊기는 것이 아쉬워질 수도 있다. 만약 아무리 5분이라고 해도 한 달 내내 달성했다면 점점 포기하는 것이 아까워지게 되어있다. 운동 어플도 다양하게 있지만 나의 경우 삼성 헬스가 큰 도움이 되었다. 운동을 할 때 타이머를 키는 개념으로 하면 내가 얼마나 운동을 했는지 보여주기 때문에 자극이 된다.


#9

 이제 매일매일 5분을 운동하는 습관이 생겼다면 스스로도 아쉬울 것이다. 말이 5분이지 5분은 꽤나 금방일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스스로 조건을 강화하게 될 것이다. 이제는 매일 5분이 아니라 10분을 타자, 아니면 매일 15분을 타자, 이런 식으로 말이다. 나의 경우도 조건이 계속 강화되고 있다. 11월까지는 1번에 750칼로리가 달성 목표였는데 12월에는 800칼로리가 1회의 기본 목표이다. 한 번에 1시간 40분 정도를 타야 하는데 만약 아무런 적응이 없이 이 조건으로 했으면 유지하기 더 쉽지 않았을 것이다.


#10

 이런 방법은 운동에만 적용이 되는 것이 아니다. 예를 들어 당신이 영어가 까막눈이고 말문이 막히는 사람이라고 해보자. 이런 경우 지금의 나는 당신에게 하루에 1시간씩 영어 공부를 하라고 권하지 않을 것이다. 그저 하루에 한 단어를 외워보십시오 또는 하루에 한 문장을 외우고 발음해보십시오라고 제안할 것이다.

 하루에 한 단어를 외우는 일은 정말 적은 성취일 것 같지만 이렇게 1 달이면 30개고, 1년이면 365개이다. 포기하고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 낫다. 물론 하루에 1시간씩 영어 공부를 할 수 있는 의지력으로 1년이면 유창해지겠지만 작심삼일의 허들에 걸려 넘어지는 대부분의 내 동지들에게는 적용이 안된다.

 한 단어보다 강화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하루에 영어 한 문장을 외치는 사람이 있다고 해보자. 오늘은 Hello! 내일은 Nice to meet you! 또 내일은 Thank you! 또 내일은 You're welcome! 이런 식으로 하루에 한 문장만 발음을 해본다면 1년이면 당신은 365개의 문장을 자동 반사하듯이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하루에 100 문장을 공부하면 1년에 36,500 문장을 자동 반사하겠지만 그런 "비인간적인 경지"는 계속 말하지만 의지력이 없으면 안 된다.


#11

 독서도 영어 공부와 비슷하다. 책을 전혀 읽지 않는 성격의 사람이면 하루에 1페이지를 읽는 것이라든지, 하루에 단 한 문장이라도 읽는다든지 해서 대신 그것을 꾸준히 유지될 수 있도록 하면 된다. 하루에 한 문장씩 꾸역꾸역 일주일을 읽었더니 일곱 문장이나 읽은 것이 되고 언젠가는 뒷 내용이 궁금해서 몇 문장 더 읽게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것은 보너스적 성취로 기뻐하고 어찌 되었건 목표는 하루에 한 문장 이상 읽어나가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다. 그렇게 조금씩 조건을 강화하면 독서의 습관도 얻을 수 있다.


#12

 맹독이라 생각하는 악담이 있다. "늦었을 때는 정말 늦었다"라는 말이다. 이미 글렀으니 아무것도 안 해도 된다는, 고농도의 마취제가 아닐 수 없다. 세상이 늦은 때란 없다. 당연히 미리 알고 했으면 좋았겠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지만, 매몰비용인 것을 어쩌겠는가. 이미 너무 살쪄버려서 운동할 수 없다는 것도 변명이고, 이미 너무 나이가 들어서 공부를 할 수 없다거나, 영어를 익힐 수 없다거나 그런 것도 다 변명이다. 물론, 어떤 절대적인 악재에서 못하는 것을 변명이라 하는 것이 아니다. 일이 정말 너무 바쁘거나 정말 건강을 잃어서 5나 10의 성취도 힘들 수도 있고, 그런 것을 탓하는 것이 아니다. 그저 나와 비슷하게도 어떤 여력이 분명히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미 다 늦었다고 지레 포기하는 사람들에게 자극을 위해 남겨놓는 이야기이다.


#13

 이 글을 쓰고 나면 주말이고 하니, 저녁의 800칼로리를 태우러 실내용 자전거를 탈 것이다. 24시간에서 주중 100분, 주말 200분은 운동에 할애하며 책도 읽고(물론 이것은 덤이고 지루함을 달래기 위해 보통 유튜브를 보고 있지만) 공부도 한다. 비록 내가 진짜 해야 할 것 중의 하나인 역량 강화나 이직 준비 등은 아직도 외면하고 있지만 일단 체력적으로 좋은 습관을 들이는 것이 먼저라는 변명을 하고 있다. 운동보다도 이직을 각오하는 것이 힘들다. 그렇게 싫어하는 회사인데도 고집이 심하고 잘난 듯 말하기엔 아직 멀었다. 그래도 운동뿐만 아니라 다른 것도 비슷한 방법으로 할 수 있다는 것을 아니까 조급한 기분은 아닌 점은 다행일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 올해 수능이 끝나가네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